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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길 같은 여름날의 아름다운 추억.

풀꽃사랑s 2016. 10. 4. 23:47



누구나 한번 줌은 에메랄드, 사파이어, 흑진주 빛이 함께 녹아 든
환상적인 바다를 그리워할 것이다.
초승달 같은 백사장을 따라 흩어지는 물보라가 메밀꽃밭처럼
눈부신 해변에서 연인과 함께 거닐고 싶은 여름이다.
그리움을 찾아서 떠나는 것은 항상 가슴 설렘으로 다가 온다.
무더운 여름 회색 빛 도시를 떠나 내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그리움을 찾아서 길을 떠난다.
눈앞에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짙은 녹음이 드리워진 초록 빛 들녘이
저 멀리 지평선을 그린다.
싱그럽게 이어지는 푸른 들녘은 언제 보아도 새로운 느낌으로
내게 살며시 다가온다.
깊은 산자락마다 정겨운 풍경이 이어지고 하늘과 맞닿은 산이 숨 고르기를 한다.
첩첩 산중 마음이 머무는 그 산자락 아래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경북 성주군 백운리 중기 마을이 눈앞에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곳에서 1박2일을 보내면서 색다른 체험을 해보고자 한다.
이 마을은 농림부에서 지정한 녹색체험 마을이다.
마을 뒤편으로 병풍처럼 휘감아 돌아 가는 가야산 산줄기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준엄한 바위 봉들이 호위무사처럼 일렬로 줄지어 서있다.
그냥 얼핏 보아도 풋풋한 여름내음이 물씬 풍기는 아담한 시골 마을이다.
하루를 묵어갈 별장에 짐을 내려 놓고 늦은 오후에 산책을 즐겨 본다.
마을의 동구 밖 앞쪽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수령이 수백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마을의 보호수가 아닌가 생각 된다.

