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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죽도 명상바위.

풀꽃사랑s 2016. 10. 16. 17:49




경남 통영 죽도 명상바위.

절기상 입추와 백로를 지나고 나니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초가을 날씨를 보였지만 여전히 낮에는 무더운 여름을 느끼게 한다.

찬이슬이 내리는 할로(寒露) 절기를 며칠 앞두고 가을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갔다.

대부분 가을 태풍은 한반도를 비켜 가지만 올해는 예외인 것 같다.

무더운 한여름에도 찾아오지 않았던 태풍이 제주도, 부산, 경남, 경북 경주를

스치고 지나며 많은 피해를 주고 물러갔다.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몰고 온 태풍 차바가 지나가며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여름은 저만치 물러나고 어느새 가을이 밀물처럼 들이쳤다.

하늘에 잔뜩 드리워져 있던 여름구름은 태풍과 함께 저 멀리 사라지고 파란 가을

하늘이 속살을 드러낸다.

 

태풍 차바가 지나가며 많은 생채기를 남겼지만 들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황금물결로 일렁이고 있다.

하늘은 더없이 청명하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한결 시원하다.

바람결에 사무치게 밀려오는 그리움을 찾아 길을 나선다.

지난달 마지막 주말 경남 통영 용초도 탐방을 마치고 보름 만에 다시 섬 탐방을 나선다.

이번 섬 탐방은 명상바위와 대나무가 유명하게 알려진 죽도이다.

보름 만에 다시 찾은 통영 여객선 터미널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 인다.

우리를 태우고 갈 바다랑 여객선에 승선을 마치고 배가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객선 주변에 어디서 날아 왔는지 많은 갈매기들이 무리 지어 날며 한가롭게

가을을 즐기며 노닐고 있다.

 

이따금씩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받아먹으려고 모여드는 갈매기 때가 길손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구름조차 드리워지지 않은 파란 하늘에서는 따가운 가을 햇살이 곱게 부서져 내린다.

날씨가 맑고 청명하여 시계가 아주 좋아 주위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우리를 태운 여객선은 서서히 통영 항에서 멀어지고 가을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닷물 위를 힘차게 달려간다.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하여 찰랑찰랑 바닷물이 일렁이며 물결이 일어나니

여객선도 덩달아 춤을 춘다.

저 멀리 미륵도가 저만치 달아나고 가까이 다가오는 한산도의 풍경이 오늘 따라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매번 여객선에서 한산도 쪽 풍경만 즐겨왔는데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어

미륵도 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미륵도 또한 통영 앞바다에 보석처럼 뿌려진 수많은 섬들 중 하나이다.

 

지금은 통영에서 미륵도 까지 다리가 놓이며 육지가 되었지만 여전히 바닷물에

사면이 둘러싸인 섬이다.

비취색의 파란 바닷물과 인접한 해안선을 따라 고층 빌딩과 많은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한산도 쪽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산도 쪽은 섬들 위주로

자연이 빚어 놓은 풍경이 이어진다.

이에 반해 미륵도 쪽은 해안선과 어우러지는 건물과 자연이 빚어 놓은 풍경이

함께 펼쳐진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물결이 출렁이며 춤추고 햇살이 곱게 내려앉은

비취색의 바닷물은 보석을 뿌려 놓은 듯 반짝반짝 빛이 난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줄지어 들어선 건물들 중에 유럽풍의 지붕을 하고 있는

건물들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날씨가 화창하고 시계가 좋아서 그런가! 점점 눈앞에서 멀어지던 미륵도가

지척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섬이지만 바다에서 바라보면 육지에서나 볼 수 있는 큰 산등성이가 무리 지어

모여 있는 듯한 풍경은 언제나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저 멀리 용초도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들이 점점 거리가 좁혀지고

어느새 여객선은 용초마을 선착장에 정박한다.

 

선착장에서 사람들을 내려놓고 화물을 실은 뒤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돌려

호두 선착장으로 달려간다.

보름 전에 보았던 해수욕장의 모래사장 위쪽에 있는 한산초교 용호분교를

다시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오늘따라 학교 건물이 유난히도 선명하게 보인다.

통영항을 출발하여 약40분을 소요하고 나서 여객선은 호두선착장에서

용초도 탐방에 나선 사람들을 내려놓고 다시 죽도로 향한다.

