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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금오산 망덕포구.

풀꽃사랑s 2016. 12. 25. 09:22


하동 금오산, 망덕포구.

 

금오산은 동남쪽으로 뻗은 지리산 줄기로 하동군의 동쪽 남해 연안에

우뚝 솟은 높이 849m, 둘레34㎞(80리)의 웅장한 산이다.

진교(辰橋)남단(南端)임해(臨海)에 위치한 금오산(金鰲山)은 노적(露積)가리처럼

우뚝 솟아 있어 옛날에는 소오산이라 하였으며 병목처럼 생겨 병요산(甁要山)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명산의 주맥(主脈)따라 자그마한 산줄기가 끊어 질 듯 이어져 내려 바다를 건너다보는

자라(鰲) 형상(形象)과 같고 오행설(五行設)에 따르면 산(山)의 상(象)이

금상(金相)이므로 금오산이라 이름 지어 부르고 있다.

산 아래에서 보는 금오산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산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금오산이 품고 있는 숨은 비경은 산 정상에 올라 주위를 휘 둘러 보아야만 알 수 있다.

 

금오산 탐방은 상촌 마을에서 마애불로 올라서며 시작한다.

호젓한 탐방 길을 이으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매애불을 지나 경사가 급한 된비알을

힘겹게 올라서면 금오산 정상이다.

사방이 확 트인 금오산 정상에서 휘둘러보는 풍경은 천하일품이다.

한마디로 야! 정말로 아름답고 멋지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한다.

남쪽으로 사천 와룡산, 거제도 계룡산, 남해 금산, 호구산, 망운산 등

높고 낮은 산들이 저마다 어깨를 맞대며 서로 자웅을 겨루고 있다.

바로 지척에 수많은 섬들이 남해의 비취색 푸른 바다 위에 보석처럼 뿌려져 있다.

항상 내가 그리워하던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닷물은 파란 가을하늘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펼친다.

보석처럼 뿌려진 수많은 섬들이 새파란 바닷물과 어우러지며 천혜의 절경을

빚어 놓았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 서쪽에는 광양 백운산이 북쪽에는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이 옹골차게 들어 앉아 있다. 산 능선을 따라서 둥근 원을 그리듯

이어지는 산줄기 중앙에 하동 금오산 정상이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쳐 있다.

저 멀리 수평선너머로 겹겹이 누워있는 스카이라인 산등성이에 엷게 채색된

새하얀 솜털구름이 살짝 산허리에 비껴 내려앉은 풍경은 또 다른 운치를

느끼게 해준다.

날씨는 가을 날씨답지 않게 후끈하게 달아오른 여름을 방불케 한다.

얇게 하늘을 뒤덮고 있던 하얀 솜털구름이 걷히면서 금방이라도 푸른 물이

빗방울처럼 뚝뚝 땅을 향해 떨어 것만 같은 청량한 가을 하늘을 보여준다.

해안선을 따라서 이어지는 남해의 들녘은 벌써 황금빛으로 곱게 물들고 있다.

황금빛으로 곱게 물들기 시작하는 벼들이 따가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알알이

여물어 가고 있다.

 

바다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물결조차 일렁이지 않는 잔잔한 호수 같은 가을 바다는 정겨움을 더해준다.

하동 금오산 둘레 팔십 리의 웅장한 산 능선을 이으며 펼쳐지는 푸른 송림

숲은 산뜻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새파란 초록색 신록이 울창한 원시림처럼 우거진 숲 속에서는 가을을 재촉하는

쌀 매미들이 흥겨운 노래를 들려준다.

풀숲에 외로이 피어 있는 산비장이가 싱그러움을 더하여준다.

꼭 푸른 5월에 볼 수 있는 엉겅퀴 꽃과 많이도 닮았다.

서남쪽으로 눈길을 주면 하동의 화력발전소와 광양만의 넓은 벌에 웅장하게

들어앉은 광양제철소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 제철소와 화력발전소가 건설된 것은 아마도 지리적으로 석탄과 철광석

을 쉽게 운반할 수 있는 바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금호남정맥의 산줄기인 전북 진안 팔공산 북서쪽의‘천상데미

(하늘에 오르는 봉우리)’ 서쪽 기슭, 북쪽 계곡‘데미샘’에서 발원하는 섬진강

물줄기가 굽이굽이 호남정맥을 휘감아 돌아가며 기름진 옥토를 빚어 놓았다.

 

강줄기를 따라 주변에 점점이 보석처럼 흩어져 있는 야트막한 야산들이 무리

지어 있는 풍경은 육지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섬이다.

호남지방을 길게 남쪽으로 가로지르며 흘러내리는 섬진강은 전남 구례에 산수유

마을을 빚어 놓았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포구 직전에 있는 하동과 광양에는 매화가 자라는 데 적합한

환경을 빚어 놓았다. 이른 봄 새하얀 매화가 만발하는 섬진강 하구는 신천지를

느끼게 할 정도로 아주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아름다운 환경을 빚어 놓은 섬진강이 바다와 만나는 망덕포구가 눈앞에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펼쳐진다.

