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산행 기행문

경남 통영 한산도 제승당 망산.

풀꽃사랑s 2016. 10. 3. 20:33

까까머리에 아래위로 교복을 받쳐 입고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난생처음 수학 여행을 다녀 온 곳이 한산도였다. 꿈 많던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쫓아 그 섬을 다시 찾는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경남 통영 앞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뿌려져 있다. 청정해역인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있는 섬을 탐방하려면 대부분 통영 항에서 여객선을 많이 이용한다. 한산도의 경우 통영에서 들어가는 것보다 거제도 어구 항을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화창한 봄날 여객선 터미널은 생각 했던 것보다 한산하다. 통영항의 경우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가슴을 스친다. 물결조차 일렁이지 않는 새파란 봄 바다는 초록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바닷물이 깨끗하여 굴 양식을 많이 한다. 물위에 떠있는 하얀색의 굴 양식용 부표가 육지에서 보는 농경지 같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굴은 맛이 일품이라고 하지 않는가! 오전11시 한산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에 오른다. 통영 앞바다에 있는 대부분의 섬은 버스가 함께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번만은 예외인 것 같다. 어구 항에서 뱃길로 약15분 정도 오니 하늘 높이 우뚝 솟은 한산대첩기념비가 얼굴을 드러낸다. 곧이어 소고포 항구에 배가 정착한다. 버스를 타고 섬 일주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5분 정도 내려서면 견량만 앞바다가 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더풀개 선착장이다. 지척에 연두색의 여린 새순이 장관인 울창한 나무숲 속에 제승당이 앉아 있다. 먼저 사적제113호인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지가 있는 제승당부터 찾아 보기로 한다. 산 능선과 비탈에는 빼곡하게 원시림의 숲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노송(老松) 숲이 보는 이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섬에서 이렇게 잘 조림된 송림 숲을 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푸른 송림과 코앞에 맞닿아 있는 넘실거리는 바닷물이 함께 어우러지며 진풍경을 빚어 놓았다. 제승당으로 들어가는 길은 널찍한 산책로를 연상케 한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가족들과 혹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함께 봄나들이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바닥이 딱딱한 시멘트가 아닌 흙처럼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재질이어서 그런가.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기분이 상쾌하다. 매표소를 지나 선홍색의 붉은 영산홍과 눈 맞춤을 하며 절의 일주문처럼 세워놓은 관문을 지나 언덕 길을 올라선다. 바로 정면에 충무공이 장수들과 전략을 논의하고 삼도수군을 지휘할 목적으로 세운 제승당이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곳은 한마디로 말해 해군 작전사령관 실이다. 충무공의 우국충정이 담긴 난중일기도 여기에 보관되어 있다. 그때 당시 수군이 사용했던 총통이 놓여 있고 치열했던 해전전투를 그린 노량, 사천해전도와 한산대첩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 남쪽 높은 언덕에는 망루역할을 한 수루가 시선을 끈다. 이곳에 올라서니 견양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안쪽 기둥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충무공의 시가 새겨진 현판(懸板)이 걸려있다. “한산 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중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던 그 시를 다시 음미해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북쪽에는 충무공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충무사가 있고 앞마당 한쪽에는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제승당 뒤뜰에는 활쏘기 연마장인 한산정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맞은편 야트막한 야산 중턱에는 화살이 날아와 꽂이는 과녁이 세워져 있다. 과녁과의 사이에는 커다란 저수지처럼 시퍼런 바닷물이 넘실거린다. 이것은 충무공이 해전에서 병사들이 거리측정을 실전처럼 익히게 하기 위하여 이런 지형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공의 지혜와 슬기를 엿보게 한다. 