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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용초도.

풀꽃사랑s 2016. 10. 8. 19:14




용초도

청정해역으로 명성이 자자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인 경남 통영 앞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아름다운 남해 바다에 보석처럼 뿌려져 있다.

이 수많은 섬 중에 거제시에 속해 있는 거제도를 중심으로 하여 지심도, 외도,

해금강 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통영시에 속해 있는 미륵도, 한산도, 추봉도,

비진도, 연화도, 욕지도, 소매물도 등대섬 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섬들이다.

여기에 최근에 새로운 관광지로 명성을 알리는 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른 봄이면 붉은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지심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장사도가 있다. 이와 더불어 죽도와 용초도 또한 그러하다.

용초도는 동경128°30′, 북위 34°44′에 위치한다. 한산도(閑山島)에서 남쪽으로 1.0㎞,

통영에서 남쪽으로 11㎞ 지점에 있다.

면적은 3,41㎢ 이고 해안선 길이는 8,0㎢ 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근대사의 뼈아픈 과거를 간직한 섬이다.

‘용초’라는 지명은 수동산 기슭에 용머리풀이 많이 자생하여 유래했다는 설과, 용이

풀밭에 누운 것과 같은 모양에서 유래했다는 설, 또 섬이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우는

모양과 같다고 해서 유래 했다는 설 등이 있다.

동서로 길게 뻗은 섬으로, 최고봉은 섬의 동쪽에 위치한 해발 201m 고지이다.

섬의 중앙에는 두 번째로 높은 봉인 수동산(秀東山, 해발194m)있다.

 

해안선은 비교적 단조롭다. 남쪽은 암석 해안을 이루며, 북쪽은 사빈해안으로 되어있다.

2009년 기준으로 인구는 296명(남 152명, 여 144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세대수는

150세대이다. 취락은 북서쪽에 위치한 용초(龍草)마을과 동쪽에 위치한 호두(虎頭)

마을에 집중해 있다. 이 두 마을의 이름을 따서 용호리가 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전쟁포로들이 생기자 거제도를 비롯해 포로수용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1952년 미군들은 한산도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탈출이 어렵고

물이 풍성했던 용초도에 가장 악질적인 북한군 포로들을 수용했다고 한다.

특히 1953년 휴전 후에도 약 2년 동안 용초도 포로수용소는 연장해 운영하며 북한과

교환할 포로들을 임시로 수용했다.

이 때문에 그 당시 용초도에 거주했던 주민들은 한산도로 피난 갔다가 한참 후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섬 탐방은 통영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산도와 추봉도, 죽도, 비진도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용초도 이다.

 

올해 여름 날씨는 예년에 비해 유난히도 무더웠다.

매년 여름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마철에도 비다운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여기에 해마다 한반도를 지나가는 태풍마저 올해는 불어오지 않았다.

그 덕분에 용광로에서 펄펄 끓어 넘치는 붉은 쇳물 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던 여름 날씨였지만 절기상으로 입추와 처서 백로를

지나니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가을 날씨가 피부에 와 닿는다.

황금물결로 출렁이는 들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려온 버스는

어느새 통영 여객선 터미널 주차장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주말이라 그런가! 여객선 터미널에는 많은 사람들이 섬 여행을 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오늘 우리를 태우고 용초도로 떠날 ‘바다랑 ’

여객선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직 최근에 붐이 일기 시작한 섬이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여객선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섬 주민들 몇 분과 함께 승선을 마친다.

그 덕분에 선실 내에는 조용하고 아늑하여 가족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통영 항을 뒤로

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객선은 물위를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아간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호수처럼 잔잔한 바닷물을 출렁이게 한다.

솜털구름이 살짝 드리워진 파란 가을 하늘 사이로 눈부신 가을 햇살이 곱게 부서져 내린다.

통영 항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미륵도가 점점 거리를 벌리며 시야에서

저만치 멀어져 간다.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달려가는 여객선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산도가 길손을 반긴다.

