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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황매산, 모산재.

풀꽃사랑s 2017. 1. 22. 19:09


경남 합천 황매산, 모산재.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는 매 계절마다 많은 종류의 꽃들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남녘에서 솔솔 불어오는 훈풍에 실려 꽃소식이 들려온다.

한반도 제일 남단인 제주도에서 유채꽃이 피기 시작하면 뒤를 이어 매화, 개나리,

벚꽃, 산수유, 진달래, 할미꽃 등 수 많은 봄꽃들이 화려한 봄날의 향연을 펼친다.

봄꽃들이 한바탕 화려한 꽃송이를 피웠다가 지고나면 싱그러운 신록의 계절인

5월 초순이다.

이 무렵 대구를 중심으로 한 남부 이남지방에서는  새하얀 아카시가 꽃이 만개하는

계절이다. 향긋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에 실려 올 무렵 남녘의

산비탈에는 진홍색의 산철쭉이 만개한다.

이맘때쯤이면 봄이 절정에 이르는 때이다. 날씨는 점점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겨우내

앙상한 가지만 남았던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할 무렵이다.

파릇파릇 돋아나기 시작한 푸른 신록이 녹색의 향연을 펼치고 푸른 숲 속에는 만물이

휘황찬란하다. 어딜 가나 활기찬 모습 모든 것이 최고의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계절이다.

이번 주 산행 길은 언덕처럼 완만하게 솟은 바위 봉우리들과 부드러운 흙살을 두루 갖춘,

전국 제일의 철쭉 군락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황매산과 감암산 모산재이다.

 

경남 산청군 차황면과 합천군 대병면, 가회면 경계를 이루는 황매산은

봄 산의 멋과 맛을 즐기기에 적격인 산이다.

봄철에는 철쭉군락, 여름 갈참나무 숲, 가을 은빛 억새군락, 겨울 눈꽃축제를

즐길 수 있는 산이다.

여기에다 계절에 관계없이 당당하게 솟아 조망이 좋은 정상과, 은백색 화강암

기암괴석들을 머리에 이고 있는 모산재가 아담하게 들어 앉아 있다.

최근에 조성된 영화촬영 세트장인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주제공원 등 불 거리가 많아

산행의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산상에 위치한 드넓은 초원 목장과 어우러진

산 분위기는 마치 유럽 알프스에 오른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산의 첫 번째 매력은 봄철 철쭉 군락이다. 전국에서 손꼽는 철쭉군락지로 평가되고 있다.

황매산은 합천을 대표하는 산이며, 명소로 새집골, 옛 절터, 와포수에 희덤이

우뚝 솟은 산이다. 합천호 푸른 물에 하봉, 중붕, 상봉의 산 그림자가 잠기면 세 송이

매화꽃이 물에 잠긴 것 같다고 하여 수중 매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산 정상부위와 능선에는 화강암 기암괴석과 소나무, 철쭉, 활엽수림이 어우러져

탈속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 아래의 황매평전은 목장지대와 산철쭉 자생지가 있으며,

통일신라시대의 고찰인 영암사지(사적131호)가 있다.

모산재 위쪽 정상 바로 아래에 넓게 펼쳐진 황매평전은 초가을부터 광활한 고원에

들국화가 어지럽게 피어난다.


합천군 가회면 감암산 모산재는 산을 음미하면서 산의 아름다움에 취하려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위덩어리로 보이는 감암산 모산재는 한 폭의 한국화를

연상케 한다. 각양각색의 형태를 한 바위하며 그 바위틈을 헤집고 살아가는

소나무의 모습이 화폭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감암산 모산재는 산세만 아름다운 산은 결코 아니다.

산행거리가 짧기는 하지만 산행의 묘미만은 듬뿍 맛 볼 수 있다.

바위를 잡고 엉금엉금 기어오르다 보면 막힌 듯한 곳으로 길이 열리는 등

산행의 재미는 물론 피로감까지 풀어 준다.

산 이름이 독특한 모산재는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영암사(靈岩寺)를 품은 거대한

바위군락지대다. 말발굽 형으로 이뤄진 바위능선 가운데에 영암사 있기 때문에 일명

영암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신령스런 바위산이라는 뜻이다. 또는 잣돌듬이라고도 부른다.

모산재는 합천 제2명산인 황매산(黃梅山)이 모산(母山)이다.

