여행 산행 기행문

충남 청양 칠갑산 장곡사.

풀꽃사랑s 2016. 10. 4. 23:32

우리에게 따듯한 봄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전령은 매화와 개나리 그리고 산수유이다. 뒤를 이어 목련과 벚꽃이 바통을 이으며 앞을 다투어 꽃망울을 활짝 연다. 깜찍한 봄의 전령들에게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추운 겨울을 인내하며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꾸준히 하루하루를 참아온 강인함이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아무리 절실하다 해도 봄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에 찾아 오지 않는다. 봄철에 꽃망울을 활짝 열고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을 보면서 감동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목련 꽃망울이 봄을 피워 가면 날씨는 한결 따뜻해지며 형형색색의 꽃들이 산과 들녘을 곱게 물들인다. 새하얀 벚꽃송이가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꽃비가 되어 내리는 봄날 충남 칠갑산을 찾아서 길을 나선다. 수만 그루의 벚꽃이 일제히 꽃망울을 여는 봄철이면 향긋한 향과 함께 하얀 꽃송이가 숨은 비경을 연출하는 칠갑산은 사계절 내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산 중 한곳이다. 칠갑산은 북쪽에 있는 한치고개와 남쪽에는 마재고개 동쪽에 있는 마치고개 그리고 서쪽에 있는 장곡사가 대표적인 탐방 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칠갑산을 찾는 90% 이상의 사람들은 주로 한치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장곡사를 휘둘러보는 것을 선호한다. 정상 동편아래쪽에는 천장계곡 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저수지를 빚어 놓았다. 그 저수지가 바로 천장호이다. 최근에 천장호 수면 위로 출렁다리가 놓였다. 천장호는 호수라 하기에는 면적이 작고 저수지 보다는 크다. 호수를 동서로 가로 질러 놓인 출렁다리는 2007년11월26일 공사를 시작하여 2009년4월3일 준공했다. 다리의 길이는 약207m미터이고 폭은 1.5m미터로 동양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곳에 출렁다리가 놓이면서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 그리고 장곡사와 함께 칠갑산의 또 다른 명소로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하늘에 드리워진 구름을 향해 높게 치솟은 다리는 구름다리란 애칭을 붙이지만 지상에서 약간 높은 위치에 놓인 다리는 출렁다리라고 부른다. 호수 주변에 심어놓은 벚꽃이 막 꽃망울을 열기 시작하는 임도 길을 따라서 내려서면 호수를 가로 질러 놓인 출렁다리를 건너서는 입구이다. 다리 중앙에는 청양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는 큼지막한 청량 고추가 성곽의 관문처럼 서있다. 충남 청양 하면 구기자와 함께 매운맛이 강한 청량 고추가 청양의 브랜드로 각인 되어 전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청양 고추” 이름이 충남 청양의 지명을 붙여서 부른다고 알고 있다. 하나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다. 강한 매운맛이 나는 “청양 고추”를 처음으로 육종하고 재배 한곳은 경북의 청송과 영양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추재배단지 중 한곳인 청송과 영양은 지금도 많은 농가에서 청양 고추를 경작하고 있다. 청양고추의 앞 글자인 ‘청’ 은 청송의 청을 따온 것이고 뒷글자인 ‘양’은 영양의 양 자를 따서 이름 붙였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호수 위에 사뿐히 내려앉지만 비취색의 푸른 물은 물결초자 일렁이지 않고 평온하기 그지없다. 발걸음을 한번 옮겨놓을 때마다 다리가 출렁거리니 머리가 어지럽고 몸의 균형은 잡기초자 힘이 든다. 정신을 차려 몸의 균형을 바로 잡고 호수 중앙에서 휘둘러 보는 풍경은 절경이다. 