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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거금도 적대봉.

풀꽃사랑s 2017. 3. 5. 22:25



전남 고흥 거금도 적대봉.

자연의 오묘한 신비스러움을 품고 있는 섬 산행은 언제나 가슴 설렘으로 다가온다.

이번에 탐방할 거금도 적대봉 또한 그러하다.

행정구역상 전남 고흥군 금삼면에 속해있는 거금도는 고흥군 녹동항에서 여객선으로 약 20거리에 있는 섬이다.

녹동항 바로 맞은편에 소록도가 있다.

육지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거금도는 섬 둘레가 약53.5㎞, 이고 전체 섬의 면적은 약65㎢이다.

섬 자체가 육지의 행정구역인 면(面)에 버금갈 정도로 커다란 섬이다.

바다 한가운데 여객선에서 바라보면 몸집이 둥그스름한 하나의 산처럼 보이는 섬이다.

거금도의 지명은 섬 안에 큰 금맥이 뻗어 있어 ‘거금도’라는 애칭을 붙여서 부르고 있다.

적대봉에 올라 바라보는 해안의 경관과 풍광은 천하일품이다.

섬의 동쪽 오천리 마을은 해안선을 따라 조약돌이 널려 있는 등 독특한 풍광이 일품이다.

또한 섬의 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익금해수욕장은 수심 2~3m속의 해산물이 훤히 보일 정도로 물이 아주 맑다.

울창한 방풍림을 배경으로 길게 뻗은 은빛 백사장은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남들은 아직 깊은 단잠에 빠져 있는 이른 아침 거금도 적대봉 탐방객을 태우고 갈 관광버스에 승차한다.

대구를 출발한 관광버스는 남해고속도로 섬진강 휴게소에서 정차한다.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조식을 마치고

출발한 관광버스는 고흥 녹동항 항구 여객선 터미널에 정차한다. 버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녹동항 항구에 내려서니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항구 건너편에 보이는 소록도의 풍경은 겨울이 아닌 아직도 늦가을의 단풍이 아름답게 남아 있다.

 

섬 탐방을 다니면서 승용차와 소형트럭을 여객선에 함께 실어서 운항하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오늘 우리를 거금도로 태우고 갈 여객선은 대형버스까지 실을 수 있다.

그 동안 몇 번 섬 산행을 갔지만 버스좌석에 앉아서 여객선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녹동항의 바닷물은 물속에서 뛰어 노니는 물고기들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아주 맑고 깨끗하다.

또한 여객선이 오고가는 부둣가에서 강태공들이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며 물고기를 잡고 있다.

그만큼 바닷물이 오염되지 않고 깨끗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우리를 태우고 갈 여객선은 예상 시간보다 20분 정도 늦은 오전11시 정각에 출발 한다.

섬 산행을 다니면서 여객선에 승선한 후 선창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오늘은 생전 처음으로 버스에 올라 여객선에 승선하여서 가니 바다를 보는 즐거움이 없어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오전11시30분 거금도 금진 선창 항구에 여객선이 정박한다.

비릿한 바다냄새가 코를 자극 하는 녹동항에서 거금도 금진 선창까지 뱃길로 약 20분이 소요된다.

여객선에서 내린 버스는 섬 일주도로를 10분 정도 달려서 오늘 산행 입구인 금산정사 표지석이 있는

신평리 동구 마을 앞에서 정차 한다.

 

버스에서 내려서니 섬 북쪽에 방금 지나온 신평리 신평 마을과 석정리 신정마을이 그리고 일정방조제가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쪽빛 바다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아름답다.

또한 바로 손에 잡힐 듯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앞바다에 보석처럼 뿌려진 많은 섬들이 인상적이다.

오늘 거금도 적대봉 탐방은 신평리 동정 마을에서 남쪽으로 금산정사로 올라서며 시작한다.

동정마을 앞 전방에 푸른 남해 바다를 보면서 우뚝 솟은 무명봉주위에 벌써 져야 할 늦가을 단풍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오늘도 변함없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회원님들은 벌써 산으로 달려가신다.

나 혼자 홀로 제일 뒤에 남아 금산정사 입구 표지 석을 카메라에 담고 배낭을 메고 서서히 출발을 한다.

산행들머리인 동정마을에서 시멘트로 포장된 마을 농로를 지나 10분 정도 남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마을 안쪽으로 탐방을 진행하면 금산정사라는 아담한 사찰이 있다.

조용한 사찰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스님의 독경소리가 왠지 평소에 듣던 소리가 아닌 생소한 음으로 들려온다.

매번 탐방을 다니면서 보아 왔지만 이곳 전라도 지방에 위치한 많은 사찰들은 화려하게 단청을 하지 않고

소박하고 검소하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반대로 경상도와 강원도, 충청도, 서울 경기도 지방의

사찰은 대부분 화려하게 보인다.