약 20분을 더 뱃길을 이으니 죽도 마을 선착장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다른 섬과는 달리 죽도의 방파제는 특히 하게도 ‘ㄹ’ 자 형태의 방파제이다.

마을 선착장에 내려서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죽도 마을 풍경이다.

죽도 섬에서 가장 높은 당산(해발137m)아래 포구 북쪽 남향 방향으로

아늑하게 들어앉은 죽도 마을의 집들은 하나같이 높이가 나지막하다.

여기에다 집을 둘러싸고 있는 담벼락이 지붕과 높이가 거의 같다

아마도 해안가에 있다 보니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을 까 생각된다.

 

마을을 중심으로 하여 동쪽에는 용초도가 북쪽에는 한산도와 추봉도,

서쪽에는 거제도, 남쪽에는 장사도와 다도해 섬들이 긴 성곽처럼 둥글게

죽도를 에워싸고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펼쳐 놓은 듯하다.

마을 서쪽에는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동백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해안가에 있는 동백나무 숲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보았던 풍경이다.

어쩌면 이렇게도 소매물도 에서 보았던 풍경과 너무나 유사하게 닮았을 까!

바로 앞에 보이는 풍경이 낯설지 않은 것을 보니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마을 중앙에 분재처럼 서 있는 당산나무가 인상적이다.

죽도 마을의 쉼터인 마을 회관과 정자 옆에 분재처럼 서 있는 이 팽나무는 수령이

무려 500년이나 된다고 한다.

죽도에서는 팽나무를 포구나무라고 이름 붙여 부르고 있다.

실제로 포구나무는 나무 도감에서 찾아보아도 나오지 않는다.

백과사전에는 나오는데 팽나무가 표준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팽나무는 해마다 남해안 별신굿이 열리는 죽도마을의 상징인 당산나무이다.

당산나무 아래쪽에는 좌측에 지하 여장군(地下女將軍),

우측에 천하 대장군(天下大將軍) 이란 글귀가 새겨진 장승이 죽도를 지키고 있다.

장승 주위에는 털머위, 꽃무릇, 송엽국, 참나리, 천일홍, 맥문동 등

여러 종류의 꽃들을 심어 미니 화단을 조성해 놓았다. 나무를 둘러보니

잎이 모두 말라있다.

마을 이 장님이 이번에 남해안을 강타한 태풍 차마로 인하여 나뭇잎이

모두 말라버리는 피해를 입었다고 말씀하신다.

마을 동편 해안가에는 모래사장이 없는 몽돌해수욕장이 있다.

돌들이 하나 같이 둥글고 표면이 미끈하다.

바닷물이 깨끗해서 굴 양식을 하고 있다.

육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논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마을 주변 공터에는 손바닥만 한 텃밭이 조성되어 있다. 밭에는 주로 콩이나

고구마 가을채소를 심어 놓았다.

육지에서는 이시기에 무와 배추가 토실토실 살이 찌는 시기인데 이곳에서는

이제 잎이 나서 자라고 있다.

싱그러운 무 잎이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벌써 마늘을 파종하여 놓았다.

파릇파릇 하게 싹이 올라온 마늘잎이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마을 뒷산인 당산과 해발127,6m 산등성이에는 대나무가 무성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대나무와 더불어 동백과 소나무, 편백나무 등이 빼곡하게 줄지어 서있다.

울창하게 원시림의 숲을 이루고 있는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 나무들이

계절의 감각을 잃게 만든다.

죽도 탐방은 동쪽 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재기 중소기업 개발원’

즉 ‘허밀청원’(虛密淸圓) 언덕길로 올라서며 시작한다.

 

재기 중소기업 개발원은 1994년 죽도에 있는 한산초교 죽도 분교가 폐교 된

건물을 리 모델링 하여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실패한 중소기업 인들의 재기를 돕는 힐링 캠프이자 중기 연수원이다.

건물 초입에 ‘묵은 마음 비워서 맑고 둥근 마음만 가득 채워가는’ 곳

이란 글귀가 마음속에 와 닿는다.

시멘트로 포장되어 경사가 급한 언덕길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길 양쪽에는

대나무와 소나무가 가로수처럼 줄지어 서있다.

시멘트로 포장된 우측에는 계단길이 이어지고 높이가 낮은 자그마한 돌탑이

하나 세워져 있다.