황매산 남릉 상 베틀봉에서 남동으로 가지를 친 능선이 대기저수지를 수반 삼아

거대한 수석처럼 끝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모산재는 대기저수지에서 올려다보기만 해도

경탄을 자아내게 하지만, 그보다는 땀 좀 흘려 암등 허리로 올라서면 더욱 황홀감에

젖게 되는 곳이다.


먼저 황매산, 감암산 탐방 길은 청소년수련장이 있는 한밭 마을에서 시작한다.

옷깃을 스치며 스산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마을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선다.

동쪽에 호수처럼 큰 대기저수지가 있어서 그런가!

동네 마을 집들은 산 중턱에 가까운 높은 고지대에 옹기종기 모여 아담하게

들어 앉아 있다. 마을 앞쪽에는 자연스럽게 휘어진 두렁을 따라 논밭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따가운 봄 햇살이 내리쬐는 양지바른 곳에는 노란 꽃을 피운 좀 씀바귀 꽃이

산뜻한 봄맛을 느끼게 한다. 자그마한 논배미에는 벌써 모내기를 준비하는지

봇물이 그득그득하다. 논 한쪽 모퉁이에 설치해놓은 묘판에는 모들이 싱싱한 푸름을

하며 올해 농사도 풍년을 약속한다. 얼마 안 있으면 본격적인 모내기가 시작될 것이고

황량한 들녘은 초록색으로 출렁일 것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아늑한 풍경들이 내가 자라고 유년시절을 보낸 고향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준다. 임도 길을 따라 마을 뒤편으로 올라선다.

서쪽의 널찍한 계곡에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섬섬옥수(纖纖玉水)같은 해맑은

계곡물이 흘러내린다.


전국적으로 봄 가뭄이 심한데 시원스럽게 흘러가는 계곡물을 보니 마음 한편으로

풍요로움을 느낀다. 바닥에는 몸집이 커다란 돌들이 제멋대로 놓여 있고 사이사이로

깨끗한 모래밭이 형성되어 있다.

묵방사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 경사가 완만한 언덕길로 올라서니 새하얀 꽃송이가

탐스러운 이팝나무가 나그네를 보고 방긋 미소 짓는다.

계곡을 건너서며 울창한 소나무 숲길로 이루어진 오솔길을 따라 경사가 완만한

바위 슬 랩을 가볍게 올라서면 미니전망대이다.

산중턱에 매의 부리를 닮은 매 바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맞은편에 몸집이 크고 작은 미끈한 화강암들이 늘려 있는 산 능선과 모산재는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비좁은 바위 틈새에 소나무를 비롯한 많은 잡목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제 막 파릇파릇한 새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연두색의 나뭇잎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몸집이 커다란 바위와 어우러지며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빚어 놓았다.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능선에 올라서면 눈앞에 몸집이 집채만 한 바위들이 서로

몸을 맞대고 겹겹이 포개어진 채 높이 쌓여 있는 누룩 덤 바위가 있다.

둥근 원형의 탑처럼 하늘을 향해 높게 층층이 계단처럼 쌓여 있는 바위들이 인상적이다.

겉으로 얼핏 보아서는 마치 사람이 손으로 정교하게 쌓아 올린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층층이 쌓아 올린 누룩 덤 바위들이 옹기종기 모여 무리지어 있다.

시루떡처럼 떡의 조각 모양을 하고 있는 거창 기백산의 누룩 덤과는 달리 둥근 공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아래쪽에는 버선모양을 하고 있는 몸집이 작은 바위가 눈길을 끈다.

자연이 빚어 놓은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모양이 아주 정교하다.

파릇파릇한 잎이 넘실거리는 떡갈나무 나무아래 쪽에 선홍색의 꽃을 피운 철쭉이 앙증맞다.

위험을 무릅쓰고 누룩 덤에 올라설 수도 있지만 우측으로 살짝 우회하여 능선에 올라선다.

능선에서 올려다보니 금방이라도 하늘 높이 우뚝 솟아 있는 누룩 덤 바위가

아래쪽으로 굴러내려 올 것만 같은 공포를 느끼게 한다.

이렇게 높은 산비탈에 공깃돌처럼 놓여 있는 바위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놀라움과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북쪽으로 올라야 할 감암산이 올려다 보이고 멀리

베틀봉과 황매산 정상이 살며시 얼굴을 보여준다.