아마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으로 많은 사연이 숨어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금산정사 사찰을 뒤로 하고 마을 농로를 지나 올라서니 임도다. 임도를 지나면 전방에 보이는 무명봉우리까지는

호젓한 능선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다.

호젓한 오솔길에는 섬에서 많이 자생하고 있는 잎이 작은 박달나무 종류의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떨어진 낙엽을 밟으면서 경사가 완만한 호젓한 오솔길을 약 10분도 올라서면 미니 전망대이다.

바로 아래 북쪽으로 조금 전에 지나온 신평리 동정마을과 신정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바다에서 가까운 해안선 안쪽 양지바른 곳에 아늑하게 들어앉은 두 마을은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파릇한 남해바닷물과 마을이 서로 어우러지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을 보고 있는 것처럼

아름답다.

산에서 보는 풍경과 산 아래쪽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또 다른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구름이 살포시 내려앉은 섬마을 그리고 다도해 “정말로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미니 전망대에서 경사가 완만한 호젓한 오솔길을 약10분 정도 지나면 본격적인 산 능선 길로 접어든다.

이제부터는 경사가 점점 급해지는 산등성이로 올라서야 한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가파른 오름을 힘겹게 발걸음을 재촉하며 올라서니 무명봉 삼거리 갈림길이다.

널찍한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무명봉 갈림길에서 동쪽으로 올라서면 남천이고 남쪽으로 내려서면 적대봉이다.

무명봉에서 마치 멍석을 깔아놓은 듯이 너럭바위가 길게 남쪽으로 이어진다.

면적이 널찍하고 평평하게 이루어진 너럭바위를 지나서 올라서면 커다란 바위가 오랜 풍화 작용으로 인하여

부서진 파편들이 널려있는 전망대이다.

사방이 확 트인 이곳에 서 휘둘러보는 풍경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산등성이 북쪽과 동쪽으로 파릇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과 늦가을 단풍이 서로 어우러지며 아름답게 펼쳐진다.

남쪽으로 눈길을 주면 저 멀리 널찍한 해안가 양지바른 쪽에 아담하게 들어앉은 오천리 마을이 아련하다.

마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 정겨움을 더하여준다.

마을 한쪽에 가을하늘처럼 새파란 물이 가득한 오천제 저수지의 물이 싱그러움을 더하여준다. 무명봉 정상에서

장승처럼 외롭게 서 있는 바위기둥을 지나 남쪽에 있는 적대봉 정상에 올라선다.

 

남해안의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고래 등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적대봉 정상에는 봉수대가 남아 있다.

군사적으로 중요한 섬에 위치한 거금도 봉수대는 조선시대 때 왜적의 침입 등 비상사태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옛날 처음에 세웠을 때의 봉수대는 둘레가 약 34m, 직경 약7m의 규모다.

그러나 물처럼 흘러간 수많은 세월을 지나며 처음에 세웠던 봉수대는 거의 허물진채 그때 당시 쌓았던

돌들만 남아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밑에 원형은 잘 보존 되어 있다.

또한 처음에 세울 때 봉수대 높이가 약 7m 정도로 전하나 지금은 약3m 정도 높이만 남아 보존되어 있다.

적대봉 산비탈은 조선시대 때 목장성(牧場城)이 있던 곳이다.

소록도, 절제도, 시산도, 나로도와 함께 도양(道陽) 목장에 속한 속장(屬場)중의 하나였다.

거금도는 옛 이름이 절이도(折爾島)로 적대봉을 중심으로 약30 리 길이의 성을 쌓아 말 116마리를 키웠던

세납(稅納) 목장이었다. 거금도의 남북을 종단하여 석정리와 어전리를 잇는 임도 곳곳에 목장의 울타리

용도로 사용한 돌로 쌓아놓은 성(城)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적대봉 일원은 옛날부터 수림(樹林)이

울창하고 산등성가 경사가 완만하여 말을 기르고 사육(飼育)하기에는 천혜(天惠)의

자연 환경(環境)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방이 확 트인 적대봉 정상은 천하일품 전망대라 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이곳에서 휘둘러보는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벌써 설악산과 서해안 일부 해안 지방에는 올해 들어 첫눈이 내렸다. 그뿐만 아니라 산의 나무들은 이미

긴 겨울잠에 들어선지 오래다. 근데 이곳은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해서 일가 늦가을에나 볼 수 있는

붉은 단풍이 길손을 반긴다.

산 중턱과 굽이굽이 깊은 계곡과 협곡에 하늘에서 붉은 단풍비가 내렸나 보다.

울긋불긋 꽃송이마냥 붉은 단풍잎이 비단결 같이 아름다운 융단을 깔아 놓았다.