정문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올라서니 역시 우측에 하늘을 향해 높이 솟구친

커다란 돌탑이 세워져 있다.

높이가 수십 미터는 족히 되어 보인다. 이 높은 산비탈 언덕에 돌탑을 세워 놓았다니

놀라움과 함께 신비스러움이 밀려온다.

이 탑은 허밀이라는 호를 가진 사람이 쌓았다고 한다.

장승처럼 우뚝 솟아 있는 돌탑을 휘감아 덮으며 백화등이란 덩굴식물이 감싸고 있다.

 

백화등(白花藤)은 5-6월에 흰색의 꽃이 피었다가 노란색으로 변화는 관상용 화초이다.

추위에 약해서 남부지방 특히 기온이 따뜻한 섬 지방에서 관상용으로 기른다.

나도 이번에 처음으로 보는 꽃이다. 처음에 보았을 때 담쟁이덩굴처럼 보였다.

그 덕분에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와도 돌들이 허물어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돌탑을 지나면 커다란 대문이 양쪽으로 열려있다. 대문 좌측에 ‘재기 중기개발원’

안쪽 우측 은행나무 아래쪽에 ‘허밀청원’ 간판이 각각 달려 있다.

좌측 대문 사이에는 팔손이나무도 있다. 꼬마들이 뛰어 놀았던 운동장에는

새파란 잔디가 깔려 있다.

운동장에서 해안가 쪽으로 푸른 동백나무 숲이 전방에 보이는 추봉도와 비취색의

바닷물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펼친다.

빈 공터에는 잎이 알로에처럼 보이는 열대식물인 유카 꽃송이가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유카는 우리나라에서는 남부지방의 정원이나

온실에 심어서 기르는 상록 떨기나무이다.

꽃송이를 보니 초롱꽃과 모양이 비슷하다. 자그마한 하얀색의 꽃송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여러 송이의 꽃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꽃송이로 이루어 져 있다.

꽃송이 하나가 파인애플 열매크기와 비슷하다.

이 밖에 역시 아열대 식물인 소철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 유카 또한 이번 태풍으로 인하여 목이 꺾여서 땅바닥에 뒹굴고 있다.

정문을 지나 발걸음을 재촉하여 중기 연수원 건물 뒤편으로 올라서면 연수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자그마한 텃밭이 조성돼 있다.

텃밭에는 고구마, 땃두릅(독활)이 한밭 가득히 심어져 있다. 푸른 잎이

싱그러운 땃두릅은 꽃송이 또한 특이하다.

또 한쪽에는 오가피나무에 열매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바로 옆에는

열매가 붉게 익은 뜰 보리수나무가 있다.

뜰 보리수나무는 보리수나무와 거의 같지만 열매에서 차이가 난다.

두 나무 모두 열매가 붉은색 이지만 뜰 보리수는 열매가 둥근 계란형이고

보리수는 둥근 형이다.

이뿐만 아니다. 역시 아열대 식물인 비파나무도 볼 수 있다.

비파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열매는 육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탱자나무 열매와 비슷하다.

열매는 아직 익지 않은 푸른빛이다.

 

텃밭을 지나면 동남쪽으로 한적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길 주변에는 낙엽이 떨어지는 활엽수들이 가수처럼 줄지어 서 있다.

풀밭에는 둥근이질풀, 쥐꼬리망초, 산박화가 수수한 꽃을 피워 길손을 반긴다.

죽도답게 빼곡하게 줄지어 서있는 울창한 대나무 숲길을 지나 남쪽으로 올라서니

산등성이 빈 공터에 캠핑장이 조성되어 있다.

동백나무와 대나무 잡목이 자연적인 울타리를 이루고 있는 조금 널찍한 캠핑장에는

여러 동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텐트 안쪽에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한 사람도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

이곳에 텐트를 치고 있는 사람들은 야영객이 아니라 중기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연수생들이라고 한다.

하루에 두 끼 식사만 하고 매일 새벽4시면 일어나 이곳에서 멀지 않은

미륵불까지 행군을 한다.

다시 돌아와 해변아래 쪽에 있는 명상 바위에 앉아 이른 아침 동이 틀 때 가지

명상을 한다고 한다.

캠핑장에서 오솔길은 남서쪽으로 이어진다.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빼곡하게

줄지어 서 있는 원시림의 호젓한 숲길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힐링이 따로 있나 이것이 바로 힐링이다.