한산도와 지척에 있는 작은 섬에는 무성하게 섬을 뒤덮으며 무리 지어 서 있는

푸른 대나무 숲이 색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연속해서 손에 잡힐 듯하며 가까이 다가서다 멀어지는 크고 자그마한 앙증맞은 바위섬들이

길손의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섬 아래쪽 갯바위에는 강태공들이 화창한 가을날에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특히 바위섬에 사시사철 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 숲에서는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아름답게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새삼 자연이 빚어 놓은 생명의 오묘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선상에서 지척에 있는 섬을 바라보면 꼭 육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거대한 산들이

무리지어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있는 형상과 많이도 닮았다.

저 멀리 한산도와 추봉도 사이를 연결해 놓은 추봉교가 서서히 눈앞에 그 자태를

드러낸다.

추봉교가 눈앞에 완전히 모습을 보일 쯤 서서히 오늘 탐방할 용초도가 얼굴을 보여준다.

 

울창하게 원시림의 숲을 이루고 있는 용초도 수동산 아래쪽 바닷가 포구에 아늑하게 들어

앉은 용초 마을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따로 없다.

비취색의 바닷물과 어우러지는 포구안쪽의 마을 풍경은 이곳을 찾은 길손의 입에서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한다.

마을 앞쪽 바닷물 위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즐비하게 줄지어 있고 그 옆에는 작은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다.

통영 항을 출발하여 약40분 이상 달려온 여객선은 용초도 용초마을 선착장에 잠시 정선한다.

이곳에서 짐을 실은 후 여객선은 섬을 중심으로 하여 동쪽으로 우회하여 돌아 나와

다시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달려 나간다.

 

비취색 남해의 푸른 바다 위에 아늑하게 들어앉은 용초도 섬에 빼곡하게 줄지어 서있는

원시림의 푸른 숲은 아직 가을이 아닌 한여름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산등성에는 푸른 소나무가 해변에는 활엽수 종류의 나무들이 줄지어

빼곡하게 서 있다. 섬 둘레를 길게 이으며 임도처럼 보이는 길이 해안선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산초교 용호분교로 이어진다.

용초분교는 해수욕장처럼 펼쳐진 해변에 별장같이 지어져 있어 건물자체를 보면

누구에게든 호기심을 일으킬만한 풍경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해변모래사장 위쪽에 있는 한산초교 용호분교는 지금은 폐교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운동장 한쪽에 있는 놀이기구는 정겨움을 더해주는 반변 인적조차 없는 폐교 건물은

썰렁한 분위를 연출한다.

그렇지만 하늘을 향해 서있는 세 그루의 푸른 소나무가 비취색의 바닷물과 어우르지는

풍경은 길손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용초선착장을 출발한 여객선은 약 10분 이상을 더 달려 오늘 최종 목적지인

호두선착장에 정박한다.

여객선에서 내려서니 오늘 가이드를 해주실 호두마을 이 장님이 이곳을 찾은 길손을 반긴다.

섬 서쪽에는 수동산이 동쪽에는 해발201m 의 나지막한 야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중앙에는 작은 면적의 해수욕장으로 조성되어 있는 모래사장이 있다.

양쪽 모두 나지막한 야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포구 안쪽에 아담하게 들어앉은

호두마을은 전형적인 어촌 마을 풍경을 보여준다.

마을뒷산처럼 하늘을 향해 피라미드처럼 우뚝 솟아 있는 해발 201m고지 산기슭에는

자그마한 텃밭으로 이용하고 있는 농경지가 조성되어 있다.

서쪽에 들어앉은 수동산은 육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야트막한 야산을 연상케 한다.

수동산 역시 산 아래쪽 비탈에는 널찍한 억새 평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 역시 예전에는 농경지였으나 지금은 농사를 짓지 않아서 땅이 황무지로

변해 버린 것 같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들은 수동산 쪽이 아닌 해발201m 고지 아래쪽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남향으로 들어앉아 있다.

