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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백운산 호박소.

풀꽃사랑s 2016. 10. 4. 23:25



백두산에서 남쪽으로 힘차게 줄기를 뻗어 내린 백두대간 산줄기는 강원도 삼수령 고개에서 동해안쪽으로
낙동정맥을 분기(分岐)시킨다.
사시사철 거친 바닷물이 일렁이는 동해바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반도의
동쪽해안선을 따라 남하하는 낙동정맥은
남쪽 끝자락에 가지산(迦智山), 1240m, 신불산(神佛山), 1209m, 천황산(天皇山), 1189m,
운문산(雲門山), 1188m,
재약산(載藥山), 1108m, 간월산(肝月山), 1083m, 취서산(鷲捿山), 1059m, 고헌산(高獻山), 1032.8m 등
해발 1000m미터급 이상의 준수한 고봉들을 연이어 솟구쳐 놓았다.
이 고봉들이 바로 많은 산 꾼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명성이 자자한 영남알프스이다.
경북 경주와 청도, 울산광역시, 경남 밀양과 양산 등 다섯 개의 시와 군에 걸쳐 형성되어 있는 영남 알프스는
산의 무리가 마치 유럽의 알프스 산맥을 닮았다고 해서 “영남알프스란” 애칭을 붙여서 부르고 있다.
이번 산행은 수려한 산세를 품고 있는 영남알프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라
하여도 손색이 없는 밀양 백운산이다.
백운산 탐방은 옛길인 24번 국도아래에 있는 백연사절 초입에서 북쪽으로 올라서며 시작한다.
백연사는 자그마한 암자이다. 부처님을 모셔 놓은 대웅전 앞마당에는 꽃망울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과일 나무를 연상케 하는 동백나무 한 그루가 이곳을 찾은 나그네를 반긴다.
오는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어서 일까! 남녘에서 소리 없이 북쪽으로
올라오기 시작하는 봄을 맞는
산사는 아직 겨울의 잔영이 남아 있다.
고요한 적막만이 흐르는 첩첩 산중에 들어 앉아 있는 산사에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물씬 풍긴다.
백연사 앞을 지나 잰 걸음으로 몇 발자국만 더 옮기면 호박소 계곡이다.
호박소 계곡은 깊은 산골에 들어앉은 평범한 계곡과는 달리 돌확 모양을 하고 있는 엄청나게
큰 돌 웅덩이와 특이한 형상의
폭포와 절벽이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다.
소(沼)의 모양이 절구의 호박 같이 생겼다 하여 호박소 또는 구연(臼淵)이란 애칭을 붙여서 부르고 있다.

예년에 비해 잦은 봄비가 내려서 일까!
해발855m미터의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호박소 계곡에는 많은 양의 청수가 철철 흘러 넘친다.
널찍한 멍석 같은 미끈한 화강암 위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물줄기는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백옥 같이 매끈한 화강암이 억겁(億劫)의 오랜 세월 동안 눈과 비바람 물에 씻기고 깎이면서
크고 작은 소(沼)를 이루고 있다.
자연이 빚어 놓은 작품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정교하고 세련미가 넘친다.
둥근 탕을 연상케 하는 큼지막한 소는 설악산의 십이 선녀 탕을 옮겨다 놓은 듯 하다.
깎아 지를듯한 수직의 절벽 아래로 흘러내리는 뽀얀 물줄기가 옥구슬처럼 맑고 투명하다.
폭포아래쪽에 있는 큼지막한 소에는 새파란 하늘의 잔영이 비춰진 것처럼 눈이 부신다.
명주실 한 타래가 들어갔을 만큼 그 깊이조차 알 수 없는 파릇한 소의 중앙에는 흘러넘치는
물줄기가 거칠게 소용돌이친다.
이곳이야 말로 “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이다. 눈앞에 황홀하게 펼쳐지는 풍광은 아름답다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아주 오랜 옛날 커다란 징금 다리가 놓여 있던 곳에는 계곡을 가로 질러 빨간색의
아담한 현수교가 놓여 있다.
현수교를 건너서 북동쪽으로 올라서면 오천평반석이 들어 앉아 있는 쇠점골이다.
그러나 오늘은 아쉽지만 그곳을 탐방하지는 못한다.
현수교 입구에는 큼지막한 바위 하나가 머리에 무거운 돌을 얹고서 다소곳이 앉아 있다.
그 형상이 마치 대구 팔공산에 있는 갓바위 돌부처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바위가 인상적이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사랑의 하모니를 들려주는 호박소를 뒤로 하고 크고 작은 바위들이
어지럽게 늘려 있는 너들을 조심스럽게 올라선다.
금방이라도 발이 빠질 듯한 커다란 바위 너들 지대의 틈새는 험준한 영남 알프스를
호령하며 자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호랑이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두 눈을 보고 있는 듯 하다.
힘겹게 너들 지대를 지나면 산허리를 휘감아 돌아나가는 24번 국도이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백운산 주 능선을 오르기 위해서는 도로를 건너 맞은편에 있는 절개지로 올라서야 한다.

