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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봄 해남 두륜산.

풀꽃사랑s 2017. 1. 30. 23:04

남도의 봄 해남 두륜산.


한반도의 남단(南端)에는 크고 작은 360여개의 섬들이 쪽빛의 푸른 남해 바다에 보석처럼

뿌려져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閑麗海上國立公園)과 170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과

기암괴석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多島海

海上國立公園)이 있다.

두 지역의 해상공원에는 기후가 온화하여 난대성 식물인 동백나무, 비자나무, 치자나무,

유자나무, 춘란, 풍란등이 자생하고 있다.

한반도의 봄은 두 곳의 해상국립공원에서 자생하고 있는 붉게 피는 동백꽃에서 시작된다.

땅 끝 기맥 중미에 남북으로 길게 누워 있는 해남 두륜산(730m)은 중국 곤륜(滾淪)

산맥의 줄기가 동쪽으로 흘러서 백두산을 이루고 그 줄기가 남으로 흐르다가

한반도의 땅 끝에서 홀연히 일어나 8개의 봉우리를 솟구쳐 놓고 해남 앞바다에서

그 맥을 다한다.

두륜산의 두(頭)자는 백두산(白頭山) 의 두(頭)자와 곤륜의(淪)자를 따와서 두륜산(頭淪山)

이라 이름 붙여 부르고 있다.

두륜산은 옛날부터 큰 언덕이란 뜻의 대듬 또는 한듬으로 불리었으며 이와 같은 연유로

인하여 대둔사(大芚寺)또는 한듬절 이라고도 이름 붙여 불렀다.

두륜산은 계곡이 깊어 산길을 따라 올라서면 계곡위에는 아름다운 이름이 붙여진 다리가

놓여 있다. 이 다리를 9곡9교(九曲九橋)라 부르고 있다.

이 9개의 다리는 조암교, 현무교, 이원교, 운송교, 홍류교, 강화교, 만폭교(청홍교), 쌍옥교.

심진교이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파노라마 치는 바위로 이루어진 산등성에는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친 8개의 바위 봉우리들이 있다.

8개의 바위 봉우리는 가련봉, 두륜봉, 고계봉, 노승봉, 도솔봉, 할망봉, 향로봉, 연화봉 으로

봉우리마다 독특한 이름을 갖고 있어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대흥사 대웅전에서 약 700m 가량 두륜봉 정상이 우뚝 솟아 있는 동쪽으로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면 조선후기 대표적인 선승인 초의선사가 도를 닦았던 일지암이 있다.

초의 선사는 우리나라의 차(茶) 문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여 다성(茶聖)으로 추앙 받고

있다. 일지암은 초의선사가 그의 다선일여(茶禪一如) 사상을 생활하기 위해 꾸민 다원(茶苑)

이다.

초의선사는 이곳에서 유명한 동다송(東茶頌)과 다신전(茶神傳)을 펴냈고,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던 다산정약용,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했던 추사 김정희와 같은

석학 예인들과 교류하며 쇠퇴해 가는 다문화(茶文化)의 중흥(中興)을 도모했던 일지암은

한국다(韓國茶)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일찍이 서산대사가 전쟁을 비롯한 화재(火災), 수재(水災), 풍재(風災) 등 삼재(三災) 와

나라에 일어나는 병난(病難), 질역(疾疫), 기근(飢饉)등 세가지 큰 재앙이 미치지 못할 곳으로 만년동안 흐트러지지 않을 땅이라

여겨 자신의 의발(衣鉢)을 대흥사(大興寺)에 모시도록 한

명당 터이다.

실제로 대흥사는 임진왜란(壬辰倭亂)과 6.25 한국 전쟁 때에도 이곳은 재난(災難)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탐방을 시작하는 초입에서 대흥사 절까지 이르는 두륜산의 골짜기에는 몸집이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두륜산 일대는 난대성 상록활엽수림이 자연적으로 조성되어 있다.

두륜산에는 제주도 한라산이 자생지로 알려진 왕벚나무, 동백, 비자, 후박, 치자나무,

북가시나무, 식나무, 굴참나무, 곰솔, 상수리나무, 보리수나무 등 무려 수천종류의

나무가 숲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이밖에도 유자, 차 등 난대식물이 자라고 있어

식물분포 학상 중요한 가치를 품고 있는 산이다.

      

동백은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고 있다.

이른 봄에 피면 춘백(春栢), 가을에 피면 추백(秋栢), 겨울철 눈 속에서 피면

동백(冬柏)이라 이름 붙여 부르고 있다.