비록 규모는 작고 몇 가구 되지 않는 아담한 섬마을이지만 갖출 것은 다 있다.

마을 입구에는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피해 편히 쉴 수 있는 아담한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정자뒤쪽에는 현대식 건물인 마을 회관이 있다.

마을 앞쪽 바다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자리 잡고 있다.

양식장 옆쪽에 여객선과 고깃배가 접안 할 수 있는 부두와 파도를 막아 주는 방파제가

조성되어 있다.

호두 마을 뒷산인 해발201m 고지 탐방 길은 마을 담장과 나란히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를 지나 북동쪽으로 올라서며 시작한다.

최근에 등산로가 개척되었다고 하나 그 흔한 이정표하나 없다.

경사가 가파른 농로 길을 힘겹게 올라서니 산기슭에 농경지로 이용하던 밭이

이제는 억세만 무성한 황무지가 되어 있다.

어른 키만큼 자란 억새풀 사이로 용담과 비슷한 꽃모양을 하고 있는 야고(野菰)가 연한

홍자색의 꽃을 피우고 길손을 반긴다.

우리나라 제주도와 경남, 전남 섬지역의 풀밭에서 자라는 한해살이 풀이다.

이 꽃은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하기도 하며 억새풀 뿌리에 기생하는 식물이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야생화이다.

 

잡초와 억새가 무성하여 길조차 보이지 않는 황무지를 조심스럽게 지나니 길손의

방문에 놀란 고라니가 억새풀밭 사이를 힘차게 달려간다.

섬에서 야생동물인 고란이가 살고 있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발걸음조차 옮기기 힘든 길을 넘어지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재촉하며 올라서니 미니

전망대가 펼쳐진다. 바로 눈앞에 포구 중앙에 자리 잡은 해수욕장이

손에 닿을 듯하고 지척에 하늘을 향해 우뚝 솟구친 비진도가 바로 눈앞에 있다.

저 멀리 아스라하게 욕지도가 뿌연 해무 속에서 살짝 얼굴을 드러낸다.

섬은 섬에서 보았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비취색의 해안선을 휘감으며 아늑하게 들어앉은 수동산에 빼곡하게 줄지어 서 있는

푸른 소나무 숲이 바다와 어우러지며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바닷물이 빚어 놓은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해식애(海蝕崖)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전망대를 지나 사람이나 야생동물조차 다닌 흔적조차 없는 울창하게 우거진 원시림

숲을 헤집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발밑은 온통 흙이 아닌 자그마한 돌들로 이루어

져 있어 발걸음을 옮겨 놓기 조차 힘이 든다.

급경사로 이루어진 된비알을 숨이 넘어 갈 듯이 힘겹게 올라서니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해발 201m의 정상이다. 이곳 역시 산 정상 표지 석은 없다.

최근에 등산로를 개척하며 붙여놓은 붉은색의 표지기에 적어 놓은 글만이 전부이다.

 

산 정상에서 잡목과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흙길을 이으며 서쪽으로 발걸음을 약5분 정도

옮기면 오늘 산행의 최고 전망대에 닿는다.

산 아래쪽은 천 길 낭떠러지이지만 사방이 탁 트여서 주위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앞 지척에 죽도가 아늑하게 앉아 있고 그 위쪽에 최근에 개발 붐이 일며

개방된 장사도가 비취색의 푸른 바닷물 위에 길게 누워있다.

저 멀리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이 아스라하게 눈에 들어온다.

길게 등을 보이며 누워 있는 장사도 뒤쪽으로 동서로 길게 성벽처럼 망산, 가라산,

노자산으로 이어지는 거제지맥산줄기가 길게 파노라마 치며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길게 장대하게 누워있는 거제지맥은 섬이지만 꼭 육지에서만 볼 수 있는 커다란

산줄기를 연상케 한다.