부드러운 흙 길 위로 발걸음을 옮겨 놓을 때 마다 촉촉하게 스며드는 촉감이

온몸으로 퍼지니 기분이 가뿐하다.

여기에다 날씨까지 화창하니 기쁨이 두 배가 된다. 양지바른 언덕 위에

봉분들이 여럿인 묘들이 조성되어 있다.

섬에서 보는 묘의 봉분들은 육지에서 보는 것보다

대체로 규모나 크기가 작다. 아마도 흙이 봉분 조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묘지를 지나 내려서면 삼거리 갈림길이다.

 

여기서 남쪽 해안가로 내려서면 오늘 산행의 첫 번째 백미인 명상바위 이다.

남서쪽은 미륵불로 가는 길이다.

동백나무와 소나무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숲길을 이으며

약10 분 정도 남쪽 해안 쪽으로 내려서니 널찍한 너럭바위가 길손을 반긴다.

사방으로 확 트인 명상바위에서 휘 둘러보는 주변의 풍경이 천하일품이다.

발 아래쪽에는 청명한 가을 하늘색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비취색의

푸른 바닷물이 육지에서 보았던 커다란 호수를 보고 있는 듯하다.

바람조차 불지 않아 물결조차 일렁이지 않는 잔잔한 바다는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바로 전방에 거제도 노자산, 가라산에서 길게 파노라마 치는 거제 지맥이

망산까지 길게 누워있다.

동쪽에는 동서로 길게 누워 있는 추봉도가 한눈 가득히 들어온다.

남쪽으로 눈길을 주니 장사도와 소덕도, 대덕도가 손에 잡힐 듯 지척에 있다.

저 멀리 성문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섬이 차례로 얼굴을 보여준다.

 

남동쪽 해안선은 여러 가지 형상을 한 해식애로 이루어진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반해 남서쪽은 한눈에 보아도 아찔할 정도로 깔아 지를 듯한 해식애로

이루어진 바위절벽이다.

그 바위 절벽 위에 줄지어 서있는 푸른 소나무가 바닷물과 어우러지며 절경을 펼친다.

한눈에 보아도 아찔한데 갯바위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강태공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해안선과 가까운 바닷물 위에는 굴 양식용 부표들이 앙증맞게 떠 있다.

비좁은 바위 틈새로 줄지어 늘어선 억새꽃송이가 이채롭다.

한쪽 모퉁이에는 노란색 꽃송이가 소담스러운 갯고들빼기도 있다.

 

바로 눈앞에 내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유토피아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제 까지 남해와 서해의 많은 섬들을 탐방 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머물고 싶지만 돌아갈 배 시간에 맞추려면 일어서야 한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조금 전에 왔던 삼거리로 유턴하여

서쪽에 있는 부처바위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호젓하고 조용한 등산로는 여전히 미로 같다. 살짝 올랐다가 내려서기를

여러 번 반복 하면서 내려서니 고라니 서식지이다.

섬에 야생동물인 고라니가 살고 있다니 신비스러움 마저 든다.

규모가 작은 섬에서는 거의 야생동물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인근 용초도에서 고라니를 만난 적이 있다.

이 죽도에도 고라니가 살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인기척조차 없는

이 죽도에서 고라니를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사람소리에 놀랐는지 고라니는 더욱 숲 속에 몸을 숨기고 얼굴조차 보여 주지 않는다.

고라니 서식지를 지나 평평한 오솔길을 이으며 내려서면 나무에 밧줄로

안전선을 설치 해놓았다.

밧줄을 매어 놓은 소나무 아래쪽에 미륵불을 모셔 놓았다.

나는 부처바위라고 하여서 자연석에 조각 해놓은 커다란 마애불을 떠 올렸다.

하나 예상과는 달리 자그마한 자연석에 미륵불을 조각하여 소나무아래에

모셔 놓은 것이 아닌가!

이 미륵불은 중기 연수원에서 모셔 놓았다고 한다.

전방이 확 트인 이곳은 오늘 산행에서 두 번째 만나는 백미이다.

미륵불을 모셔 놓은 남동쪽과 남서쪽 모두 깎아지를 듯한 바위 절벽이

하늘을 향해 높이 솟구쳐 있다.