난대성 상록활엽수와 온대성 낙엽 활엽수들이 울창하게 원시림의 숲을 이루고 있는 해남

두륜산은 식물분포학 상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산이다.

또한 인근에 있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서 이른 봄 쉴 새 없이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으로 다른 곳 보다 일찍 붉은 동백꽃이 피는 곳으로 유명하게 알려진 산이다.

이번에 탐방할 산은 해남 두륜산이다.

 

지척(咫尺)에 잡힐 듯이 성큼 다가온 상큼한 봄맛을 느껴 보고자 춘백(春栢)이 수줍은

꽃봉오리를 막 여는 해남 두륜산을 찾아 탐방 길에 나선다.

두륜산 탐방은 전남 해남군 827번 지방도인 오소재에서 서쪽으로 올라서며 탐방을

시작한다. 울창한 잡목들이 어지럽게 서있는 나무 숲 사이로 동백나무들이 유일하게

푸른빛을 선보인다. 경사가 완만한 부드러운 임도 길은 장시간 차를 타고 오며 몸에

쌓인 긴장과 피로를 가볍게 풀어 준다.

약40분 정도 발걸음을 재촉하여 올라서니 널찍한 억새밭에 빈 공터로 조성되어

있는 오심재이다.

남쪽으로 노승봉 북쪽에는 고계봉이 높게 우뚝 솟아 있는 바위 봉우리가 인상적이다.

오심재 에서 북쪽 고계봉으로 이어지는 산비탈에는 온대성 활엽수인 참나무가

빼곡하게 갈색의 숲을 이루고 중앙으로 또렷하게 능선 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심재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며 북쪽에 있는 고계봉으로 올라선다.

호젓한 오솔길처럼 이어지는 산중턱에는 사람 키보다 훨씬 웃자란 산죽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생각 했던 것보다 경사가 급하고 험준한 길을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올라서니 숨이 가쁘고 힘이 배로 든다.

사면이 탁 트인 고계봉 전망대에 서면 동쪽으로 주작산의 빼어난 산세와 전라남도

남부를 유유히 흘러가는 탐진강 물이 바닷물과 합류하는 강진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드넓은 기름진 들녘에는 벌써 잎이 파릇파릇한 푸른 청 보리밭이 싱그럽다.

짙푸른 다도해 앞바다 곳곳에 점점이 보석처럼 뿌려진 수많은 섬들은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펼쳐 보인다. 하늘에는 엷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바다 멀리 수평선

너머로 봄을 재촉하는 뿌연 물안개가 길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저 멀리 남쪽으로 오늘 올라야 할 노승, 가련, 두륜봉이 서로 자웅을 겨루고 있다.

남쪽의 제일 끝에 통신 중계 탑이 서있는 대둔산 도솔봉이 그 너머로 한반도의

땅 끝인 달마산이 아스라하게 다가온다.

 

전망대에서 500m터 산중턱 아래에 놓여 있는 케이블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아직 이른 봄이라 그런가? 탑승객 하나 보이지 않는 승강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좀 더 머물고 싶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다시 남쪽에 있는 오심재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오심재 억새밭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휴식을 취한 다음 부드러운 흙 길을 밟으며

5분 정도 올라서면 노승봉 아래에 있는 헬기장이다.

앞을 가로 막으며 서있는 커다란 바위벽에는 졸졸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물이 얼면서 생긴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날씨는 봄 날씨인데 높은 산 능선에는 아직도 얼음이 있다. 자연의 오묘한 신비를 눈앞에서 보니 봄과 겨울이 함께

공존(共存)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깎아지를 듯한 절벽 아래에 서니 순식간에 몸집이 커다란 바위들이 무너져 내릴 듯한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바위 능선을 돌아 우회하니 노승봉을 올라서는 통천문이다.

겨우 사람 몸 하나 빠져나갈 협소한 공간이어서 머리를 최대한 낮추고 엎드려 기다시피

하며 문을 나와 바위벽으로 올라선다. 노승봉 정상은 많은 사람들이 쉼터로 이용할 수 있는 평평한 너럭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 석은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는 흔적만 남아 있다.

멀리 북서쪽으로 두륜산의 여덟 개 봉우리가 병풍처럼 둥근 원형을 그리는 중앙의 아늑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명찰 대흥사(大興寺) 가  그 모습을 보인다.

이곳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내려다보며 점심을 먹는다.

별천지(別天地)가 따로 있는가! 여기가 그곳이 아닌가 싶다.

험준한 바위 능선을 조심스럽게 내려섰다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가련봉 정상에

올라선다. 사방이 확 트인 이곳 역시 전망대로 손색이 없다.