바로 옆에는 추봉도가 손에 닿을 듯이 살짝 얼굴을 보여준다.

전망대에서 동쪽으로 계속 능선을 이으며 내려가고 싶지만 내려서는 쪽으로 길이

뚜렷하지 않아 종전에 올랐던 방향으로 다시 유턴 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빼곡하게 우거진 잡목 사이로 우리나라 산이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진달래나무도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꽃피는 봄철에 오면 또 다른 산행을 맛 불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산이나 똑 같이 항상 올라설 때 보다 내려가는 길이 힘이 두 배로 든다.

특히나 오늘 산행 길은 처음으로 등산로를 개척하며 올랐든 길이라 내려서는데 여간

고역이 아니다. 온통 돌로 이루어진 산비탈 능선은 조금만 방심하면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기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한발 한발 걸음을 옮길 때 마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재촉하며 오늘 오전에 올랐던 호두

마을로 무사히 내려선다.

호두 마을에서 서쪽에 있는 수동산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마을에서 서쪽 산비탈로 올라서면 이곳 역시 억새가 무성한 풀밭이다.

 

풀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던 흑염소가 길손을 반긴다.

좀처럼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일가 염소가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며

길손에게 다가온다.

이곳 역시 옛날에는 농경지로 사용하였지만 지금은 잡초가 무성하게 뒤덮은 황무지이다.

억새와 잡초가 무성한 길을 헤집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올라서면 널찍한 빈 공터에

옹기종기 묘들이 조성되어 있다. 잡초가 깨끗하게 정리된 봉분들이 바다를 보며

가지런히 모여 있다. 이곳은 호두 마을에 있는 공동묘지이다.

공동묘지를 지나면 돌로 담장을 쌓아 놓은 오솔길을 지나 원시림의 숲이 우거진

북쪽 안부로 경사가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이 돌담길은 마을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하나의 집처럼 보였다. 꼭 산 중턱에 별채가

있는 것 같았는데 실제로 올라서서 보니 그 형상이 돌담이다.

오솔길을 이으며 산중턱으로 올라서면서 보니 숲 속에 종종 물이 고여 있는 곳이 있다.

비록 섬이지만 땅속에서 물이 솟아 올라오는 샘이 있고 지금은 잡목들만 빼곡한

평평한 곳에는 옛날에 벼농사를 재배했던 농경지였다고 옆에서 함께 산행을 하시던

호두마을 이장님께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신다.

 

옛날의 샘은 흙으로 완전히 메워져 있지만 여전히 물은 땅위로 올라오고 있다.

농경지로 사용했던 곳은 돌로 가지런히 쌓아 올린 논두렁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남해의 다랭이 논과 같다는 것을 느낄 수 가 있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부지런히 올라서면 수동산 안부 고개 만뎅이다.

안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올라선 오솔길을 뒤돌아본다. 호두 마을에서 이 안부로

올라서지 말고 수동산으로 바로 올라서도 될 것 같다.

안부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솔길을 이으며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또 다른 공동묘지이다.

공동묘지를 지나면 양쪽으로 시원스럽게 양쪽으로 빼곡하게 줄지어 서 있는 잡목으로

이루어진 한적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무더운 여름에 오면 삼림욕을 즐기기에는 아주 좋을 것 같다.

시원하게 그늘이 드리워진 오솔길을 지나면 널찍한 임도 길이 이어진다.

이임도 길은 굴삭기로 인공적으로 조성하였다고 한다. 숲속 곳곳에 한국 전쟁 때 미군들이

사용했던 군사용 참호가 지금도 남아 있다.

섬이라 그런지 숲속에는 그 흔한 새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숲속에서 재잘거리는 새들이

있다면 산행의 기분이 한결 운치 있고 좋을 텐데 많은 아쉬움이 있다.