어느새 가을빛이 곱게 내려앉은 섬진강이 정겨움을 더하여준다.

첩첩이 포개진 산등성이 사이로 검푸른 빛의 광양 백운산 정상이 하늘을 향해

높이 솟구쳐 있다. 눈앞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백운산을 바라보며 이제는

옛 추억이 되어 버린 호남정맥 산행의 아름다운 옛 추억이 눈앞에 그려진다.

금오산 정상에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군사시설은 철거 되었으나 근처에는 한국

통신 중계 탑이 서 있다.

 

고려 시대에 축성한 금오산 산성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성채는 무너지고

흐드러지게 널려있는 돌무덤이 그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이곳을 하동 사람들은 해맞이 공원이라 이름 하여 부르고 있다.

사방이 확 트여서 남해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다.

많은 사람들은 매년 해가 바뀔 때 마다 이곳에 올라 남해 바다에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가슴속에 담아두고 품고 있던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달리는 말의 말발굽 모양이 산 능선이 휘감아 돌아 나가는 정상 아래쪽에는

달 바위 전망대가 있다.

나무로 아담하게 세워 놓은 널찍한 전망대에 올라 남해 구두 산에서 떠오르는

휘영 찬란한 달빛과 광양제철소의 야경은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해준다고 한다.

 

남해의 백중 달맞이는 달을 보고 소원을 빌고 한해 의 농사를 점치는 세시 풍습이

오늘 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달빛이 북쪽으로 치우치면 두메에 풍년이, 남쪽으로 치우치면 바닷가에

풍년이 든다는 옛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매년 음력7 월 보름(7월15일)날 남녘의 금오산에서 달맞이 행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해가 지는 일몰을 바라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달 바위 전망대에서 남쪽으로 발길을 재촉하여 내려서면 석굴암이라 불리는

조그마한 암자를 만나게 된다.

암자 안쪽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굳게 닫힌 문은 낯선 이방인의 방문이 탐탁지

않은 듯 자물쇠로 잠겨 있다.

아마도 이곳에서 도를 닦던 스님이 잠깐 외출을 나간 것 같다.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흘러내리는 물인가 그렇게 많은 양이 흘러내리지 않는

물을 바가지에 담아 목을 축인다. 물맛이 꿀맛이다.

 

암자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내려서면 고려시대부터 있던 봉수대가 이제는

흔적만이 남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봉수대에서 가파른 능선 길을 이으며 내려서면 핑크색의 꽃을 피운 며느리 밥풀,

나비나물, 보라색의 배초향, 하얀색의 꽃을 피운 은꿩의 다리, 푸른 산수국,

분홍색의 물봉선화 등 소박하고 수수한 야생화가 신선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임도 길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내려서면 하동군 금남면 중평리 상촌마을이다.

마을 한쪽에 아담하게 들어앉은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를 가득 채운 초록빛으로 곱게 물던 물이 청량감을 더하여준다.

저수지 위쪽에 있는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려 있는 곱게 잘 익은 붉은 감 홍시가

상큼한 가을 맛을 느끼게 해준다.

 

상촌마을에서 산행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 섬진강 하구에 있는 망덕포구로 장소를 옮긴다.

망덕포구에서 싱싱한 전어회를 즐겨본다.

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상추에 전어회를 곁들여서 먹으니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 맛을 잊지 못해서 집 나간 며느리도 가을 전어 철이 되면 돌아온다는 옛말이

전해져 내려오나 보다.

포구를 가득 채운 푸른 물이 때맞추어 불어오는 산들 바람에 일렁이며 넘실거리는

망덕포구는 바다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포구 맞은편 너머로 두리뭉실하게 어깨를 맞대고 이어지는 산 능선과 끝없이 펼쳐지는

초록색으로 곱게 물던 강변이 서로 어우러지며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저 멀리 황금빛 모래사장 너머 강변의 언덕에 듬성듬성 무리를 이루며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쳐 서 있는 이태리 포풀러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눈앞에 무리 지어 서 있는 아름드리나무를 보니 어릴 때 내가 자란 고향의 아련한

옛 추억을 새록새록 떠 올리게 해준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찰랑찰랑 일렁이는 푸른 물결은 시심(詩心)을 절로

떠올리게 해준다.

이 순간만큼은 내 생애의 모든 일을 잊고 싶다.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고 꿈결 같은 대자연속에서 마음껏 즐기고 싶다.

포구를 가득 메운 강물이 바닷물처럼 새 파랗다 못해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새파란 물결이 불어오는 바람에 출렁이며 천상화원을 이루고 있는 섬진강

망덕포구에 가을빛이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