충무공과 선조들의 얼이 서려 있는 제승당을 둘러본 다음 염호리 더풀개에서 망산 탐방 길에 오른다. 산자락을 따라 올라가면 빈농가의 건물을 만나는데 그 뒤편 언덕에는 울창하게 동백나무 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오솔길을 따라 나지막한 언덕길로 올라서면 한산도 앞바다와 주위의 모든 것이 한 폭의 산수화를 펼쳐 놓은 듯 하다. 멀리 거북등대와 통영시가 눈앞에 아롱거리는 넓은 바다는 한산대첩의 오롯한 현장이다. 『400년 전 고동산 위로 불화살이 날아오르자, 주변의 작은 섬에 숨어 있던 조선 수군의 판옥선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기세등등하게 몰려오던 왜군의 함선을 전격적으로 포위해 각종 총통(銃筒)을 발사하며 총공격을 가하였다. 싸움의 승패는 우리수군의 대승으로 끝이 났다.』 세계 4대 해전의 하나로 평가 받고 있는 한산대첩, 이때 사용한 진법이 학익진이다. 학익진은 하늘을 날고 있는 학이 날개를 활짝 펼진 듯한 모양을 말한다.   한산섬의 자연지형지물을 지혜롭게 이용한 충무공의 뛰어난 전술과 타고난 리더쉽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해발 96m미터의 나지막한 봉우리가 망산 종주를 시작하는 마루금의 시작이다. 보라색의 각시붓꽃이 수줍은 듯이 얼굴을 내밀고 아기 볼처럼 여린 분홍색의 산철쭉 꽃송이가 앙증맞다. 파릇한 새순들이 싱그러움을 더해주고 호젓한 능선 길은 너른 산책길 같다. 빼곡히 줄지어 서있는 송림 숲은 터널을 이룬다. 불어오는 해풍과 함께 솔솔 숲에서 피어오르는 상큼한 소나무향속에서 산림욕을 즐기는 것이 너무 좋다. 걸음을 옮길 때 마다 발바닥에 와 닿는 부드러운 갈잎의 촉감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경사가 완만하여 쉽게 생각하고 언덕 오름을 올랐지만 어느새 이마에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힌다. 흙 길을 따라 나란히 놓여 있는 나무계단이 체력을 더 소모하게 한다. 중간중간 만나는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번갈아 가며 발걸음 재촉하여 올라서니 능선 삼거리이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는 쉬어 갈 수 있게 나무로 만든 벤치가 놓여 있다. 또한 소고포쪽에서 올라오는 이정표도 세워져 있다. 잠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한다. 깊은 산사를 찾아 온 것처럼 너무나 조용하다. 오직 해변에서 불어오는 봄 바람소리만이 고요한 적막을 깨트린다. 넓고 시원스럽게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 길을 내려서면 다리가 놓여 있다. 동쪽 해변에 있는 창동에서 서쪽에 있는 망곡, 신거마을 을 잇는 도로가 지나가는 고갯마루에 구름다리가 놓여 있다. 도로가 개설되며 양쪽으로 잘려나간 능선을 이어주는 이 다리의 정식 이름은 망산교이다. 나무로 된 다리의 난관은 둥근 아치형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형상을 보니 요즘 남해안에 많이 놓여 있는 연육교와 모양이 많이 닮았다. 울창한 송림 숲 속에는 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큰 마을이 아늑하게 들어 앉아 있다. 북서쪽에서 흘러내리는 두억천(頭億川)이 기름진 들녘을 빚어 놓고 한산 만에 몸을 섞는다. 깊은 산이 있는 곳도 아닌 바다 위에 놓여 있는 섬에 사시사철 생명수가 흘러내린다니 놀랍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내려가 한번 쭉 돌아보고 싶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섬에서 보는 마을은 언제나 신비함을 자아낸다. 약10분 정도 더 올라서니 널찍한 광장처럼 잔디가 깔려 있는 묘지이다. 여기서 휴식을 겸해 점심을 먹는다. 주위에 하늘 높이 쭉쭉 뻗어있는 곰솔, 육송, 해송 숲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니 한결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다. 나무 그늘 아래에는 야생화 종류인 홀아비꽃대가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숨져간 수군들의 넋이 꽃이 되어 피었는가. 하얀 꽃술을 한 꽃송이가 애처롭다. 금방 점심을 먹고 채 휴식도 못하고 가파른 능선으로 올라서려니 힘이 부친다. 해발이 293m미터라고 쉽게 보면 큰일 난다. 섬 산은, 육지에서 1000m미터를 올라서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산은 언제나 높고 낮음을 떠나 정상을 함부로 내어주지 않는다. 힘이 들어서 조금 쉬고 싶다 싶을 때 한걸음만 더 옮기니 어느새 망상 정상이다. 동서로 긴 나래를 펴고 있는 망산은 한산도의 주봉이자 상봉이다. 서로 자웅을 겨루는 봉우리들은 높이가 고만고만하지만 이 산 역시 섬 산의 상봉답게 사면팔방이 탁 트여서 조망이 탁월하다. 봄이면 자주 찾아오는 불청객인 황사와 해무조차 없고 시계조차 아주 깨끗하다. 먼저 북쪽으로 눈길을 주니 높이 우뚝 솟은 미륵도의 용화산이 얼굴을 내밀고 저 멀리 통영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북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터줏대감처럼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거제도 노자산과 낙타 등에 붙어있는 혹처럼 마늘바위가 눈도장을 찍는다. 