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산행 기행문

강원도 인제 방태산.

풀꽃사랑s 2016. 10. 3. 19:58

온 산천을 붉게 물들이며 꽃불을 지폈던 철쭉이 지고 나면 계절은 이미 여름의 문턱을 넘어선다. 도시의 회색빌딩 숲 사이를 거닐다 보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식혀줄 초여름의 싱그러운 신록이 더욱 그리워진다. 새들이 저마다 목청을 높이며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숲 그늘에서, 파란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초여름의 한가함을 즐기고 싶다.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시원한 계곡물에 두발을 담그고 하루쯤 원시의 숲이 드리워진 자연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유토피아를 찾아서 길을 나선다.   야트막한 야산에는 초록의 신록이 절정을 향해서 달리고 유유히 흘러가는 홍천강의 물은 시간의 개념마저 잊어버리게 한다. 모내기를 끝마친 파릇파릇한 들녘은 어머니 품처럼 아늑한 풍요로움으로 다가온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어느새 홍천을 지나 인제군으로 들어선다. 첩첩이 우뚝 솟아 있는 큼지막한 산 사이로 내린 천이 휘감아 돌아나가고 평평한 구릉지에는 크고 작은 마을들이 아담하게 들어앉았다. 산골 오지답게 논보다는 밭이 훨씬 더 많다. 끝이 보이지 않을 듯이 이어지는 초록색의 싱그러운 감자와 옥수수 밭이 전형적인 산골풍경을 선물한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보라색과 흰색의 감자 꽃은 아련한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한다. 파릇한 새순이 돋아난 더덕이 가지런히 세워놓은 나무지주에 몸을 휘감아 올리고 새파란 잎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 꼭 오미자 밭을 보는 듯하다.   아홉골 고개를 넘어가듯이 꾸불꾸불하게 휘어진 국도는 여행길에서 맛볼 수 없는 또 다른 묘미를 느끼게 한다. 금빛 햇볕이 내려앉은 산 능선에는 푸른색으로 곱게 몸단장을 끝마친 전나무 숲이 나그네의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맑은 물이 그득하게 흘러가는 내린 천이 도로와 함께 줄달음 치고, 주변을 따라 푸른 바다에 점점이 놓여 있는 섬처럼 울창하게 우거진 아름다운 송림 숲에서는 정겨움이 솔솔 피어오른다. 강둑너머로 얼굴을 드러내는 하얀색의 꽃송이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샤스타데이지(여름구절초)가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한쪽 모퉁이에는 붉은 덩굴장미와 목단 꽃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남쪽에는 벌써 날씨가 여름을 방불케 하지만 이곳은 이제야 아카시아 꽃이 핀다. 방태산 휴양림으로 들어서는 길은 대형버스 한데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소로이다. 탐방은 자연휴양림 아래쪽에 있는 주차장에서 남쪽으로 널찍한 임도 길을 따라 올라서며 시작한다. 워낙 깊은 오지의 산중이라 그런가! 평소보다 하늘이 더 높아 보인다. 깊은 산속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청아한  사랑의 하모니를 들려 주고 맞은편 산 중턱에는 쥐 다래와 푸른 잎이 무성한 단풍나무가 빼곡하게 원시림의 숲을 이루고 있다. 무명 폭포에는 맑은 물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고 아래쪽에는 그 깊이조차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푸른 소(沼)가 아찔하다. 길섶에는 하얀색의 찔레꽃이 질박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꽃송이에서 풍기는 향긋한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바로 위쪽에는 조그마한 꽃송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어린아이 주먹만한 크기의 모양을 하고 있는 물참대가 앙증맞은 모습을 하고 산 꾼을 반긴다. 약10분 정도 올라서면 조용한 산속의 적막을 깨뜨리는 우렁찬 물소가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물소리를 따라서 계곡으로 내려서니 수십 미터의 깎아 지를듯한 절벽 아래로 눈이 부실 정도로 맑은 물이 하얀 물방울을 일으키며 부셔져 내리고 있다. 아래쪽에는 속살이 훤하게 드러나는 널찍한 소(沼)가 형성되어 있으나 그렇게 깊지는 않다. 소(沼)에 그득하게 담겨 있는 유리알 같이 투명한 맑은 옥수는 다시 나지막한 계단처럼 놓여 있는 바위 절벽아래로 떨어지며 또 하나의 폭포를 만들어 놓았다. 이 두 폭포를 이폭포, 저폭포 라 부른다. 폭포의 독특한 이름 속에는 친근감과 소박함이 함께 숨어있다. 산행 시작부터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주위의 정경이 감탄과 탄성을 절로 나오게 한다. 폭포를 돌아보고 올라서면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에 쉼터로는 그만인 아담한 정자(亭子)가 자리 잡고 있다. 정자에 앉아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면 시(詩)한 수가 절로 나올 것 같다. 휘어진 언덕길에 올라서면 계곡을 가로 질러 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사뿐사뿐 다리를 건너서니 함박꽃나무가 1급 청정수가 흘러내리는 멋진 계곡을 뒤 덮고 있다. 몇 송이 남지 않은 순백색의 꽃송이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계곡을 가득하게 메우고 서 있는 굵직한 수목은 원시적인 미를 느끼게 한다. 큼지막한 돌들이 늘려 있는 평평한 바닥에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지류가 많아서 흘러내리는 물의 수량 또한 풍부하다. 