잡목과 커다란 바윗돌이 촘촘히 박혀있는 가파르고 험준한 능선을 이리저리 헤집고 올라서니
집채만한 바위들이 갈 길이 바쁜 길손의 발목을 잡고 놓아 주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두 손과 발을 이용하여 앞이 탁 트인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서 사방을 휘둘러보는 풍광은 일품이다.
눈앞에 자태를 드러내는 백운산 능선은 산 전체가 한 조각 흰 구름처럼 보이는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쪽 6부 능선에서 9부 능선 까지는 하얀 화강석 한 덩이가 수직의 깎아지를 듯한 절벽을 이루며 장관을 펼친다.
바위틈새에는 분재처럼 곱고 예쁘장하게 잘 자란 소나무들이 갖가지 형상을 하고 있는
기암과 어우러지며 멋진 절경을 보여준다.
북쪽에는 가지산과 운문산이 남쪽에는 재약산이 남동쪽에는 간월산, 배내고개,
능동산을 지나 가지산 중봉을 잇는 낙동정맥이
물 흐르듯 장쾌하게 파노라마 친다.
산허리를 휘감으며 꼬불꼬불 휘어진 24번 국도는 북동쪽에 있는 험준한 가지산
남릉의 산기슭을 이리저리 돌아 산중턱에 있는
언양 석남터널 속에 몸을 감추어 버린다.
최근에 새롭게 험준한 산줄기를 관통하는 4.58km의 가지산 터널이 뚫렸다.
이 터널은 국내에서 제일 긴 죽령터널(4.6km)다음으로
길다고 하지만 자연을 훼손하면서 뚫어 놓은 터널 입구가 을씨년스럽다.

사방 어디로 눈길을 주어도 높게 솟구쳐 굽이치는 영남 알프스의 산줄기가 병풍처럼 둥글게 둘러 싸고 있다.
남녘에는 꽃피는 봄이 완연하다고
하지만 높은 고산준령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곳은 아직도 산 정상에 하얀 잔설이 덮여 있다.
산등성이를 빼곡하게 메우며 훤하게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는 검은색의 나무들은 추운
겨울철에나 맛볼 수 있는 황량한 수묵화를 보여준다.
도심속의 고층 빌딩 숲처럼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친 영남 알프스의 깊게 페인 산줄기가
분지처럼 움푹 들어간 산자락 중앙에는
마을이 아늑하게 들어 앉아 있다.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은 모든 것을 날려 버릴 듯 무서운 기세로 휘몰아친다.
검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는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봄비가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비좁은 바위틈새에 의지하여 겨울을 나며 하루라도 빨리 따듯한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진달래나무의 겨울눈이 앙증맞다.
맞은편 산등성에 촘촘히 박혀있는 하얀색의 기암들은 금강산의 만물상을 빼 닮은 듯 하나같이 모양이 준수하다.