미륵불이 모셔져 있는 아래쪽은 천 길 낭떠러지 바위 절벽이다.

중앙의 천 길 낭떠러지에서 양쪽에 바위 절벽을 두고 앞쪽은 시야가 확 트인 바다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인간세상(人間世上)이 아닌 선경의 세계(仙境世界)이다.

이곳에서 수려한 풍경을 보며 잠시 무거운 배낭을 내리고 휴식을 취한다.

 

바로 옆에는 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옹달샘이 있다. 산등성이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물이 식수로 사용하기에 아주 좋다.

풀숲에는 육지에서도 첩첩 산중에서만 볼 수 있는 천남성이 있다.

또 한쪽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은 털머위도 있다.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가 수줍은 섬 색시 얼굴 같다.

섬에서도 바닷가 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화 이다. 가을이면 노란색의 꽃이 핀다.

잎은 우리가 식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먹우와 닮았지만 엄연히 구별된다.

부처바위에서 당산갈림길 까지는 경사가 약간 급한 오르막길을 북쪽으로 올라야 한다.

능선 곳곳에 육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붉은 색의 꽃송이 아래쪽에 밥풀처럼

새 하얀 점이 있는 꽃며느리밥풀이 길손을 반긴다.

이마에 땀이 송알송알 맺혀서 흘러내릴 쯤 당산 삼거리 갈림길에 이른다.

삼거리 갈림길 에는 이정표가 붙어 있다. 하나 혼란스러운 것은 이정표에는

당산이란 표현이 없다. 중기 연수원과 지나온 미륵불만 표기되어 있다.

방심하고 그냥 지나치면 당산 정상에 올라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나 또한 방심하고 그냥 지나쳤다가 다시 유턴하여 당산에 올랐다.

 

당산으로 올라서는 길 역시 동백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잡목이 한데 어우러지며

숲을 이루고 있다. 경사가 완만하여 올라서는 데는 힘이 들지 않았으나 정작

당산 정상에 올라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빼곡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이 주위의 풍경을 모두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산 정상에는 돌로 성을 쌓았던 흔적처럼 보이는 돌무더기만 있을 뿐 정상

표지 석은 없다.

정상에서 중기 연수원으로 내려서는 길은 선명하게 잘나 있다.

당산 정상에서 다시 올라왔던 삼거리로 유턴하여 다시 북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5분 정도 호젓한 오솔길을 이으면 양지바른 곳에 무덤 2기가 있다.

무덤을 지나면 좁은 오솔길이 널찍한 임도 길로 이어진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임도 길 같지만 옛날에 섬 주민들이 밭으로 이용했던 농경지이다.

지금은 농경지를 이용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황무지로 변해 있다.

잡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서쪽은 여전히 해안선을 이으며 비취색의 푸른

바닷물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산중턱이지만 물이 흔하여서 그런가! 많은 수의 잠자리들이 무리 지어 날며

어지럽게 춤을 춘다.

이에 뒤질세라 나비도 날개 짓을 하며 공중을 힘차게 날고 있다.

서쪽 해안가의 울창한 동백 숲에서는 아름다운 선율로 목청껏 소리를 높이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길손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섬에서 새소리를 듣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죽도에 새들의 먹이가 되는

잠자리를 비롯한 많은 수의 곤충들이 서식하고 있다.

여기에다 식수로 이용할 수 있는 맑은 물이 풍부하다.

이러한 환경조건이 새들을 죽도로 불러 모으게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널찍한 길옆에 감나무가 외롭게 서있다. 나무에는 자그마한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열매가 작은 것으로 보아 야생에서 자라는 감나무이다.

그러고 보니 섬마을에서 감나무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육지에서는 어느 마을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감나무이다. 가을이면 붉게 익어가는 감이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죽도 마을에서 보지 못했던 감나무를 산에서 보게 된다.

아직 푸른색의 감이지만 붉게 익으면 또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인근 숲에서는 누리장나무, 족싸리, 덩굴 칡도 볼 수가 있다.

 

마치 산책로 같은 조용하고 환상적인 오솔길은 북쪽에 있는 철탑까지 길게 이어진다.

시원한 그늘과 바다 그리고 푸른 소나무 숲에서 나오는 향긋한 솔향기를 맡으며

나 혼자만의 사색과 낭만을 마음껏 즐긴다.