마을 양쪽으로 가야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아담한 계곡을 빗어 놓았다.
조그마한 텃논에는 벼들이 푸르름을 더하고 밭에서는 옥수수가 알알이 영걸어 간다.
콩이 심어진 밭 한 모통이에 보라색과 하얀색의 꽃망울이 싱그러운
도라지꽃송이가 소박한 정겨움으로 다가 온다.
눈앞에 높은 여름산의 귀족이라 불리는 참나리가 예쁜 꽃을 피우고
우아한 몸매를 뽐내고 있다.
푸른 잎이 무성한 싸리나무 사이에 살짝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칡덩굴이 몸을 휘감고 있는 사이로 붉은 꽃을 피운 참나리들도 있다.
물이 흘러가는 계곡을 따라서 억새풀 사이에 꽃을 피운 놈들도 보인다.
무성한 잡초 사이에 노란 꽃을 피운 원추리 꽃에서 한 여름의 싱싱함을 맛본다.
개울 위에 있는 농가의 담장을 따라서 새하얀 꽃을 피운 박꽃을 본다.
모든 꽃들이 햇볕이 드리워진 한낮에 꽃을 피우는데 수줍음이 많은 박꽃은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에만 꽃망울을 활짝 연다고 한다.
어느덧 뉘였 뉘였 해가 저물어가고 마당한쪽에는 자리를 깔고
나이가 지긋하신 노부부가 마주보고 앉아서 도란 도란 정겹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분께 혹시나 실례가 될 가봐 박꽃 사진만 살짝이 카메라에 담고
얼른 자리를 떤다.
임도 길을 따라서 울창하게 푸른 숲을 이루고 있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서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기며 모처럼 나만의 조용한 사색을 즐긴다.
개망초, 달맞이 꽃이 소박한 꽃을 피우고 낯선 나그네를 보고 살며시 미소 짓는다.
무리를 지어 있는 짙푸른 소나무 숲에서는 여유로움이 물씬 풍긴다.
가쁜 한 마음으로 산책을 마치고 별장으로 돌아 오니 푸짐한 저녁상이
나그네를 맞는다.
숯불이 아닌 갈탄 불을 피워서 돼지고기를 굽고 텃밭에서 자란
상치와 곁들여서 먹으니 맛이 별미이다.
서로 자란 환경이 다른 사람들 하지만 산을 좋아는 순수한 마음이 모여서
한 가족처럼 만나 이렇게 여름 축제를 즐긴다.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가! 음식 맛도 꿀맛이다.
즐거운 저녁을 마치고 모두들 윷놀이를 즐긴다.
윷놀이도 좋지만 모처럼 야외로 나와 혼자서 밤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면서
사색을 즐겨보는 것도 좋았다.
얼마 만에 보는 별인가!
어린 시절 밤 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별들을 보면서 꿈을 키웠지.
북쪽 하늘에 유난히도 반짝이던 별은 북극성이고,
그 옆에 국자 모양의 7개 별이 나란히 이어지는 것이 북두칠성이다.
수많은 별들이 바다처럼 보이는 곳이 은하수였다.
간혹 땅으로 떨어지던 별똥을 보면서 미래의 꿈을 꾸었다.
그 소년은 어느새 불혹의 나이인 사십 대 중반을 달려가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앞만 보고 달려왔지 뒤를 돌아 볼 여유조차 없는
삶이 아니었나 생각 된다.
무엇이 그리도 나를 굵은 동화 줄처럼 꼭꼭 묶어두었는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삶을 살아 왔다고 생각하니 쓴웃음만 나온다.
이제는 좀더 여유를 갖고 앞 일을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이렇게 꿈에 그리던 휴식을 취하는 것도 삶의 일부분이 아닌가!
하늘에 짙게 드리워진 먹구름이 별들의 얼굴을 가려버려서 그런가!
그 많던 별들이 모두 빛을 잃어 버리고 겨우 한두 개 정도만 모습을 보인다.
다만 어지럽게 하늘을 날면서 번쩍 번쩍 빛을 내는 반딧불이 별을 되신 하고 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벗삼아 내가 꿈꾸던 동심의 세계로 빠져 본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가야산 만물상 줄기로 발 품을 부지런히 팔아 본다.
물처럼 흘러 내리는 땀을 흘리면서 만물상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니
꼭꼭 숨어 있던 비경이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진다.
동, 서, 남, 북쪽으로 높고 낮은 산 능선이 겹겹이 둥근 원을 그린다.
이른 아침 중앙에 자리 잡은 중기 마을과 산중턱에 살포시 내려 앉은
엷은 흰 운해(雲海)사이로 살포시 얼굴을 드러내는 마을 풍경이 마치 천상(天上)의
초원(草園)지대를 보는 것 같다.
때 맞추어 동해 바다에서 떠 오르는 햇살과 주변의 구름이 어우러지며 환상의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좀처럼 길을 열어주지 않을 듯한 가야산의 주 능선이 길을 열어 준다.
북쪽으로는 가야산의 주봉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미끈한 바위 봉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은 꼭 설악산 공룡능선을 보는듯하다.
그나마 공룡능선은 길을 내주었지만 만물상 능선은 길조차 내어 주지 않으려고 한다.
험하고 험한 바위 능선을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올라선다.
남들은 바위를 올라서면서 스릴과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나는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른다.
만물상은 만 가지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하여서 붙여진 애칭이다.
깎아 지를듯한 수직절벽 사이와 맞은편 산 능선과 깊은 협곡 사이로 줄지어선
푸른 송림 숲이 절경(節景)을 이룬다.
욕심 같아서는 산행 길을 연속해서 잇고 싶지만 무엇보다 배가 고프다.
아쉽지만 서성대에서 발길을 동쪽으로 돌려서 다시 중기 마을로 하산 길을 잡는다.

조금 늦은 아침을 마치고 살짝이 어젯밤에 보아둔 계곡에서 더위와 땀에
지친 몸의 열기를 식히면서 조용히 휴식을 한다.
계곡에서 짧은 휴식을 마치고 어제 오후에 미쳐 돌아 보지 못한 마을로
가벼운 산책길을 나선다.
뭇 여인네들이 손톱에 붉은 물을 들이던 붉은 꽃과 연분홍 꽃을 피운
봉선화가 신선한 맛을 느끼게 한다.
백일만 꽃을 피운다는 백일홍, 엷은 핑크색 꽃잎이 아름다운 채송화,
가을에 피는 들국화를 많이도 닮은 개미취, 하얀색의 꽃을 피운 메꽃 등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들이 싱싱한 여름 풍경을 그린다.
어느새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여기저기 우렁차게 울려 펴지는 매미소리가
고운 선율을 이루며 여름이 싱그럽게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