아기자기한 맛을 느끼게 하는 바위로 이루어진 산등성이를 지나 완만한 경사의

바위 슬 랩으로 올라서면 칠성바위이다. 산신들이 재미 삼아 공기놀이를 하며 올려다

놓았는가! 평평한 바위 위에 몸집이 큼지막한 돌들이 놓여 있다.

손으로 살짝 밀면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다.

 

아래쪽으로는 깎아지를 듯한 절벽이 아찔한 맛을 느끼게 한다.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는 몸집이 커다란 바위들은 저마다 모양들이 독특하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주게 하는 것은 물개바위이다.

마치 넓은 바다에서 헤엄치며 놀던 물개가 좁은 바위 위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과 많이도 닮았다. 드문드문 서있는 소나무 밑에는 철쭉들이 살짝 얼굴을 내밀며

저마다 고운 자태를 뽐내며 지나가는 나그네의 마음을 유혹한다.

험준한 바위 능선에서 벗어나 모처럼 한적한 오솔길을 걸어보나 했더니 다시 앞쪽에는

널찍한 바위 전망대이다. 사면이 탁 트인 전망대에 올라서면 주변의 풍경이 한눈

가득히 들어온다. 동쪽과 남쪽으로 연두와 초록색의 신록이 바위들과 어우러지며

출렁이는 풍경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펼친다.

서쪽은 그냥 밋밋한 산 능선들이 복잡하게 스카이라인을 하고서 겹겹이 누워있다.

북동쪽으로 눈을 돌리니 베틀봉에서 모산재로 여인의 허리선처럼 늘씬하게 이어지는

평평한 구릉지에 연분홍 불꽃이 활활 하늘로 타 오른다.

전망대에서 5분 정도 오솔길을 이으면서 발걸음을 옮기면 해발828m미터인 감암산

정상이다. 삼거리 갈림길 길목에 있는 정상에는 그 흔한 정상 석 하나 없다.

고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밋밋한 능선처럼 생각되는 감암산 정상 주위에는

빼곡하게 우거진 울창한 송림이 숲을 이루고 있다.

잠시나마 삼림욕을 즐기며 경사가 급한 능선 길을 내려서면 천황재 사거리이다.

커다란 오목 주발(周鉢)에 수북하게 밥을 담아 놓은 모양을 하고 있는 한 무리의

철쭉이 장관이다.

 

점점 올라설수록 높이를 더하는 능선 길에 올라서면 바위 전망대에 닿는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일품이다.

동쪽으로 연두색으로 곱게 물던 골짜기를 따라 진초록색의 싱그러운 신록이 곱고 고운

용단을 깔아 놓았다.

늦은 봄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파릇파릇한 연두색의 신록은 언제 보아도 싱그럽다.

눈앞에 싱그럽게 펼쳐지는 파릇파릇한 신록은 미모의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는 것처럼

항상 가슴 설렘으로 다가온다.

새하얀 솜털 구름송이처럼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는 쇠 물푸레나무들의 탐스러운

꽃송이는 이른 봄에 피는 화사한 매화와 벚꽃을 보는 듯 유난히도 희고 곱다.

산 정상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은 언제나 마음속에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끝이 보이지 않을 듯이 험준하게 이어지던 능선 길이 어느새 호젓한 산책길로 탈바꿈한다.

가끔씩 숲 속에서 만나는 철쭉이 길손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구릉처럼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 약10분 정도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면 연분홍

철쭉들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향연을 펼치는 철쭉군락지에 닿는다.

아직 겨울눈조차 터지지 않은 검은색의 참나무 숲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철쭉들이 어지럽게 군무를 추고 있는 호젓한 능선 길을 따라

올라서면 아담한 정자가 쉼터를 제공하여 주는 베틀봉 정상이다.

북동쪽에는 초원지대를 이루고 있는 드넓은 황매평전이 펼쳐진다.

평전 곳곳에는 붉은 철쭉이 만발하여 이곳을 찾은 산 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임도 길을 따라 북쪽으로 내려서면 동쪽 목장지대와

서쪽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주제공원이 경계를 이룬 펑퍼짐한 초원지대인 안부 사거리이다.

우측의 넓은 공터에는 산청군에서 설립하여 놓은 황매산 제단 바위가 있고 옆에서는

황매산 철쭉제가 진행 중이다. 여기서부터 황매산 정상 아래에 있는 전위 봉인

바위봉우리 까지는 가지런히 놓여 있는 나무계단을 밟으면서 올라선다.

안부에서 올려다보면 이 전위 봉이 황매산 정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올라보면 정상은 뒤쪽에 우뚝 솟아 있는 널찍한 바위 봉우리이다.