철탑에서 동쪽 중기연수원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이곳은 햇볕이 잘 드는 남쪽과는 달리 섬의 북쪽이라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낮인데 도 불구하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 느껴진다.

발밑의 흙은 습기가 많고 돌들이 많이 있다. 울창한 원시림의 숲길을 이으며

동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끔씩 북쪽으로 사방이 훤하게 확 트인 전망대도 만나게 된다.

숲 속 오솔길에서 내려다보는 죽도마을과 용초도, 한산도, 추봉도 풍경은

또 다른 시각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철탑을 지나 수십 분을 지나니 죽도마을로 내려서는 삼거리 갈림길이다.

여기서 바로 북쪽으로 내려서면 오전에 보았던 죽도 마을이다.

섬을 종주하고 싶어서 삼거리 갈림길에서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길게 나무그늘이 드리워져 있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사방이 확 트인

오솔길을 이으며 동쪽에 있는 중기 연수원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죽도에는 물이 풍부한 것 같다. 오솔길 곳곳에 습지가 만들어져 있다.

중기 연수원이 점점 가까워지며 마을로 내려서는 또 다른 갈림길에서

편백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하늘을 향해 높이 솟구친 편백나무 숲이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갈림길 삼거리 초입잡목 숲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진 동백나무가 인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이 길은 북쪽에 있는 중기마을에서 남쪽에 있는 부처바위로 이어지는 길이다.

삼거리 초입에 이정표가 있어서 혼란스러운 일은 없을 것 같다.

바닥에 돌이 많았던 것과는 달리 이제부터는 부드러운 흙 길이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 다시 널찍한 임도 길을 연상케 하는 황무지이다.

산 중턱 곳곳에는 옛날 농경지로 이용했던 자그마한 밭들이 지금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되어 버렸다.

풀밭에는 육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닭의장풀도 있다.

산 중턱 곳곳에 돌로 쌓아 올린 밭둑을 볼 수 있다.

태고의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북쪽 산등성이는 동백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주위에 보이는 것이 동백이다.

등산로는 오르고 내리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경사가 급한 곳은 없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경사가 없는 평평한 언덕길을 이으면 처음에

올랐던 캠핑장에 닿게 된다.

이곳 역시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대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캠핑장에서 중기 연수원으로 내려선 다음 죽도 마을 회관에서 오늘 섬 탐방을 종료한다.

경남 통영 항에서 뱃길로 약1시간 거리에 있는 죽도는 동경

128°32′, 북위 34°43′에 자리하고 있다.

통영에서 동남쪽으로 15㎞, 한산도에서 동남쪽으로 3㎞ 지점에 있다.

면적은 0.67㎢이고, 해안선 길이는 3.0㎞이다.

임진왜란 중 한산도에 본영을 둔 삼도수군통제영의 함선들이 무기 제조에

필요한 대나무를 이곳에서 사용하면서 죽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섬은 동서 방향으로 길며, 타원형의 구릉성 산지(최고 높이 137m)로 이루어

져 있다.

북쪽 해안은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아 선박이 쉽게 정박할 수 있으나

반면에 나머지 해안은 깎아 세운 듯한 해식애가 발달해 있으며 수심도

깊어 30m에 이른다.

 

온화한 해양성기후로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의 아열대성 식물이 성장하고

있다.

1월 평균기온은 3.0℃, 8월 평균기온은 25.3℃, 연간 강수량은 1,548㎜이다.

임진왜란 무렵 건양강씨와 경주정씨가 입도하였다고 한다.

2009년 기준 인구는 63명(남30명, 여33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세대주는

44세대이다. 취락은 북쪽 해안의 선착장 주변에 집중해 있다.

논은 없고 밭 0.14㎢, 임야 0.42㎢이다.

주민은 농업과 어업에 종사한다.

산물로는 쌀보리, 콩, 고구마, 마늘, 시금치 등이 소량 생산된다.

근해에서 삼치, 볼락, 돔, 바지락 등이 어획되고 미역 채취가 활발하다.

오후 4시 저 멀리 한산도 아래쪽 바다 위에 하얀 포말을 가르며 여객선 ‘바다랑’ 호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오후 4시30분 죽도 탐방을 모두 마치고 여객선에 승선을 마친다.

여객선에서 점점 멀어지는 죽도에 가을빛이 곱게 부서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