눈이 시릴 듯한 옥빛의 수면위로 칠갑산의 잔영이 드리워지며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호수 주변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나뭇가지에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는 연두색의 새순이 푸른 솔숲과 어우러지며 펼치는 풍경은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조심스럽게 출렁다리를 건너서면 탐방로 입구에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커다란 호랑이가 길손을 반긴다. 칠갑산 탐방은 동쪽 오솔길을 따라 가파른 언덕 오름을 올라서며 시작한다. 약10분 정도 힘겹게 오름을 올라서면 잡목이 울창하게 우거진 호젓한 오솔길이다. 듬성듬성 무리 지어 있는 핑크색의 진달래가 방실방실 미소 지으며 나그네를 보고 눈인사를 건넨다. 벚꽃은 아직 만개를 하지 않았지만 진달래는 흐드러지게 피어 연분홍색의 꽃물결을 지으며 일렁인다. 뒷동산처럼 높이가 야트막한 능선 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정상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산비탈을 빼곡하게 메우며 서있는 참나무들은 오는 봄이 무색할 정도로 무채색의 겨울 풍경을 하고 있지만 수종이 다른 나무에는 연두색의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능선을 가득하게 메우고 있는 진달래가 산행의 운치와 묘미를 더해준다. 포동포동하게 물이 오른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 속에는 겨울눈이 터지고 있다.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여린 새순이 싱그럽다. 사방을 휘둘러 보아도 보이는 것이라곤 첩첩이 성곽처럼 들어 앉아 있는 높고 험준한 산등성이뿐이다. 맞은편 북쪽으로 한치고개를 지하로 통과하는 대치터널의 입구가 마치 커다란 동굴을 보는 듯하다. 터널 앞쪽에는 공주와 청양을 잇는 꼬불꼬불하게 휘어진 36번 국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고갯길에서 남쪽 정상으로 유연하게 이어지는 능선 상에 자리하고 있는 칠갑산 천문대 건물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진달래가 만개한 봄이라 하지만 골이 깊은 계곡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은 따뜻한 온기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차디차다. 능선은 흙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부드러운 육산이다. 날씨는 차갑지만 양지바른 곳에는 노란 제비꽃이 아장아장 봄 마중을 나왔다. 한 포기 또는 여러 포기가 모여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노란 꽃송이가 상큼한 봄맛을 느끼게 한다. 서서히 높이를 더하는 능선 오름을 이으며 칠갑산 정상에 올라선다. 2009년2월14일 그날도 오늘처럼 칠갑산을 찾아 봄 마중 산행을 했다. 한치고개 아래쪽에 있는 대형 버스 주차장에서 넓은 임도 길을 따라 동쪽으로 언덕 오름을 올라서는 고갯마루 길은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러내리게 한다. 인적조차 뜸한 한적한 시골길을 연상케 하는 호젓한 오솔길로 올라서니 산허리를 휘감아 돌아 나가는 2차선 포장도로이다. 36번 국도에서 갈라져 나온 옛길이 지나가는 고갯길마루에는 성곽의 관문(關門)처럼 보이는 반달 모양의 둥근 아치형 터널이 시원스럽게 뚫려있다. 터널 위쪽에는 성곽에 있는 망루를 연상케 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남쪽 고갯마루 양지바른 언덕에는 1905년 을사조약(乙巳條約)이 체결되자 전라도 태인과 순창에서 의병((義兵)을 모집하여 활동하다 왜군에 체포되어, 대마도(大馬島)도 유배지에서 적이 주는 음식물을 먹을 수 없다 하여, 단식(斷食)을 하다가 유소(遺疏)를 구술하고 순절(殉節)한 면암(勉庵)최익현 선생동상((崔益鉉 先生銅像)이 세워져 있다. 저 멀리 힘차게 파노라마 치며 뻗어나간 칠갑산 산등성이를 보며 울창한 송림 숲 속에서 편안한 자세로 앉아 최익현 선생이 쉬고 있다. 앞쪽에는 칠갑산 천문대가 들어앉았고 칠갑산장 앞 공터에는 칠갑산 노래 가사를 적어 놓은 비(碑)가 세워져 있다. 맞은편에 서있는 충혼탑은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 효 사상을 일깨워 주고 있다. 부드러운 사질토로 이루어진 임도 길을 따라 정상까지 올라도 좋지만, 산행의 묘미를 즐기고자 뒷동산처럼 나지막하게 이어지는 호젓한 산 능선으로 발걸음을 분주하게 옮긴다. 간밤에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대지를 촉촉하게 젖게 하여서 그런가! 