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세시 풍속 명절과 절기.

오늘은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입니다.

풀꽃사랑s 2025. 3. 5. 10:09

작년 여름에 만난 개구리입니다. 제가 유년 시절만 해도 들녘의 논이나 밭 그리고 산과 개울, 강에서 개구리를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고독성 농약을 살포하고 각종 오염 물질로 인하여 환경이 오염되면서 개구리가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그나마 오염이 되지 않은 곳에서는 이렇게 귀여운 개구리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24절기 중 3번째 절기 경칩(驚蟄).

1년을 24개로 구분한 24절기 가운데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은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와 네 번째 절기인 춘분(春分) 사이에 있는 절기입니다.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軌道=행성이나 혜성, 인공위성 따위가 중력의 영향을 받아, 다른 천체의 주위를 돌면서 그리는 일정한 곡선의 길)인 황도(黃道=지구를 중심으로 한 천구상의 태양 궤도. 천구상(天球上=천체 관측에서 천체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지구를 중심으로 나타낸 좌표계)의 움직임이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連動=聯動=한 부분을 움직이면 연결된 다른 부분도 잇따라 함께 움직이는 일) 됩니다. 경칩(驚蟄)은 태양의 황경(=태양이 지나가는 길. 황도 좌표의 경도(經度). 춘분점을 기준으로 하여 황도를 따라 동쪽으로 돌아 0도에서 360도까지 잰 천체의 각거리) 345도인 날로, 동지(冬至) 이후 74일째 되는 날로 음력은 2, 양력은 35~6일 무렵이 됩니다. 경칩(驚蟄)은 봄에 해당하는 6절기(立春, 雨水, 驚蟄, 春分, 淸明, 穀雨) 중 세 번째 절기로 봄의 중반에 들어서는 때입니다.

경칩(驚蟄)은 우수(雨水)가 지난 15일 후가 되는 날로, 이 무렵 기온이 비교적 빠르게 오르고 가끔 보면 봄에 천둥(뇌성<雷聲>=벼락이나 번개가 칠 때 대기가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이 칩니다. 경칩(驚蟄)은 땅의 얼음이 녹으며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벌레들이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경칩(驚蟄)’이라는 말은 봄철이 되어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 등 변온동물(變溫動物=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어서 바깥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동물. 포유류(哺乳類)와 조류(鳥類)를 뺀 무척추동물, 어류, 양서류, 파충류 따위가 이에 속한다)들이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나() 움직이는 것을 뜻합니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경칩(驚蟄) 무렵이 되면 겨울철의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하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게 되어, 한난(寒暖=춥고 따뜻함)이 반복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기온은 날마다 상승하여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됩니다.

경칩(驚蟄)은 원래 계칩(啓蟄)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경칩(驚蟄)이 계칩(啓蟄)에서, 경칩(驚蟄)으로 바뀌게 연유가 옛날 중국 후한 때, 반고가 지은 전한의 역사책인 한서(漢書)에 기록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서(漢書)에는 열 계()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기록되었는데, 기원전 2세기 중국 전한()6대 황제였던 경제(景帝)의 이름이 유계(劉啓)여서, 황제 이름에 쓰인 글자를 피해서 쓰는 동양 전통에 따라 ()’자를 놀랄경()’자로 바꾸어 경칩(驚蟄)’이라는 말로 변경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옛사람들은 경칩(驚蟄)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천둥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조선시대인 1596(선조 29)년에 임금의 명()을 받아 1610(광해군 2)년에 허준이 완성한 의학 서적) 논일원십이회삼십운(論一元十二會三十運)에는 겨울잠을 자던 동물은 음력 정월(寅月)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경칩(驚蟄)에 해당하며, 음력 9(戌月)에는 겨울잠에 들어가는데 절기로는 입동(立冬)에 해당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예기(禮記=유고 오경의 하나로, 예의 이론과 실제를 기술한 책) 월령(月令=예전에, 한 해 동안의 정례적인 정사나 의식, 농가의 행사 따위를 월별로 구별하여 적어 놓은 표를 이르는 말)에는 이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경칩(驚蟄이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이므로 이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시기임을 의미합니다.

옛날 중국의 전통의학서(傳統醫學書)인 황제내경(黃帝內經=기원전 475~221)에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된 이래,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945),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1281) 등 여러 문헌에 경칩(驚蟄) 이후 15일을 5일간씩 나누어 삼후(三候)로 구분하고, 초후(初後)에는 복숭아꽃이 피기 시작하고, 중후(中候)에는 꾀꼬리가 짝을 찾아 울며, 말후(末候)에는 매가 보이지 않고 비둘기가 활발하게 날아다니기 시작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경칩(驚蟄) 기간에 대해 이런 묘사를 고려사(高麗史) 그리고 조선 초 이순지(李純之) 등이 펴낸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1444) 등 우리나라의 여러 문헌에도 인용되고 있는데, 중국 문헌에 기록된 절기는 옛날 중국 주()나라 때 화북(華北=지금의 화베이 지방으로 베이징과 텐진이 있는 지역) 지방의 기후를 기준으로 기술된 것이어서 우리나라의 기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경칩(驚蟄)에 관련된 풍속(風俗).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왕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藉田=예전에, 임금이 몸소 농민을 두고 농사를 짓는 논밭을 이러던 말)을 경칩(驚蟄)이 지난 해일(亥日=돼지날)에 선농제(先農祭=조선시대, 농사를 처음 가르쳤다는 신농씨(神農氏)와 후직씨(后稷氏)에게 서울 동대문 밖에 있는 동교(東郊) 선농단(先農壇)에서 왕이 친히 제사를 지내던 의식)와 함께 행하도록 정하였으며, 경칩(驚蟄)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게 하도록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어떠한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성종실록(成宗實錄=조선 제9대 왕인 성종이 재위한 25년 한 달 동안 있었던 사실을 연월일 차례에 의하여 편년체(編年體)로 서술한 책. 신승선(愼承善) 등이 1499(연산군 5)년에 완성하였다)에 우수(雨水)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驚蟄)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春分)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하였듯이,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은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이기도 합니다.