파릇한 풀밭 속에는 갈색의 꽃송이가 탐스러운 매발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쪽 모퉁이에는 널찍하게 청소년 야영장을 조성해 놓았다. 야영장을 지나면 하늘을 가린 신록의 수림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부드러운 능선 길이 이어진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밤을 연상케 할 정도로 숲 속은 어두컴컴하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10분 정도 올라서면 부채 살처럼 물살이 퍼져 흘러내리는 널찍한 마당바위이다.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폭포 아래에 떨어지는 물소리마냥 우렁차다. 안쪽으로 올려다보면 높이가 나지막한 바위들이 돌계단을 이루고 있는 형상이 2단 폭포를 연상케 한다. 약10분 정도 더 올라서면 적가리골과 지당골의 물이 서로 만나 몸을 섞는 지점인 삼거리 갈림길이다. 삼거리에서 널찍한 임도 길은 끝이 나고 협소한 계곡 속의 오솔길로 바뀐다. 산새들의 흥겨운 노래 소리와 물 흘러가는 소리가 고요함과 적막감이 묻어나는 산속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진다. 계곡 곳곳에 통나무를 발처럼 엮어 만든 징금 다리를 여러 번 건넌다. 돌이 아닌 나무로 된 징금 다리를 건너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1970년대 이후 산림 녹화사업이 시작되며 이곳에 살았던 화전민들이 떠난 자리에는 시원하게 뻗은 낙엽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숲을 지나면 대낮에도 어두컴컴하여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처녀림이다. 나무그늘과 습기가 많아서 식물들이 자라지 못할 듯한 척박한 환경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산 사면에는 여러 종류의 산나물과 풀꽃들이 지천에 늘려있다.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은 일반 야산과는 전혀 다른 고산지대에서 만 볼 수 있는 음지식물을 비롯하여, 다양한 동식물의 식생지로 잘 알려져 있다. 부채 살처럼 넓은 잎을 펼친 관중들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우산나물과 잎이 비슷한 삿갓나물, 초롱초롱한 꽃술이 매달려 있는 감자난초도 볼 수가 있다. 이 밖에도 좀처럼 보기 힘든 잎이 연꽃과 비슷한 연영초와 어느 산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국수나무가 많이 보인다. 꽃이 유난히도 흰 백당나무와 푸른 잎에 하얀색의 페인트를 뚝뚝 떨어뜨려 놓은 듯한 쥐 다래나무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물이 얼마나 흔한지 꼭 지리산을 오르는 기분이다. 생명수가 철철 넘쳐흐르는 계곡에는 커다란 바위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가 하면 한 줄로 시루떡처럼 겹겹이 포개어져 있는 모습도 볼 수가 있다. 물이 흘러가는 돌길도 지나고 비단길 같은 파릇한 초원길은 나의 마음을 꿈 많은 유년시절로 돌려놓는다. 꿈길 같은 오솔길을 1시간 정도 올라서면 8부 능선이다. 여기서부터는 경사가 급한 언덕길을 따라 놓여 있는 나무계단을 올라서야 한다. 오솔길과 나란히 이어지던 계곡이 물소리와 함께 저만치 멀어진다. 천천히 언덕길에 올라서니 색다른 풍경이 반긴다. 끝없이 하늘로 향하려는 신갈나무와 잣나무의 햇볕바라기를 위한 공간확보 다툼이 치열하다. 수령이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신갈나무와 잣나무 등 덩치가 굵은 거목들이 능선을 뒤덮고 있다. 몸통 둘레가 한 아름이 넘는 고목나무의 가지들의 모양 또한 아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올챙이배처럼 밑동이 불룩하게 튀어 나와 있는가 하면 이리저리 뱀처럼 제멋대로 휘어진 요상한 모양을 한 나무들도 있다. 어떤 나무는 고목이 되며 속이 텅텅 비어 나무껍질만 남아 있는 나무도 볼 수가 있는데 이런 나무들은 손으로 두들이면 퉁퉁 맑은 소리를 들려준다. 사람들도 나이가 들어 늙으면 그 생을 마감하듯이 수명(壽命)을 다하고 서서히 한줌의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노거수(老巨樹)를 보며 경건한 시간의 무게를 느낀다. 능선 삼거리로 올라서는 길은 그렇게 녹녹하지 못하다. 우리의 인생살이처럼 말이다. 이 울창한 원시림의 숲 속에 키가 나지막한 산죽이 무성하다. 그 비좁은 틈을 비집고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 풀솜대와 벌깨덩굴이 살짝 얼굴을 보여준다. 보라색의 길쭉한 꽃송이 아래에 깨알처럼 뿌려져 있는 주근깨가 곤충의 눈 모양을 하고 있는 벌깨덩굴의 꽃송이는 언제 보아도 인상적이다. 점점 높이를 더하는 산비탈에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많은 종류의 진귀한 토종 야생화들이 ‘하늘정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지천으로 피어있다. 꽃송이가 밤꽃처럼 길게 늘어진 능개승마, 잎이 산 마늘처럼 넓은 박새, 큰산앵초 등 형형색색의 들꽃들이 두런두런 수다를 떤다. 들꽃은 자연의 품속에 안겨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마치 어린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있을 때 자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처럼. 이렇듯 때 묻지 않은 자연미(美) 속에는 감칠맛이 숨겨져 있고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환상적인 꽃밭을 뒤로 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룰루랄라~~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올라서면 능선 삼거리 갈림길이다. 널찍한 공터인 삼거리에서 방태산 정상인 주억 봉으로 올라서는 능선 길은 올라 설 때와는 달리 평평한 오솔길이다. 