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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산.(충북 괴산군, 경북 상주군)

풀꽃사랑s 2016. 10. 5. 22:53



짙푸른 신록이 울창하게 원시림의 숲을 이루고 있는 능선 길을 올라서면
하얀색의 커다란 바위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 해발790m봉우리가 나그네를 반긴다.
누가 이 깊은 산 중에 집채만한 바위를 옮겨 놓았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하다.
정면으로 올라 갈 수가 없어서 우측으로 우회하여 바위 전망대에 올라선다.
남쪽으로 삐죽삐죽 하게 솟구친 바위 봉들이 나란히 이어지는 속리산의 주 능선이 성채처럼
길게 서쪽으로 장대하게 파노라마 친다.
동쪽으로 문장대에서 이어지는 백두 대간 산줄기가 청화산, 조항산을 넘어서 북동쪽에 있는
대야산 상대봉으로 병풍처럼 휘감아 돌아나간다.
하늘에 짙게 드리워진 먹구름이 양쪽의 산마루와 맞닿으면서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펼친다.
원뿔처럼 하늘을 향해 솟구친 바위봉우리들이 일렬로 줄지어 끝 간데 없이 펼쳐지는 풍경은
웅장한 남성미를 느끼게 한다.
그 바위 능선자락에 푸른 신록이 드리워지고 특히 V자를 이루며 깊게 골이 페인 골짜기와
산세는 여름산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멋진 운치와 풍경을 연출한다.
산자락 아래쪽 모내기가 끝난 논에는 초록빛의 물결이 출렁인다.
주위의 높은 산에 둘러 싸인 아담한 시골 마을에서는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함이 물씬 풍긴다.

눈 앞에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감상한 다음 사방이 푸른 신록에 둘러싸여 울창한 원시림의
숲을 이루고 있는 울퉁불퉁한 바위 능선을 이으며 백악산 정상처럼 보이는 해발845m봉에 올라선다.
정상은 널찍한 헬기장이 조성되어 있다.
여기서 백악산 정상까지는 약40분 정도 팔품을 팔아야 한다.
이곳까지 오면서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데 하나, 둘 서서히 산꾼들을 만난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서로 정답게 인사를 주고 받으면서 마음의 문을 여니
없던 정도 절로 생긴다.
예상 했던 것 보다 더 험한 능선 길이 길게 이어진다. 바로 앞에 있는 무명봉을 올라서니
저 건너편에 백악산 정상이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진다.
마음 같아서는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지만 오늘 산행 길은 그렇게 쉽게
정상을 올라설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놓으며 정상에 올라선다.
이곳 역시 여러 개의 커다란 바위들이 무리를 지어서 하나의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비교적 넓은 바위 위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저 멀리 남서쪽에 관음봉, 묘봉, 삼학봉, 매봉, 미남봉 우로 이어지는 속리산 산줄기를 마주 보고,
북서쪽 중앙의 산중턱에 짙게 내려 앉은 구름 사이로 햇볕이 살며시 비취는 둥근 아치형을
하고 있는 산 봉우리들이 유일하게 우아한 여성미를 느끼게 한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북쪽으로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하얀색의 바위가 하늘 높이 솟구친
뜀틀바위를 멀리서 바라보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물고기의 머리처럼 크다란 바위가 놓여있는 곳을 지나서 뜀틀바위 정상에 올라선다.
메마른 바위 위에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산행의 운치와 묘미를 더해준다.
남동쪽으로 눈길을 주니 초록의 싱그러운 신록이 부드러운 양탄자처럼 드리워진 바위 능선이
유유자적 흘러가는 강물처럼 파노라마 친다.
뜀틀 바위에서 북쪽으로 10분 정도 내려서면 해발809m봉인 수만재 삼거리이다.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5분 정도 내려서니 대왕봉이다.
해발819m인 대왕봉 정상은 썰렁하기만 하다.
비닐로 코팅을 한 정상 표지기가 나무에 걸려 있고 국립지리원 에서 설치한 삼각점만이 이곳을 찾은
나그네를 맞는다.