섬 전체를 곱게 붉게 물들인 단풍은 소박하고 담백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육지와 맞닿을 듯한 푸른 바다는 잔잔한 물결조차 일렁이지 않는 커다란 호수 같다.

저 멀리 북쪽으로 바닷물이 출렁이는 녹동항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소록도가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한센병 환자들의 수많은 한과 절망을 품고 있는 소록도에 반세기가 지난 지금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길이 열린다.

그 연육교(緣陸橋)가 이곳 거금도로 나란히 이어진다.

한센병에 대한 사람들의 그릇된 편견이 서로의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씻을 수 없는 한과 상처를 남겼다.

이제 그 모든 것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옛 상처는 봉합되었고 아물었다.

 

거금도의 한가운데 솟아있는 적대봉은 금진항에서 바다건너 북쪽으로 고흥 천등산, 마복산과 서로

아스라하게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

서쪽은 장흥 천관산, 봄이면 연두색 신록과 함께 온통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게 하는 연분홍 철쭉이 지천인

제암산과 보성 일림산이 적대봉과 서로 살짝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

일림산 아래쪽 보성만에는 많은 섬들이 보석처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앞바다에 뿌려져 있다.

북쪽 제일 위쪽 끝에는 봉래산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외나로도가 길게 꼬리를 내리고

바닷물 위에 곱게 누워있다.

줄지어 겹겹이 누워있는 산들이 첩첩이 스카이라인을 이루며 하늘과 맞닿으며 숨 고르기를 한다.

북쪽 녹동항 너머로 보이는 고흥의 광활한 들녘은 갈색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지는 황량한 사막을 보는 것 같다. 

 중앙에 푸른 바닷물은 사막에서만 볼 수 있는 오아시스 샘처럼 신선함을 준다.

북쪽과 달리 동, 서, 남쪽은 바다가 확 트이면서 답답한 가슴을 활짝 펴게 해준다.

서쪽은 완도, 남쪽은 거문도, 동쪽은 여수 일원의 바다와 섬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날씨가 좋으면

멀리 제주도가 보일정도로 풍경이 아주 좋다.

남쪽 바다를 보면서 3개의 큰 산줄기가 나란히 내천(川)자를 그리며 자리 잡고 있는 풍경은 마치 3마리의

큰 용이 웅크리고 앉아 용트림을 하는 듯하다. 꼬불꼬불한 논두렁이 앙증맞게 보이는 다랭이 논들 그리고

푸른 대나무 숲이 아늑하게 마을을 감싸고 있는, 동쪽 홍련 마을은 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섬 산이면서도 고흥군에서는 팔영산 다음으로 높은 적대봉은 펑퍼짐한 산세와 달리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찬하 일품이다.

 

봉수대에서 내려서면 남쪽방향으로 서기2000년이란 글자가 새겨진 조그마한 비석이 서 있다. 바위로 된

비석에는 봉수대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새겨 남겨 놓았다.

옆에서 함께 거금도 적대봉 탐방에 오신 회원님들이 마치 탑돌이를 하듯 봉수대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신다.

흔히들 탑돌이를 하면서 소원을 빈다고 들었는데, 비록 탑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섬에 자리 잡은 거금도

적대봉 정상에 서 있는 봉수대를 돌면서 소원들은 빌었는지…

적대봉 정상에서 청명한 가을 햇살아래에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새하얀 억새꽃이 무리지어 있는

호젓한 오솔길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선다.

오솔길을 살짝 벗어난 산비탈에 부엉이를 닮은 몸집이 커다란 바위가 수문장처럼 외롭게 서있다.

부엉이 바위를 지나 내려서면 마당목치 삼거리 갈림길이다.

여기서 동쪽은 적대봉, 남쪽은 서촌마을, 북쪽은 파장재로 내려서는 삼거리 갈림길이다.

마당목치 삼거리에는 아주 정성스럽게 쌓아 놓은 돌탑(일명 성황당)이 이곳을 찾아온 길손을 반긴다.

이러한 돌탑은 산세가 높고 깊은 험준한 고갯길이나 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육지가 아닌 섬 탐방을 하면서도 이러한 돌탑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경남 통영 미륵도, 남해 설흘산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여기에 돌탑을 세운 사람은 무슨 사연이 있어서 이렇게 정성 들여 돌탑을 쌓아 놓았을까!

바다에 고기잡이 나간 지아비의 무사귀환을 소원하는 부인이 쌓았을까!

아니면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면서 어머님이 쌓을까!

정성들여 쌓아 놓은 돌탑을 보니 뭔가 말 못할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을 것만 같다.

 

사방이 확 트인 마당목치에 서면 동, 서, 남, 북으로 육지에서나 볼 수 있는 장대한 산줄기들이 길게 누워있다.