습기를 머금은 낙엽위로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겨 놓으니 몸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임도 길과 나란히 이웃하며 이어지던 오솔길은 해발432.5m미터인 헬기장에서 끝이 난다. 등산로는 다시 임도 길이로 접어든다. 널찍하며 호젓한 임도 길은 꿈길 같은 길이다.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진 산책로 양쪽에는 수만 그루의 벚꽃이 가로수처럼 심어져 있다 한치고갯마루에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약50분 정도 올라서면 숲 속에 아담하게 들어앉아 있는 팔각지붕을 얹어 놓은 자비정이다. 쉼터인 자비정을 지나 어머니의 살결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 길은 칠갑산 아래쪽에서 끝이 난다. 몸을 가누기 조차 힘들 정도로 세차게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잠시 즐거운 추억을 떠 올려본다. 사방이 탁 트인 칠갑산 정상은 훌륭한 전망대이다. 엷은 먹구름이 드리워진 하늘에 맞닿을 듯이 높게 치솟은 고산준령의 산줄기들이 멋진 퍼레이드를 펼치며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앙상한 속살을 훤하게 보여주던 겨울산과는 달리 파릇한 연두색으로 곱게 물들기 시작하는 산들은 망망대해에 출렁이는 파도를 보는 것처럼 깊은 황홀경에 빠져들게 한다. 지금쯤 북쪽 발아래 곱게 누워 있는 산등성이 위로 한꺼번에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린 벚꽃이 이곳을 찾은 상춘객으로 하여금 환호와 탄성을 자아내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봄철 이상저온 현상으로 예년보다 개화시기가 10일 정도 늦어지면서 기쁨과 환호는 찾아볼 수가 없다. 나 또한 새하얀 벚꽃송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윽한 향기와 은백색의 꽃잎이 꽃비가 되어 떨어지는 저 숲 길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산 꾼들이 제일 맞추기 힘든 것이 봄꽃이 피는 시기와 가을에 단풍이 내리는 때라 하지 않는가! “충남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산세가 험하여 전 사면이 급경사를 이룬다고 알려진 칠갑산 그러나 실제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능선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아늑하고 포근하다. 북쪽으로는 대덕봉(해발472m)이 우뚝 솟아 있고 동남쪽에는 부여평야와 청양 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쪽에는 겹겹이 곱게 누워 있는 산등성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서산(해발791m)이 아련하다. 칠갑산이 품고 있는 크고 작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용틀임하듯 유유히 굽이치며 휘감아 돌아나가는 지천천에서 모두 만나 백마강 상류로 유입된다. 사방으로 장대하게 줄기를 뻗어 내린 산줄기는 나지막한 구릉처럼 평평하다. 깊게 페인 골짜기에는 완연한 봄기운이 물씬 풍긴다. 정상에서 한눈 가득히 들어오는 칠갑산의 풍광을 휘둘러보고 남쪽으로 5분 정도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삼거리 안부이다. 안부에서 뒷동산을 오르고 내리듯이 높이가 고만고만한 크고 작은 연봉을 이으며 서쪽에 있는 장곡사를 향해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푸른 소나무 숲이 산행의 운치를 더해주는 오솔길 양쪽 편에는 군데군데 무리 지어 있는 진달래가 분홍빛 꽃물결로 출렁이며 나그네를 배웅한다.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겨운 솔 숲길을 이으며 약30분 정도 서쪽으로 내려서면 경치가 수려한 장곡천 절벽 위에 아담하게 들어 앉아 있는 장곡사이다. 신라 문성왕 12년 보조선사가 창건했다는 장곡사는 대웅전을 포함해 모두 세 점의 보물이 남아 있다. 양지바른 남향을 보며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게 감싸 안은 듯한 아늑한 분위기를 주는 산사에는 곳곳에 약수터가 있다. 아름드리나무들과 푸른 산죽 그리고 산 능선이 천연의 울타리를 이루며 멋진 운치를 맛보게 해준다. 