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산행 기행문

포항 천령산, 청하골.

풀꽃사랑s 2016. 10. 4. 23:52



아침저녁으로 정겹게 들려오던 매미울음소리가 자취를 감추고 날씨 또한 한결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무더운 여름날 연두 초록빛으로 곱게 물들었던 들녘은 서서히 가을빛이 조용히 내리고 있다.
초록 잎새 사이로 주렁주렁 열려있는 사과들이 마지막 여름 햇살아래에서 싱그러움을 더한다.
탐스럽게 익어가는 사과에서 풍기는 붉은 선홍색에서는 상큼한 가을 맛이 느껴진다.
내 마음속에 항상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산과계곡이 있다.
바로 포항 내연산 청하골이다.
대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꿈속에서 만 그리워하던 산이다.
그 그리움을 쫓아 천령산 우척봉과 청하골을 찾아서 탐방 길에 나선다.
오색 찬란한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에 한번 찾아 보려고 했던 경상북도 수목원 정문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올라선다.
쑥부쟁이와 얼굴이 너무나 닮은 벌개미취가 예쁜 꽃잎을 열고 미소 짓는다.
어디서 날아 왔는지 나비 한 마리가 살며시 꽃잎에 내려 앉은 모습이 앙증맞게 보인다.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서니 보라색의 꽃을 피운 닭의 장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하얀색의 꽃을 피운 옥잠화와 푸른 풀밭에 분홍색의 긴산꼬리풀이 풋풋한 여름의 맛을 느끼게 한다.
임도 길을 따라서 10분 정도 올라서니 능선 삼거리이다.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서면 전망대이고 북쪽으로 올라서면 매봉,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천령산 쪽으로 산행 길을 잡으면서 동쪽으로 살짝이 올라서니
넓은 공터로 이루어진 해발716m봉인 삿갓봉이다.

남쪽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전망대에 올라 절정을 이루고 있는
여름산의 풍경을 휘둘러 보고 싶었다.
무엇이 그리도 나로 하여금 바쁜 걸음을 재촉하게 하였는지 전망대에 올라보지 못하고
옮겨 놓는 발걸음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참나무 숲 길을 따라서 능선 길이 이어지고 한쪽모롱이로
폭이 넓지 않은 임도 길이 나란히 이어진다.
아직 초록색의 녹음이 짙게 드리워진 숲 속에서 저만치 멀어져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것일까!
매미들이 일정한 운율에 맞추어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수목원에서 이어지는 임도 길이 천령산을 올라서는 삼거리에서 끝이 난다.
나무에 땅의 면적을 측량 한 흔적이 남아있는 표지기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아서,
서쪽에 있는 청하골로 머지 않아 임도 길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 된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이 울창한 원시림의 숲을 따라서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운치와 낭만이 넘치는 산책길이 열릴 것이다.
삼거리에서 천령산 정상까지는 가파른 능선 길을 올라서야 한다.
정상을 올라서기 전 잠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저 멀리 북쪽으로 남쪽의 매봉에서
향로봉, 내연산 삼지봉으로 곱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줄기를 바라본다.
여름 내내 짙은 녹음이 드리워진 초록의 산 능선이 첩첩이 포개져서 병풍처럼 휘감아 돌아나간다.
그 능선 아래로 파랗다 못해 눈이 시리도록 푸른 숲에서, 금방이라도 초록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환상적인 풍경을 가슴에 담고 해발775m인 천령산 정상에 올라선다.
아마 오늘 산행 코스 중에서 제일 힘들게 올라오지 않았나 생각 된다.
이 천령산은 조선조 후기까지는 신구산(神龜山)이라 했고 하늘같이 높다고 하여 일명 하늘재란
애칭을 붙여서 불렀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때에 천령산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러고 있으며
이산의 주봉은 우척봉(牛脊峯)이다.
실제로 정상에 서 있는 정상석에는 천령산 우척봉(天嶺山 牛脊峯)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정상에서 내려서면 동쪽으로 한적한 오솔길처럼 능선길이 이어진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음지밭등을 지나 북쪽으로 가파른 능선 길을 내려서니 꿈에 그리던 청하골이다.
이 계곡은 내연산,향로봉,매봉,삿갓봉, 천령산의 다섯 봉우리가 에워싸며 빚어놓은 12폭포를 품고 있다.
때를 맞추어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요 며칠 전에 내려서 일까!
흘러내리는 물의 양이 제법 많아 보인다.
계곡 바닥까지 훤하게 비취는 물속에는 조그마한 물고기들이 한가롭게 헤엄치며 노닐고 있다.
잠시 배낭을 내리고 달콤한 휴식을 취한 다음 남쪽으로 물길을 따라서 부지런히 내려선다.