또 경칩(驚蟄) 무렵이면 개구리들이 번식기인 봄을 맞아 물이 고인 연못이나 저수지, 논에 알을 까놓는데, 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면서 개구리알 또는 도롱뇽알을 건져다 먹는 풍속이 전해 오고 있습니다. 한편 경칩(驚蟄) 무렵의 봄, 천둥소리에 따라 북의 가죽을 고치고 했고, 북을 치거나 연기를 집 안팎에 내어 잠에서 깨어난 벌레와 뱀들을 집 밖으로 몰아내었는데, 이는 점차 경칩에 불운을 쫓아내는 풍습으로 발전했습니다.

중국에서는 경칩(驚蟄)에 백호(白虎)가 먹이를 찾아 나온다는 전설이 있으며, 이날 호랑이에게 물리면 그해 모든 일이 순조롭지 못하다고 여겨서, 호환(虎患=사람이나 가축이 호랑이에게 입는 화)을 피하려고 경칩(驚蟄) 날에 종이로 만든 호랑이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종이호랑이는 노란색에 검은 무늬를 그리고, 송곳니를 드러낸다. 제사 때에 돼지 피와 돼지고기를 상에 올리고, 돼지기름을 종이호랑이 입에 발라서 사람을 탐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한편 명나라 때 마와 배를 팔아 거부가 된 보부상 거씨(渠氏)의 후손이 경칩(驚蟄)에 배를 먹으며 선조의 창업 이야기를 전했다는 이야기에 따라 이날 배를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경칩(驚蟄)에 관련된 속신(俗信).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이 지나면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말처럼 날씨는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해줍니다. 나무와 풀의 싹이 돋아나고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나옵니다. 또 경칩(驚蟄)에 흙일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합니다. 특히 1년 동안의 빈대를 모두 잡기 위해 일부러 흙 담을 쌓거나 흙벽을 바르기도 했습니다, 또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재를 탄 물그릇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면 빈대가 없어진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경칩(驚蟄) 날 보리싹의 성장을 보고 그해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경칩(驚蟄) 날 전라남도 구례 지방에서는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에 구멍을 뚫어 받은 수액(水液=나무껍질 등에서 분비되는 액체, 땅속에서 식물의 줄기나 잎으로 올라가는 액체)을 마시는데, 경칩(驚蟄) 무렵에 받은 고로쇠나무 수액은 위장병이나 성인병에 특효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는 지방도 있습니다. 보통 춘분(春分)이 지나야 물이 오르는 다른 나무들과 달리, 남쪽의 고로쇠나무는 일찍 물이 오르기 때문에 첫 수액을 먹어 한해의 새 기운을 받는 풍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특히 전라남도 순천의 송광사(松廣寺=전라남도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신평리) 조계산(曹溪山) 서쪽에 있는 절. 신라 말기에 혜린선사(慧璘禪師)가 창건하였다. 조계종의 발상지이며, 이 절에서 삼육국사(三六國師)가 나왔으므로 승보종찰(僧寶宗刹)이라고 일컫는다. 국보 제42호인 목조삼존불감상(木彫三尊佛龕像) 외 많은 보물과 문화재 등을 관직하고 있다) 나 선암사(仙巖寺=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조계산 동쪽에 있는 절. 신라 진흥왕(眞興王) 3(542)에 아도 화상(阿道和尙)이 창건하였다, 현재 대한 불교 조계종(曹溪宗) 20 교구 본사이다) 일대에서 채취한 고로쇠나무 수액은 유명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고로쇠나무 수액은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어 날씨가 좋지 않으면 좋은 수액이 나오지 않고 날이 맑아야만 수액의 약효가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경칩(驚蟄)은 만물이 약동(躍動=생기 있고 활기차게 움직임)하는 시기로,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입니다.

경칩(驚蟄) 절기에 즐겨 먹는 시절음식(時節飮食)은 고로쇠나무 수액(水液)과 냉이나 달래 등 상큼한 봄맛을 느낄 수 있는 봄나물이 있습니다.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는 첫 고로쇠나무 수액(水液)에는 새로운 생명을 싹틔우는 목() 기운이 가득 들어 있다고 합니다. 또 고로쇠나무 수액(水液)은 칼슘이 많아 골다공증과 춘곤증(春困症)에 좋고, 일반 물보다 여러 종류의 미네랄이 풍부하여 신장(腎臟)을 강화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경칩(驚蟄) 무렵에 새순이 돋아나는 상큼한 봄나물인 냉이는 봄에 먹을 수 있는 인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원기 회복과 자양 강장에 좋은 달래, 중금속 배출과 해독에 좋다는 미나리 등 제철에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봄나물입니다자료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다음 백과, 한국 세시풍속 사전, 인터넷 검색.

오늘은 긴 겨울잠에서 개구리가 깨어나고, 새싹이 움트는 경칩(驚蟄)입니다.

경칩(驚蟄)이 지나면 남녘에서 북상하고

있는 봄기운이 더욱 짙어집니다. 살랑살랑 불어오기 시작

하는 싱그러운 봄바람 속에서 건강과 행복이 넘치는 봄날

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