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산행 기행문

강원도 홍천 백암산 가령폭포.

풀꽃사랑s 2016. 10. 1. 23:38

이른 새벽에 소리 없이 내리는 영롱한 아침이슬이 차가워 낮에만 시끄럽게 울던 매미소리가 잦아드니 정겨운 풀벌레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올해 여름은 예년에 비해 그렇게 덥지 않게 보낸 것 같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하다. 벌써 가을은 어느새 소리 없이 우리들의 코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이번 주 산행은 자연 속에 숨겨져 있는 홍천 백암산이다. 탐방은 451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비레을 고개에서 시작한다. 인적조차 드문 곳이라 그런가! 초입부터 울창한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빼곡한 활엽수 숲이 드리워 놓은 그늘은 어두컴컴한 터널을 연상케 한다. 나무그늘 덕분에 오늘 산행은 시원하게 산림욕을 즐기면서 하게 되었다. 깊게 페인 협곡을 따라 뽀얀 속살을 드러내며 흘러내리는 시냇물이 사랑의 하모니를 들려준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줄기가 작고 아담한 폭포를 이루고 아래쪽에는 설악산 선녀 탕이 부럽지 않은 옥빛의 물이 찰랑찰랑 넘치는 자그마한 담(潭)이 깊은 산속에서나 볼 수 있는 옹달샘 같다. 물속에서 피어오르는 차가운 냉기는 더위조차 멀리 쫓아버렸나 보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과 함께 어우러지며 한결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오솔길처럼 이어지는 호젓한 숲길을 따라 여름한철 산속을 붉게 물들이던 물봉선화가 서서히 지고 있다. 무성한 잡목 속에 작은 초롱처럼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모시대 꽃송이가 이곳을 찾은 나그네를 반겨준다. 성벽처럼 양쪽으로 산 능선이 에워싸고 참나무 숲은 하늘을 가렸다. 산책로처럼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발걸음을 가볍게 옮기면서 나지막한 언덕으로 올라서니 나란히 이어지던 계곡이 멀어지며 이번에는 하늘을 향해서 쭉쭉 빵빵 높이 뻗어 있는 전나무 숲이 장관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쪽빛의 푸른 숲은 여름 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양탄자처럼 푹신한 갈잎이 덮여있는 사질토로 이루어진 능선 길은 부드러운 비단길을 걷는 기분이다. 나무 아래에는 꽃이 핀 등골나물이 흐드러졌다. 한쪽 모퉁이에는 망울망울 맺은 꽃송이가 탐스러운 꽃 며느리밥풀이 갈길 이 바쁜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꽃잎 속에 하얀 꽃술을 달고 있는 것이 마치 며느리의 붉은 입술에 묻은 밥풀처럼 보여서 그런가! 진한 애틋함이 물씬 풍긴다. 며느리밥풀 이란 애칭답게 이 꽃은 한탄스러워하며 수줍음을 잘 타서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만 핀다고 한다. 산허리를 휘감아 돌아나가는 오솔길을 따라 올라서니 높고 낮은 산봉우리 들이 저마다 서로 자웅을 겨루듯이 일렬로 줄을 서서 끝 간 데 없이 길게 파노라마 친다. 어머니 품처럼 아늑함을 느끼게 하는 평평한 넓은 구릉지에는 초목들이 초록색의 새파란 융단을 깔아 놓았다. 쥐손이풀과 사촌이라고 하여도 손색이 없을 듯한 어여쁜 둥근이질풀이 하늘에 떠있는 별처럼 총총하게 무리를 지어 군락을 이루며 꽃길을 연다. 초여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는 노루오줌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꽃송이는 눈개승마와 많이 닮았지만 잎이 서로 다른 눈빛 승마가 눈인사를 건넨다. 망울망울 맺은 새하얀 작은 꽃송이 마다 행복이 가득히 담겨 있을 것만 같은 마타리과 의 뚝갈과 호리호리한 꽃대를 하고 있는 노루참나물이 상큼한 가을 맛을 느끼게 한다. 오늘 따라 그 흔한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초자 들리지 않고 신나게 노래 부르던 매미들마저 자취를 감추었나 보다! 마치 조요한 산사(山寺)에 서있는 듯하다.  