이제 산 능선을 따라서 서쪽으로 내려서면 된다.
사람의 발길이라곤 닿지 않은 원시림의 숲길을 따라서 약1시간 정도 내려서니 눈 앞에
하얀 대리석처럼 미끈한 바위 절벽이 절경을 펼친다.
절벽 중앙으로 힘찬 물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따라서 내려서니 대왕폭포이다.
아쉽게도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서 그런가 폭포에 흘러 내리는 물의 양이 적다.
폭포 아래에는 벌써 붉은 꽃망울을 터뜨린 털중나리가 예쁘게 미소 지으며 나그네를 반긴다.
항상 깊은 산속에서 보는 야생화에서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아래쪽에 있는 공주 폭포는 이제까지 느껴 보지 못한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 깊은 골짜기기에 누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도록 해 놓았을까!
관심을 갖고 폭포아래를 내려다보면 조그마하게 남근석을 세워놓은 것을 볼 수가 있다.
물론 이것에 관해서 보는 사람마다 보는 관점과 의견이 다를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폭포에서 풍기는 음의 기운이 강해서 양의 기운인 남근석을 세워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게 하지 않았나 생각 된다.
이것을 보니 문경 희양산 아래에 있는 은티마을에 세워 놓은 남근석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또 충북 제천의 작은동산에 있는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남근석도 생각 난다.
유독 충청도 지방에 남근석이 많이 세워져 있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 지역의 산세들이 하나같이 우아한 여성미에 가까워서 그렇지 않을까!
실제로 내가 걸으면서 보았던 금북정맥의 산줄기에서 충분하게 그것을 음미할 수가 있었다.
욕심 같아서는 두 폭포에 흘러내리는 물의 양이 많았으면 더 좋은 풍경을 보여 주지 않았을까
내 나름대로 생각 해본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계곡을 따라서 내려서니 다래나무의 잎처럼 생긴 미역줄나무가
화려한 꽃망울 터뜨렸다.
계곡을 따라서 보랏빛 엉겅퀴가 꽃을 피우고 산 뽕과 파릇한 잎새의 층층나무가 무리를 지어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인삼 밭을 지나서 내려서니 아무것도 심어지지 않은 밭에 만발한 새하얀 개망초 꽃송이가
밭을 가득 메우고 있다.
소설가 황순원씨의 소나기에 나오는 주인공인 소년의 첫사랑 소녀가 떠 오른다.
소녀는 이 개망초 꽃을 무척이나 좋아했지!
인기척이 없는 빈 농가를 지나서 임도 가 조성된 대방골로 내려선다.
모내기가 끝난 논과 고추 밭에 심어진 고추나무 잎이 초록빛 푸른색으로
어우러지며 싱그러운 여름풍경을 연출한다.
바로 앞 산자락 아래쪽 밭둑에 있는  밤나무에는 새하얀 꽃송이가 흐드러지게 밤꽃을 피웠다.
향긋한 꽃 향기가 내게 날아오고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고향의 들녘 같다.
임도 길을 따라 내려서며 잘 가꾸어진 다래밭과 노란 호박꽃을 본다.
꽃 중에서 제일 못생긴 꽃이 호박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문득 호박꽃을 보니 올해 봄 경남 문학관에서 유익한 내용으로 특강을 들려주시던
수필가 정목일선생님 얼굴이 떠 오른다.
이 꽃을 정목일 선생님은 오각형의 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외에도 박꽃, 풀꽃에서 소박한 아름다움과 멋을 찾으셨다고 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 년”을 간다는 어린 주목나무가 자라고 있는 육묘 장을 본다.
푸른 주목 나무와 초록 숲이 정겨움을 더해 준다.
임도 길 모롱이 숲 속에 산수국과 털중나리가 오늘 산행의 멋진 휘날래를 장식한다.
10년 넘게 이어진 1대간9정맥이 나의 발목을 잡으면서 올라보지 못한 산을 이제서야 올라 보았다.
백 개의 큰 산이라 하여 백악(百岳)이라 이름 붙여진 백악산, 주변에 펼쳐지는 수려한 산세와 아름다운 폭포,
여러 종류의 야생화들이 초여름의 따가운 햇살아래 싱그러운 생명력을 꽃피운다.

백악산(해발858m)은 남북으로 길게 펴져 있는 속리산 국립공원의 중간 허리에 자리잡고 있으며
충북 괴산군 청천면과 경북 상주군 화북면의 접경을 이루고 있다.
북서에서 남동으로 3km 남짓 뻗어 있는 산등성이에 기암괴봉이 이어지고
기묘한 형상의 옥양폭포와 어우러진 고사목이 절정을 이루며 물안이골, 큰골, 옥양골, 대방골,
물탕골, 숨골의 계곡들도 좋다.
국립지리원 지도에는 백개의 큰 산이란 뜻으로 백악(百岳)으로 표기되어있다.
속리산 쪽에서 바라보면 백악산의 남면과 서면 여러 곳에 하얀 암벽이 보여
하얀 산이란 뜻의 백악산(白岳山)이란 애칭이 어울리는 산이다.
또한 백악산 산줄기를 올라보면 바위 봉들이 많아 봉우리가 많다는 뜻의
백악산(百岳山)이란 애칭도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