정상에서 휘둘러보는 조망은 탁월하다.


남동쪽 아래로 가회면 둔내리 광활한 목장지대가 모산재와 함께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남으로는 해발946.3m미터인 베틀봉으로 이어지는 초원을 이룬 능선이 감암산으로

길게 내려서고 멀리 정수산, 둔철산 정상이 시야에 와 닿는다.

남릉 서쪽아래에는 영화주제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날씨가 맑고 화창하면 멀리

산청 웅석봉과 지리산 천황봉이 보인다고 하나 아쉽지만 볼 수가 없다.

오늘따라 뿌연 운무가 내려앉아서 시계(視界)가 좋지 않다.

검푸른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지리산 산줄기가 멋들어진 하늘 금을 이룬다.

북동쪽에는 구름에 닿을 것만 같은 산줄기가 중봉과 하봉을 이으며 힘차게 파노라마 친다.

마음 같아서는 북등을 계속 오르며 넘어 가고 싶지만 남동쪽에 보이는

모산재를 넘어서 하산을 해야 하므로 다시 돌아서 나온다.

파란 하늘에 길게 드리워진 구름송이가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베틀봉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길게 모산재로 달리는 미끈한 능선은 말 잔등처럼

부드러운 흙 길이다. 능선을 중심으로 북쪽은 광활한 목장지대를 이루고 있다.

남쪽으로 경사가 완만한 널찍한 산비탈에는 수만 그루의 철쭉이 자생하고 있는 철쭉

군락지이다. 사람어깨를 훌쩍 넘는 꽃밭 속에 발을 들어 놓으면 끝을 찾을 수 없는

미로를 걷는 기분이다.


열대지방의 밀림처럼 빼곡하게 철쭉이 들어서있는 비좁은 틈새로 이리저리 휘어지며

오솔길이 나 있다. 그 길을 헤집고 나오면 수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구릉지를

온통 철쭉이 뒤덮고 있는 해발828m미터 봉우리인 황매평전이다.

멀리 북쪽으로 장쾌하게 뻗어있는 황매산 줄기를 보면서 들어앉은 구릉지에 만개한

붉은 철쭉 꽃송이가 꽃물결을 이루며 산상화원을 펼친다.

끝을 가지런히 모우고 서로 얼굴을 내밀며 무리지어 있는 꽃송이들은 붉은 꽃 바다를

연상시킨다. 마치 하늘에서 연분홍색의 붉은 별들이 허허 벌판에 사뿐히 내앉아

꽃불을 지피고 있는 듯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이곳 황매평전에는 합천군이 축조한 황매산 철쭉제단이 있는데 이곳 역시 철쭉제를

열고 있다. 고깔모자를 쓰고 징과 꽹과리를 신나게 두드리고 장구를 어깨에 메고

둥실둥실 사람들이 신명 나게 어깨춤을 춘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하기만 하던 산청군의 축제와는 달리 흥겨움이 물씬 풍긴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노인의 주름진 얼굴에는 함박 웃음꽃이 핀다.

노래 가락이 흥겨운 우리나라 전통 농악은 농민들의 애환(哀歡)이 진하게 묻어난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산청과 합천군이 똑같이 철쭉제단을 만들어 놓고 축제를 벌이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 자치가 시행되면서 양쪽 군이 서로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고장의 우수성을 알리려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모습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하다.


흥겨운 가락을 뒤로하고 능선을 타고 내려서면 안부삼거리 갈림길이다.

모산재로 올라서는 길은 생각처럼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이마에 송알송알 맺힌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턱까지 차오르는 가쁜 숨을 몰아 내쉬며

호젓한 오솔길을 올라서면 거대한 너럭바위로 이뤄진 모산재 정상에 닿는다.

기존의 표지 석은 둥근 원형으로 돌담을 쌓아 올린 후 중앙에 세워 놓았다.

하나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돌은 두 동강이 난 채 애처롭게 서있다.

옆쪽에는 기존의 것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최근에 세워 놓은 정상석이 아담하게 서있다.

바로 맞은편 남동쪽에는 급경사로 이루어진 바위 절벽 위에 걸쳐진 철 계단이

아래쪽에 닿았다. 철 계단 위쪽 대슬랩 상단 부 너럭바위에 자리한 황포돛대바위가

살며시 눈인사를 건넨다. 복숭아 바위로도 불리는 이 바위는 높이 6m미터에

세모꼴 모양을 하고 있다. 우측으로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는 무지개 터가

얼굴을 드러낸다. 무지개 터는 우리나라 제일의 명당(明堂)자리이다.