꿈결 속에서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정원(庭園)을 거닐며 혼자만의 사색과 낭만을 즐기는 기분이다. 저만치 앞에서 힘차게 들려오는 물소리가 고요한 산속의 적막을 깨뜨린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자연의 물소리 그리고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그득한 숲 속에는 싱그러운 생명력이 넘친다. 억새풀이 우거진 사이로 새하얀 꽃을 피운 개미취가 유혹의 눈길을 보낸다. 조심스럽게 풀숲을 헤치며 올라서서 개미취를 관찰한다. 뜨겁게 내리쬐는 한줌의 햇볕이 산속에 비취면 이렇게 예쁜 꽃들을 피워낸다. 산속에서 피어나는 야생화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다. 뭉실뭉실 뭉게구름처럼 피어난 야생화 에서는 소박함 보다는 우아함이 더 감동적이다. 물소리를 따라서 발걸음을 분주하게 옮기니 또 하나의 실개천에  맑은 청수가 흘러내린다. 경사가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서쪽으로 올라서니 어사리덕이다. 펑퍼짐한 어사리덕은 북쪽의 백암산과 남쪽의 비레을 그리고 서쪽에 있는 가령폭포로 내려서는 삼거리 갈림길 이다. 그렇게 높지 않은 언덕길로 올라서며 천남성과 꽃송이가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는 흰진범을 본다. 산나물과 야생화가 지천에 늘려 있으니 천상화원이 따로 없다. 곰취와 떡취꽃은 보았지만 참취꽃은 처음으로 본다. 개미취와 비슷한 참취꽃에서는 신비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갖가지 모양의 형상을 하고 있는 고목나무 가지에는 원시의 자연미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백암산 정상으로 올라서는 길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서서히 높이를 더하는 능선 길을 따라 올라서며 벌써 꽃이 지고 없을 것만 같았던 동자꽃이 살짝 얼굴을 보여준다. 병조회풀의 매력은 낙화(落花)에 있다고 하지만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보라색의 꽃봉오리는 언제 열려고 하는지! 여러 번 보았지만 아쉽게도 꽃이 핀 것을 보지는 못했다.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힘겹게 올라선 백암산 정상은 헬기장처럼 널찍한 빈 공터이다. 주변에는 둥근이질풀의 꽃잎이 마치 치마를 펼쳐놓은 알록달록 예쁘게 수를 놓으며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 숲 때문에 주위의 조망은 볼 수가 없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산행의 피로와 가슴속에 첩첩이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씻어 준다. 저 멀리 흰 솜털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는 하늘이 파란 속살을 드러낸다. 하늘은 점점 높아지고 어디서 날아 왔는지 잠자리들이 무리를 지어서 자유자재로 어지럽게 군무를 춘다. 정상에서 내려서는 능선 길 또한 경사가 완만하여 가벼운 산책길을 걷는 기분이다. 오전에는 전나무 숲이 오후에는 높이 솟구친 금강송이 일품이다. 거북이 등처럼 껍질이 단단한 아름드리 금강송에서 뿜어져 나오는 치톤피트가 온몸 가득히 스며든다. 난장이 산죽군락을 따라서 내려서면 세 번째 개울을 건너게 된다. 개울을 건너 가파른 급경사 길을 따라 남서쪽으로 내려서면 유명하게 알려진  홍천의 5경에 속하는 가령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솟구친 청정수가 높이가 약50m미터에 이르는 수직의 바위절벽위로 떨어져 내린다. 폭포로 떨어지는 물과 백암산에 산재하고 있는 여러 갈래의 계곡물이 합쳐진 물줄기가 400리 홍천강의 발원지이다. 올 여름 장맛비가 많이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물의 수량이 적다. 그렇다 보니 폭포에서 울려 퍼지는 우렁찬 물소리와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물방울을 볼 수가 없는 것이 아쉽다. 폭포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는 웅덩이는 대부분 깊이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깊다. 