대웅전을 비롯하여 운학루, 범종각, 삼성각, 웅진전 설선당 등에는 고풍스러운 옛날 멋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장곡사는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상, 하 대웅전이 좌향을 달리하며 일직선상으로 경사진 비탈 위에 세워져 있다. 서남향의 하대웅전은 제일 중앙에 동남향의 상대웅전은 제일 위쪽에 웅진전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산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사찰은 새싹이 돋기 시작하는 이른 봄과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이 가장 아름답고 곱다. 이웃에 있는 공주 마곡사는 신록이, 계룡산 갑사와 동학사, 전주 모악산 금산사는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하게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전국에 있는 많은 사찰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품고 있는 아담한 정원이 딸려있다. 장곡사 역시 주변에는 많은 야생화와 나무들이 지천에 늘려 있다.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상대웅전 앞쪽에는 나무의 수령이 무려850년쯤 된 느티나무가 고고한 자태(姿態)와 위용을 뽐내며 서 있다. 도깨비 뿔처럼 돌출된 커다란 나무의 혹이 인상적이다. 높은 언덕배기에는 초록색의 잎이 싱그러운 상사화가 흐드러지며 녹색의 푸른 물결을 출렁인다. 대웅전 모퉁이의 빈 공터에는 수선화와 제비꽃, 할미꽃이 꽃망울을 활짝 열고 방긋 미소 짓는다. 파릇하게 새싹이 돋아나는 풀숲에는 보라색의 현호색이 소담스럽게 꽃을 피웠다. 하대웅전 앞쪽에 있는 약수터 바위틈에는 노란 민들레가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푸른 대나무 숲 아래쪽에는 노란색 꽃송이가 앙증맞은 산 괴불주머니가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설선당 뒤쪽에는 새하얀 꽃송이가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매화나무 한 그루가 나그네를 반긴다. 위쪽 언덕에는 고목이 되어 나무의 밑둥치가 벌어진 느티나무에 혹처럼 돌출된 형상이 있다. 멀리서 보면 꼭 어린 동자승이 어머니품속에 안겨있는 듯한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대웅전과 마주하며 남쪽에 있는 운학루 옆쪽에는 장곡사 범종각이 있다. 종각 안쪽에는 커다란 북이 공중에 매달려 있는데 북의 재질은 코끼리 가죽이라고 전한다. 범종 옆 한쪽 모퉁이에는 길이 7m, 폭1m, 두께0.1m 미터인 커다란 장곡사 통나무 그릇은 옛날 이 절의 규모가 웅장하였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장곡사를 돌아보고 남쪽으로 내려서는 길모퉁이에는 봄의 전령인 노란 꾀꼬리 같은 개나리가 이곳을 찾은 길손을 배웅한다. 천연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장곡사를 나서면 남쪽으로 널찍한 임도 길과 이웃하며 나란히 장곡천이 이어진다. 연두색 새순이 돋아난 땅 버들을 보니 아련하게 떠오르는 고향의 향수가 느껴진다. 양쪽으로 장승처럼 길게 줄지어 서있는 은행나무에는 아직 새싹조차 돋아나지 않았다. 은행나무와 함께 가로수처럼 이어지는 벚꽃나무는 유난히도 변덕이 심하고 변화무쌍(變化無雙)한 봄 날씨로 인하여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일까! 복스럽고 탐스러워야 할 벚꽃송이는 생기마저 잃어버린 것 같다. 장승공원을 몇 미터 앞에 두고 민박집 입구에서 영원한 방랑시인 김 삿갓 동상이 갈 길이 바쁜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시인의 동상은 깔끔한 마루바닥 위에 나무를 의지하며 서있다. 머리에는 큰 삿갓을 쓰고 한쪽 손에는 지팡이를 짚었으며 앞쪽으로 툭 튀어나온 배는 임신을 한 여인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위쪽 지붕에는 봉황을 대신하여 새벽을 여는 장닭이 힘찬 날갯짓을 하며 서 있다. 뒷모습을 보니 개나리 붓 짐에 짚신 두 짝이 달랑 매달려 있다. 허름한 겉모습에서는 시인의 독특한 해학과 풍류가 느껴진다. 추녀 끝에 매달려 있는 풍경이 불어오는 봄바람에 몸을 흔들며 들려주는 구슬픈 소리가 나그네의 심금(心琴)을 울린다. 방랑시인의 동상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내려서면 전국 각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장승을 모두 모아 놓은 장승공원이다. 