동남쪽에는 가라산에서 망산으로 힘차게 달려온 거제지맥이 그 맥을 다하고 바다에 몸을 푼다. 뒤쪽에는 선자산과 암봉이 멋진 산방산, 그 너머에는 계룡산이 아련한 하늘 금을 그린다. 앞쪽에는 장사도, 대덕도, 소덕도, 소황병도, 가오리를 닮았다는 가왕도가 한눈 가득히 들어온다. 위쪽에는 한일자로 길게 누워있는 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이 얼굴을 빼 곰이 내민다. 남쪽에는 용초도, 죽도가 명함을 내밀고 아쉽게도 팔손이 나무의 자생지로 유명한 비진도는 용초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바다 멀리 수평선너머로 흐릿하게 미녀도와 연화도, 욕지도가 아스라하게 다가온다. 바다에 놓여 있는 섬들은 멀리서 보면 모양이 비슷비슷하여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부끄럽게도 용초도를 비진도로 알고 설명하는 우를 범했다. 물을 베고 누워있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 사이로 바닷물 위에는 하얀색의 양식장 부표가 촘촘히 놓여, 이색적인 풍광을 빚어 놓았다. 정상에는 정상석과 함께 국립지리원에서 설치해 놓은 삼각점이 있다. 5분 정도 내려서니 달이 쉬어 간다는 휴월정(休月亭)이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 또한 일품이다. 달빛이 대낮처럼 밝은 야밤에 이 곳에 앉아서 보는 야경은 어떠할까? 아마도 기가 막히게 멎진 풍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주변에는 선홍색의 붉은 산철쭉이 운치를 더하여준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추봉도는 한 폭의 동양화이다.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추봉교가 아찔하다. 이제 하산길이다. 호젓하게 이어지는 능선 길 곳곳에 꽃송이가 독특한 반디지치가 수줍은 듯이 얼굴을 내밀며 옹기종기 모여있다. 듬성듬성 군락을 이루고 있는 복분자가 벌써 하얀색의 꽃을 피웠다. 약20분 정도 내려서니 오늘 마지막 쉼터인 사각정자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위의 아름다운 풍광에 흠뻑 취해본다. 산비탈에는 잎이 파릇파릇한 쑥들이 진한 향기를 내 뿜고 어느새 쥐오줌풀도 꽃망울을 열었다. 노란색의 산괴불 주머니도 이에 뒤질세라 얼굴을 내민다. 산철쭉이 흐드러져 있는 경사가 완만한 내리막길을 10분 정도 내려서니 한산 중학교이다. 풀밭에서 열심히 풀을 뜯고 있던 어미염소가 낯선 이방인의 방문으로 인해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노란 유채꽃 줄기에 조롱조롱 열려있는 씨앗주머니를 보며 살며시 내 곁을 떠나는 봄을 아쉬워한다. 구슬프게 울어 되는 염소를 뒤로 하고 버스에 오른다. 추봉교를 지나 추봉도 봉암몽돌해수욕장 을 찾는다. 은빛의 모레사장은 온데간데없고 둥글둥글한 봉돌자갈밭이 일품인 해변이 길게 펼쳐진다. 속살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바닷물 속에 돌들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수령이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소나무가 운치와 함께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 무더운 여름에는 송림 숲에서 산림욕을 즐기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다. 자그마한 텃밭에는 보리들이 여물어 가고 완두콩이 포동포동하게 살이 찐다. 마을 앞 원두막에 자주색의 등꽃이 정겨움을 더해준다. 저 멀리 수평선을 그리는 쪽빛바다는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넉넉한 어머니 품처럼 아늑하게 다가오는 바다는 찰랑찰랑 물결만 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호국 혼이 살아 숨쉬는 한산도는 경상남도 통영시(統營市)한산면(閑山面)에 있는 섬이다. 면적은 14.4㎢평방미터에 해안선 길이30km미터이다. 주 섬을 비롯하여 27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지가 발달한 섬 한가운데 망산(望山, 해발294m)이 솟아 있다. 섬 북서쪽으로 두억천(頭億川)이 흘러 한산만으로 흘러 든다. 섬 주변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굴곡이 심한 암석 해안이다. 그로 인해 움푹 페인 모양이 마치 게의 집게다리 모양을 하고 있다. 한산도는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사가 머문 통제영이 최초로 자리 잡은 곳이다. 통영이란 지명도 통제영의 준말이다. 누구나 섬 산행하면 우선 산행이 단조롭고 거리가 짧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망망대해에 놓여 있는 섬은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이때까지 알지 못했던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섬 산행의 매력 중 하나가 조망을 보는 즐거움이지만 여기에 바다가 주는 광활함의 이미지를 추가 한다면 금상 첨화이다. 맑고 깨끗한 바다와 수려한 산세를 품고 있는 한산도 망산은 조망도 좋지만 충무공 과 선조들의 혼과 넋이 서려 곳이다. 또한 살아 숨쉬고 있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다. 특히 충무공의 뛰어난 리더쉽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