이곳에 묘를 쓰면 천자가 되어 자손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나라에 뜻하지

않은 재앙이 찾아온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아무리 명당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묘를 쓰지 못하게 금하고 있다.

하산 길은 북동릉을 타고 내린다.

북동릉은 맞은편에 있는 바위 능선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풍광(風光)이 아름답다.

거의 내리막길이며 우측은 깎아지를 듯한 천길 바위 절벽이 단애(斷崖)를 이루고 있다.

높고 낮은 바위 능선을 넘어 10분 정도 내려서면 하늘 위의 운동장 같은 널찍한

너럭바위를 걷는다. 바위 표면이 미끄러운 것처럼 느껴지는 화강암이지만 발걸음을

떼어 놓아도 이상하리? 만큼 미끄러지지 않는다.

주변이 탁 트여서 주위의 풍경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곳곳에 갖가지 얼굴을 하고 있는 기암(奇巖)들이 늘려 있다.

마치 금강산의 만물상(萬物相)을 이곳에다 옮겨 놓은 듯 묘한 기분이 든다.

저 멀리 해발828m미터 봉 위로 솟구친 황매산 조망이 일품이다.

828봉에서 황매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나무 한 그루 없는 구릉지에는 핑크색의 철쭉이

천상화원(天上花園)을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능선이 시계바늘 방향으로 이어지며 휘감아 돌아나가고

하늘을 향해 높이 솟구쳐 있는 바위 봉우리들은 멀리서 보니 옛 고분의 봉분 모양을

하고 있다.


성벽처럼 널찍한 산 중턱에는 하루가 다르게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연두색의

파릇파릇한 싱그러운 신록이 나그네의 마음을 울렁인다.

호기심이 생겨 바위 벽 난간에 서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간담이 서늘해진다.

비좁은 바위 틈새에 듬성듬성 서있는 소나무들이 멋들어진 풍경을 연출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끈질긴 생명력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나무들을 보며 자연의

오묘한 신비스러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항공모함 갑판처럼 느껴지는 너럭바위를 지나면 바위가 갈라져 틈이 벌어져 있는

순결바위가 이곳을 찾은 산 꾼을 반긴다.

평소에 순결하지 못한 사람은 이 바위틈으로 들어가면 바위틈새가 오므라져 나올 수

없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곳이 오늘 산행의 마지막 전망대이다.

동쪽 수 십 길 절벽 아래로 푸른 숲 속에 앉아 있는 영암사 지붕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덕만 주차장과 지방도로 변에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는 관광버스와 자동차를 보며

이산이 품고 있는 인기를 새삼 실감한다.

순결바위를 뒤로 하고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로 이루어진 암릉 길의 연속이다.

와이어로프가 계속 이어지는 암등을 타고 내려서면 국사당(國師堂)에 닿는다.

국사당은 태조 이성계의 등극을 위해 기도를 올린 곳이다.

둥근 돔 형태로 돌을 쌓아서 지붕을 만들고 안쪽에 부처님을 모셔 놓았다.

밖에서 보면 에스키모 인들이 살고 얼음집인 이글루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국사당을 뒤로 하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송림 숲길이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준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내려서면 영암사와

덕만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길목에서는 전통 차와 시원한 단술을 팔고 있다.

시원한 단술 한잔으로 목의 갈증을 푼다.

널찍한 기암괴석(奇巖怪石)과 어우러진 최고의 전망대를 갖추고 있는 황매산,

감암산, 모산재는 산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수목원을 연상케 해준다.

명 사찰 합천해인사를 품고 장관 벼슬을 하는 가야산의 명성에 가려서 별로 알려지지

않은 숨어 있는 명산이다.

몇 년 전부터 봄이면 흐드러진 철쭉이 유명세를 전국에 알려지면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철쭉도 유명하지만 바위 표면이 매끈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형상은 기가 막힌다.

여기에다 초록바다를 이루고 있는 파릇파릇한 신록과 쇠 물푸레나무 꽃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산이다. 특히 3개의 산이 저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이산을 올라본 산 꾼들은 말한다.

모든 면에서 가야산과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다고.

흐드러지게 핀 새하얀 이팝나무 꽃송이의 향기를 맡으며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속에 담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