그러나 이곳의 웅덩이는 속까지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것이 꼭 선녀 탕 같다. 아래쪽에서 폭포 위쪽을 올려다보면 하늘로 올라가는 통천문 아닐까 생각이 덜 정도로 웅장한 기운이 느껴진다. 아래쪽으로 몇 발자국 내려서면 커다란 나무 아래에 돌로 원형을 그리며 나지막하게 석 축을 쌓아 놓은 것을 볼 수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중앙에 남근석처럼 끝이 뾰족한 돌을 세워 놓았다. 문경 희양산 아래에 있는 은티마을에서 보았던 남근석을 떠 올리게 한다. 운치와 멋을 겸비한 정겨운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을 내려서니 가지런히 징금 다리가 놓여 있다. 사뿐사뿐 다리를 건너 언덕길을 내려서니 연화사이다. 청아한 계곡물소리가 정겨움을 더해주는 산 아래쪽 양지바른 곳에 하늘을 지붕 삼아, 산이 병풍처럼 휘감아 돌아나가는 곳에 아담하게 들어 앉아 있는 연화사는 울긋불긋 꽃 대궐이다. 층층이 쌓아 올린 돌계단을 따라 백일홍, 달리화, 벌개미취, 등 자잘하고 예쁜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며 나란히 앉아서 도란도란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나누고 있는 듯하다. 비록 작은 요사채와 대웅전 건물 밖에 없지만 소박함과 단아함이 돋보인다. 법당 중앙에 가부좌를 하고 않아 온아한 미소를 짓고 있는 부처님에게 나의 갈 길을 묻고 싶다. 맞은편에 널찍한 공터에는 3층 돌탑처럼 쌓아 올린 사각형의 바위 돌이 궁금증을 더해주고 작은 부도 탑이 인상적이다. 개울을 따라 나란히 줄지어 매달려 있는 오색찬란한 등(燈)너머로 단풍이 들지 않은 갈대꽃이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누가 여자의 마음을 흔들리는 갈대라고 했는가! 남자의 마음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을! 임도 길을 따라 내려서니 산기슭에 커다란 줄기에 금빛의 마타리 꽃이 신선함을 더해준다.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라고 하지만 산속에서 보니 색다른 맛이 난다. 조그마한 텃밭에는 더덕이 무성하다. 산에서 자라는 더덕은 진한 향이 있는데 밭에 심어서 가꾸어서 그런가? 더덕 특유의 향이 없다. 풀밭에는 강릉갈퀴나물을 닮은 고삼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멀리 산비탈에 가지를 축축 늘어뜨린 새파란 전나무들이 살포시 기지개를 펴는 듯한 풍경이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펼친다. 산이 높고 험준한 강원도에는 골이 깊은 골짜기 곳곳에는 평평한 구릉지처럼 넓은 덕이 많이 있다. 옛날부터 화전민들이 주로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떠난 곳에는 대부분 전나무 숲이 조림되어 있다. 일부 비옥한 비탈진 밭에는 고랭지 배추를 심어서 가꾸며 화전민들의 후손들이 지금도 살고 있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계절 광활하게 펼쳐지는 시퍼런 배추밭은 산속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선경(仙境)의 세계라 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잔잔한 감동을 준다. 홍천 백암산 또한 하늘과 자연이 빚어 놓은 예술품이다. 울창한 숲은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을 가려 주었고 잘잘 물소리를 내며 흘러내리는 개울물은 나그네의 마음을 달래준다. 하늘 높이 뻗어있는 전나무와 금강송의 고고한 기품에 흠뻑 빠져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지천에 피어있는 야생화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산이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진 육산 이라 탐방길 또한 호젓한 오솔길이다. 그러나 이곳은 아무에게나 길을 내어주지 않는다. 오직 하늘이 점지해준 자연과 산을 사랑하는 순수한 산 꾼들에게만 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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