바로 눈앞 동쪽으로 쪽빛의 푸른 바닷물이 물결조차 일렁이지는 않는 드넓은 다도해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펼쳐진다.

마치 가을하늘처럼 맑은 새파란 바닷물과 인접한 해남의 광활한 들녘에는 벌써 봄이

무르익고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완도 상황봉과 숙성봉은 푸른 바닷물에 노닐고

있는 미끈한 고래 등을 보고 있는 듯하다.

실타래처럼 엉키어 겹겹이 누워있는 산 능선은 이곳을 찾은 길손의 마음속에 길이 남을

진풍경을 선물한다. 능선 곳곳에 보이는 둥근 바위 돌들은 몸집이 커다란 거북이가 등을

보이며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

 

가련봉 정상을 지나면 급경사로 내려서는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다.

수직선으로 세워 놓은 철 계단을 조심스럽게 지나 험한 바위 길을 내려서면 남해바다

너머로 해가지는 풍경이 아름답다는 만일재삼거리이다. 넓은 공터인 안부와 언덕배기에 자연적으로 조성되어 있는 억새풀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지만 빼곡하게 숲을 이루며 서 있던

억새는 긴 겨울을 지나며 몸이 부셔져 없어져 버리고 듬성듬성 몇 안 되는 억새만 남아 있다. 불어오는

해풍에 몸이 부서져 버린 억새들은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그것뿐만 아니라 세차게 몰아치는 해풍(海風)은 무리를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조차 크게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내려서면 북미륵암과 일지암으로 내려서게 된다.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직진하여 좌측 옆으로 우회하여 급경사로 이루어진 바위 능선에 놓여 있는 철 계단에 올라서면

자연이 빚어 놓은 천연 구름다리를 만나게 된다.

양쪽 바위가 연결된 다리로 산안개가 갠 날 아래쪽에서 보면 구름 사이에 있는 다리처럼

보여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협소한 공간으로 이루어진 둥근 아치형의 구름다리는 담력이 센 사람만이 건너 갈수

있을 정도로 스릴과 아찔함을 갖추고 있다.

구름다리를 우회하여 북동쪽으로 5분 정도 발걸음을 옮기면 검은색의 정상 석이

서 있는 두륜봉 정상이다. 이곳에서 노승봉과 가련봉으로 이어지는 암등, 등날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이제 막 꽃이 피려는 연꽃과 모양이 흡사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서쪽으로 내려서는 하산 길은 바위로 된 험한 너덜지대이다.

주변에 원시림의 푸른 동백나무 숲이 운치를 더하여준다.

나무의 밑동을 보니 수령이 수십 년은 되어 보인다.

너덜지대를 벗어나면 진불암으로 올라서는 넓은 임도 길을 만나게 된다.

암자에 들러보고 싶지만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하산 길을 재촉한다.

임도 에서 서쪽 대흥사 방향으로 이어지는 호젓한 오솔길은 꿈길 같은 곳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아마 절의 스님들이 조용하게 산책을 하며 사색과 깊은 명상에 잠길 때

즐겨 이용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혹독한 겨울 가뭄인데도 불구하고 수림(樹林)이

울창한 계곡에서는 졸졸 물 흘러가는 소리가 사랑의 하모니를 들려준다.

물소리가 끝을 맺는 서쪽 산릉(山陵)에 노승봉에서 보았던 명찰 대둔사가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두륜산 명찰 대흥사는 건립연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해진다.

신라 진흥왕 5년(514년)아도화상이 창건 했다는 설과 통일 신라 시대 현강왕1년(875년)에

도선국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귀국한 후 500개의 사찰을 짓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지은 절 가운데 하나라는 등 여러 설이 있다.

대흥사는 중앙의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하여 천불전, 서산대사의 사당과 유물관이 있는

표충사 그리고 대광명전 등 커고 작은 건물들이 여러 채 있다.

대흥사에는 보물48호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 보물88호 탑산사 동종 그리고 표충사에는

서산대사 유품이 보존되어 있다.

청신암, 관음암, 남암, 북암, 일지암, 진불암, 상원암등의 많은 부속 암자를 거느리고 있다.

사찰에서 피어나는 은은한 향은 부처님께서 계시는 사바세계를 느끼게 해준다.

수령이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은행나무와 잘 조림되어 줄지어 서있는 느티나무와

노송(老松)은 아늑한 산사에 찾아온 봄의 운치를 느끼게 해준다.