동쪽과 서쪽으로 깎아 지를듯한 절벽을 이루며 까마득한 낭떠러지는 오금이 저려올 정도로 아찔하다.
기암들이 수려한 산세를 이루고 있는 능선을 이으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백운산 정상에 올라선다.
바로 전방에 손에 닿을 듯한 운문산이 살짝 눈인사를 건넨다.
맞은편 멀지 않은 거리에는 하늘에서 뭉게구름이 살포시 내려앉은 가지산 정상이 위풍당당하게 위용을 드러낸다.
햇볕이 내리쬐는 화창한 봄날 들녘에 아지랑이처럼 하얗게 뭉실뭉실 하늘로 연무처럼 피어오르는
하얀 구름송이가 산행의 운치를 더해준다.
백운산 정상은 위에서 보면 그냥 밋밋하고 평범한 하나의 바위 봉우리에 지나지 않지만
안부에 내려서서 보면 빼어난 경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안부에서 북쪽으로 운문산과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 영남 알프스를 쭉 돌아보고 싶다.
하나 지나친 과욕은 언제나 화를 부르지 않았던가!
자연의 순리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눈앞에 웅장하게 펼쳐지는 영남알프스의 산세를 보며
“피세정관(避世靜觀)” 즉 각박한 도심을 벗어나 어머니품속처럼 아늑한 자연 속에 묻혀서
내 삶을 고요히 돌아보는 것으로 족하다.
아직 잔설이 산기슭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 하산 길은 미끄럽기가 그지없다.
조심스럽게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서면 골이 깊고 험준한 운문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하나의 계곡을 이루며 깊은
산속에 구룡소 폭포를 빚어 놓았다.
멍석처럼 널찍한 화강암 바위가 천길 낭떠러지를 이루며 한 폭의 부드러운 비단 같이 계곡에 비스듬히 누워있다.
매끄러운 바위 면 위로 구름 같은 반달모양의 물줄기가 쉼 없이 흘러내리는 구룡소
폭포는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떨어지는 물줄기는 폭포 아래쪽에 아담한 소를 빚어 놓았다. 물의 양이 많았다면
더욱더 운치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폭포를 뒤로 하고 호젓한 오솔길을 내려서면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바위 너들 지대를 만난다.
널찍한 바위 위에 누군가 남모르게 쌓아 놓은 자그마한 돌탑들이 정겹다.
산책을 즐기듯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서면 가지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구룡소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하나의 계곡을 이루는
호박소 계곡 상류이다.
아직 파릇한 잎조차 돋아나지 않은 잡목 들이 울창한 원시림의 숲을 이루고 있는 계곡의 상류는
사람의 손떼가 묻지 않은 자연의 미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돌과 바위 사이를 헤집고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저만치 앞에 살며시 다가오는 봄이 오는 소리를 들려준다.
정겨운 물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한쪽 모퉁이 빈 공터에는 수련원이 들어 앉아 있다.
앞쪽에는 대형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올 한해도 무사산행을 소원하면서 “대구 산정산악회”회원님들과 함께 산신제를 올린다.
소박하게 산신제를 올린 후에 회원님들과 함께 간소하게 다과를 나누며 도란도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대구로 돌아오며 밀양 팔경 중 하나인 위양지(位良池)를 둘러본다.

청송 주왕산 주산지를 연상케 하는 위양지는 신라와 고려시대 농사용으로 사용했던 저수지이다.
현존하고 있는 이 저수지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 1634년 밀주 부사 이유달이 둑과 바닥을
새롭게 보수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조선 후기 이후에는 저수지의 규모가 점차 축소되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널찍한 저수지 둘레에는 아름드리 노거수인 이팝나무들이 병풍처럼 일렬로 나란히 줄지어 서있다.
나무에 파릇한 새순이 돋아나는 이른 봄 연못가에 새하얀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는 아름답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팝나무는 나뭇가지에 탐스럽게 피어나는 하얀 꽃송이가 쌀밥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나무에 만개한 꽃송이가 들녘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휘날리며 꽃비가 내릴 때면 많은
연인들이 찾아와 봄날을 즐기는 명소이다.
연못 중앙에 다섯 개의 섬이 있다고 하나 실제는 세 개의 섬만 현존하고 있다.
안동 권씨가 세운 완재정은 나란히 이웃하고 있는 두 개의 섬에 각각 한 채식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두 정자 사이에는 사람들이 왕래 할 수 있게 물위에 다리가 놓여 있다.
전국을 돌며 경치가 수려한 계곡이나 산 정상 그리고 강나루나 절경을 이루는 해안가에
정자가 세워져 있는 것은 종종 보아 왔지만
연못 중앙에 있는 것은 처음으로 본다.
주변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높이가 야트막한 야산들이 둥근 원형을 그리며 연못을 아늑하게 품고 있다.
맑은 수면위로 비취는 야산의 산 그림자 잔영이 연못주위를 감싸고 있는 이팝나무들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그림을 펼친다.
아직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지만 들녘에는 큰개불알풀과 먹음직스럽게 돋아난 새파란 쑥같이 상큼한 봄맛을 느끼게 한다.
사뿐사뿐 때어 놓는 발걸음마다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어버리게 한다. 봄바람에 실어 오는 향긋한 솔 향을 음미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혼자만의 사색과 낭만에 흠뻑 취해본다.
저수지에서 잰걸음의 거리에 있는 허름한 시골집의 울타리에 붉게 핀 홍매화가 나그네의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이팝나무에 새하얀 꽃송이가 꽃비가 되어 흩날리는 날 다시 이곳을 찾아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