약10분 정도 팔품을 팔면서 올라서면 방태산 정상이다. 해발 1천4백 고지에는 눈을 의심케 하는 눈부신 대초원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붉은 꽃송이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병꽃나무들이 무성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남쪽의 산사면 은 하늘이 내려준 천혜의 산상화원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자연석을 주워 돌탑을 쌓아 올린 돌탑이 정상 석을 대신하고 있다. 여기서 사면 팔방으로 장쾌하게 이어지는 산줄기와 기막히게 좋다는 전망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짙게 내려앉은 운무는 모든 것을 꼭꼭 숨겨 버린다.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결코 후회 없는 산행길이 되었다고 나름대로 자축을 하면서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내려간다. 열목어 노니는 비경의 유토피아 인제 방태산 적가리골. 인제 방태산과 개인산 둘레는 예전부터 삼둔 오가리라 불리는 한국적인 이상향이다. 살둔, 달둔, 월둔의 삼둔과 아침가리, 명지가리, 적가리, 곁가리, 연가리 이렇게 오가리는 예부터 물, 불, 바람 세 가지 재난이 들지 않는 삼재불입지처라 하여 길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상인 주억봉(해발1443.7m)은 다녀오면 올수록 더욱 그리움에 빠져들게 하는 신비함을 지니고 있는 산이다. 짙푸르고 농밀한 숲, 자연이 정교하게 빚어 놓은 너른 암반 위로 물길을 이루는 아름다운 계곡, 온 산자락에 펼쳐져 있는 풀꽃들과의 만남은 감동적일 만큼 황홀하다. 산과 산이 맞닿아 있는 산자락 곳곳에 ‘삼둔가리’ 라는 아득한 삶의 흔적들까지 품고 있어, 끝내는 헤어나지 못할 그리움의 바다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이곳은 대부분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지는 형세로, 입구가 속세와 단절되어 있어 접근이 매우 어려운 곳이었다. 삼둔 오가리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나절로도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오지였으나 이제는 대부분 큰길이 뚫렸고, 화전민들도 다 떠나버리고 빈터만 남아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쉬면서 원기를 충전하는 곳으로 애용되고 있으니 삼둔 오가리는 자신의 임무를 아직 잊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 중에서도 인제 방태산 에서 흘러내리는 적가리골은 초여름의 환상의 휴식처. 1997년 계곡 깊숙한 곳에 자연휴양림이 생기면서 찾기가 수월해졌지만 그 이전만 해도 인근 주민들이나 산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니아들만 소리 소문 없이 찾던 곳이다. 이곳의 자연휴양림은 전국에 산재한 80여 개의 휴양림 가운데 여름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지닌 휴양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숲 속에 자리한 가족야영장이나 오토캠핑 장을 이용하여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야영데크와 취사시설이 갖춰져 있어 야외생활에도 불편함이 없고

오히려 자연의 숨소리를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어 좋다.
지세가 마치 넓적한 그릇을 닮은 적가리골은 아주 오랜 옛날 운석이 떨어져 생긴 운석분지라고 한다. 
원시의 짙은 숲이 품고 있는 계곡은 폭포와 바위들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계류는 그냥 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1급수의 차가운 물에서만 서식하는 열목어도 노닐고 있다.
"자연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다가가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나무한 잎 풀 한 포기라도 사랑하는 애정을 갖게 되면 자연이 반가워 몸짓하는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산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자연 자체가 되어야 나무들의 속삭임도 들을 수 있고 흐르는 물소리가
악기가 되어 거문고 소리로 들릴 것이다. " 
어느 스님의 말씀처럼 눈앞에 펼쳐는 풍경을 보니 그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겨울이 가장 길고 봄이 제일 늦게 찾아오는 곳.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원시림의 숲과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강원도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오지 중의 하나이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척박하고 불모지의 땅이던 오지가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은 삶에 지친 사람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태산의 ‘방(芳)’ 자는 ‘꽃다울 방(芳)’이다. 그래서 일가! 
산과 계곡에서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많은 종류의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며 본 인제군의 들녘은 선경(仙境)의 세계가 따로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선경이요 이곳이야 말로 내가 그렇게 애타게 찾았고 마음속에 꿈꾸어 오던 유토피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