대웅전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암자에서는 천년 고찰에서 풍기는 선조들의 멋과

지혜로운 슬기를 느끼게 해준다. 경내를 두루 돌아보고 해탈문을 나서면 대흥사의

역사를 상징하는 부도전이 있다. 서산대사와 초의 선사를 비롯해 모두 56기의 부도와

탑비 17기가 서있는 것을 돌아보고 일주문을 나선다.

피안교를 지나 도로 좌측 편에 고풍스러운 멋을 내며 자리 잡고 있는 유선여관에

잠시 들러본다. 영화서편제 촬영 현장으로 유명하게 알려져 있고 특히 이 집에서 기르고

있는 진돗개는 여기서 잠을 잔 첫 손님과 함께 이른 아침 산책을 즐긴다고 한다.

실제로 개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니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흔들어 보인다.

또 하나 눈길을 주게 하는 것은 양지바른 쪽의 느티나무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이다. 가지런히 줄지어 놓인 장독에서 그리운 고향의 향수와 어머니의 따듯한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절에서 시설지구까지 이어지는 도로 변에는 수백 년 묵은 갖가지 수목이 빼곡하게

우거져 있다.

울창하게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숲은 가을에는 단풍이 현란하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다고 한다. 아직 이른 봄이라 가을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던 나무들은 파릇파릇한 잎조차

돋아나지 않은 앙상한 가지만이 남아 있다.

계곡물을 우측에 끼고 이어지는 흙으로 된 산책길 주변에 드문드문 하늘을 향해 높게 치솟아 있는 적송과 상록수인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은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사계절 잎이 푸른 상록수는 무더운 여름에나 맛 볼 수 있는 산림욕까지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아름드리 왕벚나무와 참나무,

느티나무, 동백, 단풍나무 등이 상록수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은 속세가 아닌 선경(仙境)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갈색의 미끈한 몸매를 자랑하는 삼나무 숲 속에서 겨울을 난 꽃무릇의 파릇파릇한 잎에서 상큼한 봄맛을 느껴 본다.

이곳 대흥사는 일찍이 고승(高僧) 서산대사가 재난이 미치지 않고 오래도록 더럽혀지지

않을 곳이라 예언했던 곳이다.

그 예언처럼 이곳은 병난을 만난 일이 없어서 수령이 오래된 고목나무들이 울창하고,

대흥사가 크게 번성하였다고 전해진다.

두륜산은 육산이자 골산이다.

부드럽고 덕스러운 산이 바탕을 이룬 가운데 정상인 가련봉을 비롯해 두륜, 고계,

노승봉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성채 같은 8개의바위 봉우리로 이루어 져 있어 산을 오르는

묘미를 더하여준다. 가을은 단풍과 함께 억새가 무성하며 여덟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

정상에서는 서해안과 해남의 넓은 들녘 그리고 남해안 곳곳의 아름다운 다도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남도의 봄은 강진만덕산 아래에 있는 백련사와 두륜산의 동백 숲에서 그리고 싱싱한

청 보리밭을 볼 수 있는 남쪽의 들녘에서 시작된다.

특히 강진 만덕산 백련사의 동백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수가 될 정도로 유명하다.

바닷바람이 차서 그런가 해남 두륜산의 동백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소리 없이 성큼 다가온 봄은 우리 곁에 와있다.

천지를 분간 못하는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 젖혀 머리카락을 감당 못하게 날리고

봄비도 수시로 뿌려대는 날씨가 그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몰아친 경제 한파는 더욱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하며 두꺼운

겨울옷을 버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경기의 그늘은 깊어만 가고

신명 나는 뉴스조차 없다. 밀려오는 한파로 인하여 내 마음도 아직 추운 겨울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남도의 산과 들녘에는 이미 봄기운이 완연하다.

겨우내 품었던 얼음이 봄볕에 녹으면서 흙은 풀어지고 부푼다.

새싹은 스스로 땅을 뚫고 나오지 못한다. 헐거워진 흙의 틈을 비집고 나온다고 하나

정확히 말해 흙이 비켜준 자리를 따라서 싹이 튼다고 한다.

그 동안 몰랐던 대자연의 섭리를 이제야 조금씩 깨닫게 된다.

이곳에는 왕벚나무 자생지가 있다. 주작, 덕룡, 만덕산의 바위틈새에 연분홍 진달래가

새색시마냥 보조개를 띄고 살포시 웃을 때면, 왕벚나무들도 일제히 새하얀 꽃이 필 때이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휘날리는 하얀 꽃송이를 벗 삼아 한 바탕 봄놀이를

즐기며 두륜산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