때때로 탁 트인 곳에서는 주변의 섬들을 조망 할 수 있다. 흙으로 이루어진 임도 길이

끝나고 시멘트로 바닥이 포장된 임도 길이 새롭게 이어진다.

길바닥에는 솔잎이 낙엽이 되어 수북하게 떨어져 있다.

임도 길 곳곳에 한국 토종밤이 익어가고 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누리장나무도 볼 수 있다.

누리장나무 꽃은 많이 보았지만 붉은 열매가 맺어 있는 것은 처음이다.

주렁주렁 나뭇가지에 붉게 매달려 있는 열매들이 앙증맞다.

 

누리장나무를 지나 쭉 내려서면 임도길 갈림길이다.

이곳 역시 이정표하나 없다. 갈림길에서 용바위가 있는 남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부지런히 내려선다. 섬이지만 숲에는 잡목을 휘감고 있는 칡넝쿨이 무성하다.

갈림길에서 약 10분 정도 내려서면 몽돌해수욕장 갈림길이다.

이곳 역시 이정표가 없다. 시간이 충분하면 몽동해수욕장을 둘러보면 좋겠지만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 길을 이으며 쭉 내려서니 저 멀리 용바위가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임도는 해안선가 맞닿으면서 끝이 나고 커다란 돌들이 늘려 있는 자갈길이 용바위 까지

이어진다. 바닷물이 거친돌들의 표면을 미끈하게 빚어 놓았다.

돌들이 하나같이 반짝 반짝 윤이 난다. 용바위 쪽으로 이어지는 해안선 역시 바닷물이 해식애(海蝕崖)을 빚어 놓았다.

여러 형상으로 깊게 골이 패인 해안선은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이으며 발걸음을 분주히 옮기니 오늘 산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용바위이다. 널찍한 너럭바위로 이루어진 용바위에 올라서면 바로 지척에 팔손이나무로

유명하게 알려진 비진도가 바닷물 위에 아담하게 누워있다.

바닷물의 풍화작용으로 이루어진 용바위는 여러 가지형상을 하고 있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 져 있다. 널찍한 너럭바위로 이루어진 용바위는 많은 사람들이

쉬어 가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하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남쪽으로 전망이 확 트이긴 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단조로운 것이 단점이다.

바위틈 곳곳에 붉은 꽃을 피운 갯무릇이 이곳을 찾은 길손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오늘 산행을 하면서 숲속에서 가끔 보았던 갯무릇이 용바위 주변 비좁은 바위틈새

곳곳에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있다.

자연의 오묘하고 신비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용바위에서 배낭을 내리고 휴식을 한 다음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서니 아직

꽃잎 피지 않은 해국이 무리지어 길손을 반긴다.

산비탈에는 등골나물이 자주색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곳에서 잠시 생각을 잘 못 하여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했다.

용바위에서 유턴하여 왔던 임도 길로 갔으면 편안한 산행이 되었을 것이다.

무턱대고 앞에 선두를 따라 간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이미 오던 길을 뒤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무턱대고 길도 없는 산비탈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전에 경험했던 풀밭보다 더 험한 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잡초가 우거져 발목까지 빠져 길도 없는 산기슭을 힘겹게 올라서니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 길이다. 언제나 과욕은 화를 부른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임도 길에서 북쪽으로 내려서니 눈앞에 저 멀리 오늘 오전에 보았던 통영 미륵도가

눈앞에 펼쳐지고 바로 전방에 한산도가 지척에 있다.

미륵도와 한산도를 마주하고 포구에 아늑하게 들어앉은 용초마을이 바다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산행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 준다.

용초마을 정자나무 아래에서 오늘 산행일정을 모두 마무리 한다.

통영으로 돌아오는 여객선에서 서서히 눈앞에서 점점 멀어지는 용초도에

저녁 땅거미가 드리워진다.

짙은 어두움이 서서히 내리는 용초도에 어느새 가을이 사뿐히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