이곳이 섬이 아닌 육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당목치에서 남쪽에 우뚝 솟아 있는 해발 522m봉우리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꼭 동네뒷동산 같은 이봉우리에 올라서니 잡목과 함께 붕긋한 꽃눈을 간직한 진달래나무가

빼곡하게 원시림의 숲을 이루고 있는 진달래 능선길이다.

호젓한 진달래 숲길을 지나 남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내려서면 해발 468m 봉우리다.

468m 봉우리에 올라서니 남쪽으로 잘 포장된 섬 일주도로가 선명하게 보인다.

연두색 푸른 바닷물과 인접한 해안가에는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한 들녘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동쪽에는 나로도와 형형색색의 지붕을 갖추고 있는 오천리 동촌마을이 정겨움을 더하여준다.

468m 봉우리에서 남쪽으로 내려서면 평평한 너럭바위 위에 돌을 이용하여 아담하게 쌓아 놓은 높이가

나지막한 돌탑이 외롭게 홀로 서 있다.

돌탑을 지나면 바위로 이루어진 널찍한 릿지 길이 해발 535m 봉우리까지 길게 이어진다.

아기자기한 바위 릿지 길로 한걸음 발을 때어 놓을 때 마다 꿈길 같은 절경을 펼쳐진다.

바닷물에 둘러싸인 섬이어서 일까! 계절을 잊은 듯한 진달래가 꽃을 피웠다. 그것도 여러 송이가 아닌

딱 한 송가 피어 있다. 연분홍 진달래가 붉게 피는 봄에 오면 더 좋은 코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바로 앞에 우뚝 솟아 있는 해발 535m 봉우리를 올랐었다가 내려서면 해발483.4m봉우리이다.

해발 535m 봉우리에서 해발 483.4m 봉우리까지는 비단길처럼 부드러운 바위 릿지 길이다. 사방이 확 트인

이곳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유혹한다. 서쪽으로 눈길을 주니 파도와

바람이 빚어 놓은 기암괴석의 바위섬인 다도해가 서로 자웅을 겨룬다. 울창한 연두색의 송림 숲은 푸르다

못해 검푸른 빛이다.

저 멀리 아득하게 완도와 함께 해남 땅 끝 마을에 있는 산들이 살며시 속살을 드러낸다.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은 정겨움과 함께 어부들의 고단한 삶이 배어난다.

섬 산행을 하면서 최고의 애로사항이 바로 변화무쌍하게 변해 버리는 날씨이다.

하지만 때맞추어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푸르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 또한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

푸른 바다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바위섬들이 정겨운 풍경을 그린다.

바다 멀리 그리움이 스미는 저 끝에는 두견이가 산다고 했던가!

진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바다는 항상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고 아늑함을 준다.

따뜻한 오후의 햇볕이 내리쬐는 바닷물은 영롱한 이슬처럼 맑고 곱다. 저 멀리 수평선너머로 푸른 성벽인양

파란 물결 위로 흰 구름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위치를 바꿀 때 마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서로 다르게 보이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이곳에서 저 멀리 동쪽으로 하늘에 닿을 듯이 우뚝 솟아 있는 적대봉을 바라본다.

아직도 곱게 물던 단풍이 남아 있는 장대한 산줄기와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이곳이 섬이 아닌

선경(仙境)의 세계를 보고 있는 듯하다.

 

동쪽으로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오천리의 동촌마을과 서촌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끝없이 펼쳐지는 다도해의

섬 풍경을 벗 삼아, 483.4봉에서 바위로 이루어진 산등성이를 지나 남쪽으로 급하게 직진하여 내려선다.

험준한 바위로 이루어진 너들 지대를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산 능선에서 보았던 오천리의 동촌마을과

서촌마을이 이제 바로 눈앞에 있다.

동쪽으로 오천제(저수지)가 손에 잡흴 듯 지척에 있고 오늘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가 섬 일주 도로에 정차해 있다.

마을 뒤편에 아담하게 세워 놓은 2개의 돌탑을 지나 전방에 바라보이는 서촌 마을 뒤편인 내동마을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내려선다.

아직 서리 맞지 않은 아름다운 단풍잎이 숲을 이루고 있다.

마을로 내려서니 돌로 아담하게 담장을 쌓아 놓았고 집 주위의 텃밭에 심어 놓은 배추가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밭 주위에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흑염소가 음매에 구슬프게 울음을 토한다. 울창하게 우거진 억새 숲을 보니

꼭 내가 자란 고향에 온 것 같다.

들녘을 가득 메운 파릇한 잎사귀의 마늘잎이 싱그러움을 피어낸다.

그러고 보니 섬 전체가 마늘 밭이다.

푸른 잎이 넘실거리는 마늘 밭은 연두색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이른 봄을 연상케 해준다.

어느덧 짧은 하루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면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쌀쌀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바다 속으로

몸을 감추는 붉은 석양(夕陽)을 품 안에 안고 녹동항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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