공원한쪽 모퉁이에는 늦게 핀 붉은 홍매화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다. 도깨비, 고관대작, 평민, 양반, 할머니, 등 여러 가지의 다양한 얼굴 형상을 하고 있는 장승들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즐비하게 세워놓았다. 모든 장승들이 호감을 주지만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외국에서 건너온 장승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미의 인디언들이 만든 장승은 주로 화려한 새나 귀여운 강아지 그리고 머리를 길게 내린 여인과 근위병 형상 위주로 만들어져 있다. 또 한가지 눈길을 주게 하는 것은 시대별 장승(時代別 長丞)이다. 장승은 그 시대의 사회성과 정치성 그리고 그때 당시 살았던 서민들의 애환이 조형물로 탄생된 것이다. 이 장승공원에 서 있는 장승을 보면 당시의 사회상을 엿 볼 수가 있다. 모든 것이 풍족한 태평시대의 장승은 얼굴 표정이 밝고 온화하며 생기가 넘친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때에는 말 못하는 울분을 대신 했기에 무섭고 험상 굿은 얼굴이 대부분이다. 이밖에 무섭지 않은 귀신 형상을 하고 있는 오방 장승은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같은 친근감을 준다. 이곳에 이렇게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장승공원이 세워진 것은 아마도 우아한 여성미를 품고 있는 칠갑산 산세와 연관이 깊은 듯 하다. 옛날부터 선조(先祖)들은 산세의 흐름을 풍수지리학으로 풀어 생활에 응용했다. 마을과 산에 음의 기운이 넘치면 음양오행설에 따라 남근석이나 나무로 만든 장승을 세워 음과 양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게 했다. 무섭고 험상궂은 표정보다는 익살스럽고 풍자적인 장승의 얼굴 표정에서 우리 선조들의 슬기로운 지혜와 삶 그리고 풍류와 멋을 엿 볼 수 있게 한다. 백두대간이 남쪽으로 남하면서 서해안쪽으로 두 개의 산줄기를 분과 시켜 놓았다. 남한강 상류인 경기도 여주에서 시작되는 금북정맥과 전북 주화산에서 백마강과 분수령을 이루는 금남정맥이다. 금남정맥이 계룡산과 대둔산을 금북정맥은 백화산과 태안반도를 품고 있다.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이며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는 칠갑산(해발561m)은 금북, 금남 두 정맥의 마루금에서 모두 벗어나 있다. 1973년 3월6일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면적은 32,542㎢미터이며 3개 면에 걸쳐 있다. 주요 명소는 정상, 아흔아흡골, 칠갑산장, 최익현 동상, 칠갑산 노래 조각품, 장승공원, 천장호 출렁다리, 장곡사, 정혜사, 자연휴양림 등이 있다. 칠갑산은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여 봄에는 산철쭉과 벚꽃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여름에는 울창한 천연림과 계곡의 맑은 물이 현대인들의 심신을 안정시켜준다.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어우러지며, 겨울의 설경은 별천지 세계에 들어온듯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렇듯 칠갑산은 사시사철 산을 즐겨 찾는 사람들에게 독특한 묘미를 전해주는 명산이다. 예부터 우리민족은 하늘과 산악을 숭앙하여 왔다. 삼국시대 백제는 이 산을 수도인 부여의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 제천의식을 행하였다. 그래서 산 이름을 만물생성의 7대 근원 ‘七’ 자와 싹이 난다는 뜻의 ‘갑’자로 생명의 시원(始源) “七甲山”이라 경칭하여 왔다. 또한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 있는 산이라 전해지고 있다. 충남 중앙에 자리 잡은 칠갑산은 동쪽의 두솔성지(자비성), 도림사지, 남쪽의 금강사지, 천장대, 남서쪽의 정혜사, 서쪽의 장곡사가 모두 백제인의 얼이 담긴 천년 사적지이다. 이중에서도 국보1점과 보물4점을 지니고 있는 처년 고찰 장곡사는 칠갑산에 모여 있는 7개의 기운의 중심이라 소개되고 있다. 칠갑산은 사계절 뚜렷한 자기만의 색을 지니고 있지만 봄철이 가장 아름답고 고운 산이다. 산 능선과 기슭에 야생 벚나무와 진달래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 해마다 봄이 되면 온 산이 희고 붉은 색으로 곱게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