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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물도 등대섬.

풀꽃사랑s 2016. 10. 2. 06:55


청정 해역으로 유명하게 알려진 경남 통영 앞바다는 크고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바다 위에 뿌려져 있다.
점점이 뿌려진 많은 섬들은 하늘이 내려준 천혜의 숨은 비경을 품고 있다.
통영 여객선 터미널에서 뱃길로 약1시간10분 거리에 있는 소매물도 등대섬 또한 오묘한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섬이다.
금방이라도 초록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화창한 가을하늘, 엷게 채색된 솜털구름은 청량감을 더한다.
비취색의 푸른 바닷물 위를 새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여객선은 미끄러지듯이 나아간다.
이른 아침부터 푸른 바닷물 위에 눈이 부시게 쏟아져 내리는 가을 햇살이 은빛으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은빛으로 일렁이는 바닷물이 길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서쪽으로는 미륵도 용화산이 아기자기함으로 다가오고, 그 다음은 한산도 대첩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한산도 섬이
다시 바톤을 이어받는다.
푸른 송림 숲이 아름다운 추봉도가 손에 잡힐듯하고 멀리 거제도 망산이 살짝이 얼굴을 내민다.
앞쪽으로는 뱀처럼 길게 쭉 빠진 장사도가 개발로 인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짙은 안개 구름이 내려앉은 듯한 뿌연 수평선 너머로
바다에 핀 연꽃이라 불리는 신비의 섬 연화도로 이어지는 우도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안섬과 바깥 섬이 한일 자로 누워 있어서 아령처럼 생겼고, 산수가 수려하고 풍광이 뛰어나며
해산물이 풍부해 보배에 견줄만하다는 비진도섬이 숨어 있는 비경을 품고 큰 대자를(大) 하고 길게 누워 있다.
꽃피는 춘삼월에 붉은 동백 꽃송이가 양탄자처럼 수놓는 비진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게 한다.
통영에서 뱃길로40분 서서히 동서로 길게 누워있는 대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미모의 여인이 푸른 바닷물 위에 반듯하게 두 다리를 세우고 누워 있는 미녀도 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선착장에서 보는 소매물도는 여느 섬처럼 그냥 평범하게 보인다.
동쪽으로 길게 발달한 해안선을 따라서 방풍림으로 조성하여 놓은 수령이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동백나무 숲은
산 마루 위에 있는 소매물도 분교까지 이어진다.
남쪽으로 산 중턱에 약2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섬 특유의 마을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작년 여름에 보았을 때만 해도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전형적인 소박한 맛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 마을도 점점 현대식으로 바뀌는 것 같아서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든다.

지금은 폐교가 되어 버린 소매물도 분교는 썰렁하게 건물만 덩그렇게 남아 있다.
하지만 담장처럼 둥근 원형으로 빼곡히 병처럼 둘러쳐진 울창한 동백 숲은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섬 꼭대기인 망태봉 정상에 오르면 해적의 동정을 살피던 무너진 망대가 옛 흔적을 말해준다.
사방이 확 트인 망태봉 정상에서 보는 등대섬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평소에는 푸른 바닷물이 삼면을 감싸고 있는 등대섬은 매월 일정한 날짜에 바닷물이 갈라지면서 등대섬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바닥에 깔려 있는 돌들이 둥글고 표면이 매끄러운 몽돌 자갈밭을 지나서 올라서면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는 등대섬이다.
키가 작은 억새들이 푸른 초원을 이루고, 동, 서, 남으로 해안선을 따라서 바닷물과 바람이 빚어 놓은 기암괴석과 깎아
지를듯한 절벽이 절경을 펼친다.
특히 해안가에 우뚝 서있는 병풍바위는 동화나라의 마법의성에 나오는 성벽처럼 웅장함을 자랑한다.
촛대처럼 갯바위 들이 장관을 이루고,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부서지는 풍경은 그림 같은 절경을 이룬다.
섬 중앙아래에 있는 등대섬 관사의 빨간 지붕은 유럽에 있는 눈 덮인 알프스 에서 볼 수 있는 산장을 보는 듯하다.
어느새 이 작은 섬에서 자라고 있는 진귀한 야생화들이 이곳을 찾아온 길손을 반긴다.
하얀색의 구철초, 쑥부쟁이, 억새 꽃이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살랑살랑 흔들어 되면서 현란한 군무를 춘다.
초록 잎새의 싱그러움을 머금은 갯고들빼기가 갓 피어낸 노란 꽃송이는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핑크색의 산 부추, 이번에 처음 보는 털머위는 산뜻한 가을 맛을 선물한다.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섬 특유의 가을 풍경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섬의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등대로 올라서는 나무계단을 따라서 등대에 올라서면 환상적인 풍경이 극치를 이룬다.
무더운 여름이면 이 등대 주위에 높은 여름산의 귀족이라 불리는 참나리들이 많이도 피어났다.
이제 그 자리를 들국화 종류의 야생화들이 멋진 맵시를 자랑한다.
세찬 바다 바람이 불어 와서 그런가 나무와 풀 그리고 꽃들이 모두 키가 작다.
섬 전체를 하얀색으로 수놓은 앙증맞은 꽃송이가 살며시 품 안에 와서 안기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답답한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씻어준다.
모처럼 꽃밭 속에 묻혀서 철모르던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본다.
만약 시간을 거꾸로 다시 돌릴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항상 그리워하던 바다는 어머니 품처럼 넓고 아늑함으로 다가온다.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면 더 오래 머물고 싶다.
야속하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흘러가면 다시 바닷물이 길을 메울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면서 등대섬에서 종종 걸음을 치며 소매물도 섬으로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남해의 용왕님이 잠시 빌려다 놓았는가!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해안선을 따라서 이어진다.
생각 같아서는 앞에 보이는 공룡능선을 타고 싶지만 배가 떠나는 시간이 촉박하여서 하산 길을 재촉한다.
여름날에는 바다 갈매기들이 고단한 날개를 쉬어 가는 장소였는데 그 많던 갈매기들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산은 자연 그대로 있고 싶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억척스럽게도 시키지 않은 일을 벌여 놓기를 좋아한다.
불과 일년 전만 해도 흙으로 이루진 8부 능선에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우선은 편리하고 좋아 보이겠지만 긴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애물단지가 될 것이 뻔하다.
더 이상 사람들의 손떼가 묻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오전까지만 해도 잔잔하던 바다가 오후가 되면서 찰랑찰랑 물결이 높게 출렁이고,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
소매물도 등대섬에 가을빛이 곱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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