계곡 바닥에 보석처럼 뿌려진 바위틈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이 멋진 폭포를 빚어 놓았다.
제일 먼저 만난 폭포가 관음폭포이다.
크다란 바위 중앙으로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바위에 부딪치면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새하얀 포말을 일으킨다.
전국을 돌면서 유명한 폭포를 보았지만 이렇게 물 줄기가 두 갈래로 나누어서
물이 떨어지는 것은 처음 보았다.  
마치 크다란 바위 위로 사람이 인공적으로 물길을 갈라 놓은듯하다.
폭포 아래에 떨어지는 물들이 모여서 조그마한 연못을 만들어 놓았다.
물빛은 푸르다 못해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빛이다.
폭포 위로 둥근 아치형을 그리고 있는 구름다리를 올라서니 약3m 높이에서 떨어지는
연산폭포가 숨어 있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가 이슬방울처럼 바닥에 떨어지면서 작은 옹달샘을 만들어 놓았다.
구름다리에서 내려서면 다시 무풍폭포, 잠룡폭포에서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면서 내려서니 보현암이다.

이곳에서니 청하골에 숨어있는 비경이 시원스럽게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길게 남으로 굽이치는 물길을 따라 양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이 마치 성벽처럼 길게 줄을 잇는다.
그 주위로 즐비하게 늘어선 노송들이 펼쳐 놓은 하늘을 닮은 푸른 숲은 천하의 절경이다.
또한 산자락 아담한 곳에 팔공산 갓바위 약사여래불 과 많이도 닮은 갓부처가 모셔져 있다.
두 눈을 지긋이 감고 가부좌를 한 손을 무릎 위에 얹고 앉아서 참선을 하고 있는 듯한,
부처님의 얼굴에서는 사바세계가 엿보인다.
어떻게 보면 눈 앞에 내려다 보이는 청하골의 수려한 풍경을 즐기시고 있는 듯하다.
바로 아래 산사에서 은은하게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스님의 독경소리가 산꾼의 심금을 울린다.

시원한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계곡 안쪽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삼보와 보현폭포를 차례로 지나
상생폭포로 내려선다. 이 폭포 역시 관음폭포와 많이도 닮았다.
분명 사람이 일부러 이렇게 빚어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자연의 오묘한 신비스러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푸른 물결이 출렁이는 폭포아래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꼬마들의 미소 뛴 얼굴에서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 유년시절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계곡의 제일 아래쪽에는 보경사가 아담하게 들어 앉아 있다.
울창한 노송들의 숲에 둘러싸인 보경사는 동화책 속에 나오는 비밀의 정원을 보는 듯하다.
뜰 앞에 연꽃들이 화사한 꽃망울 열고 갈 길이 바쁜 나그네의 발걸음을 잡고 놓아 주지 않는다.
모처럼 연꽃 향에 흠뻑 취해본다.
유서 깊은 고찰인 보경사의 일주문을 나서니
고목나무에 몸을 의지한 능소화가 화려한 꽃송이로 상큼한 여름을 배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