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 앞바다에는 약 150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뿌려져 있다. 청정 해역으로 명성이 자자한 짙푸른 바다 위에 뿌려진 많은 섬들은 남해 다도해해상 국립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봄의 전령사인 노란 개나리가 앞을 다투어 피고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에 새하얀 벚꽃 송이가 봄바람에 휘날리며 나그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화장한 봄날 통영으로 길을 나선다. 한때는 낚시꾼들만 즐겨 찾던 소매물도, 연화도, 한산도, 비진도, 욕지도는 최근에 등산 붐이 일면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오늘 탐방할 섬은 비진도이다. 통영 여객선 터미널에서 비진도 배편은 하루에 2회 정도 밖에 없다. 빠듯한 배 시간을 맞추려면 미리 부지런을 떨어야만 한다. 오전10시20분 통영 항에서 비진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에 승선을 마친다. 구름한점 드리워있지 않은 파란 하늘에서는 따뜻한 봄 햇살이 바다에 부셔져 내린다. 물결조차 일렁이지 않는 잔잔한 은빛 물결을 이루고 있는 쪽빛의 바다는 눈이 부신다. 그런 바닷물을 힘차게 가르며 여객선은 새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항구를 떠나면서 제일 먼저 나그네를 반기는 것은 미륵도이다. 육지와 인접해 있어서 바다에서 보면 하늘을 향해서 높게 솟구친 용화산의 늠름한 산줄기만 보아서는 섬이 아닌 육지를 보는 듯한 착시현상을 느끼게 한다. 섬과 육지를 연결해주는 연육교가 놓이기 전에는 하나의 독립된 섬이었지만 이제는 육지가 되어 버렸다. 꼬불꼬불한 섬의 허리선을 휘감아 돌며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섬 일주도로가 눈을 즐겁게 해준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섬이 저만치 거리를 두고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푸른 대나무 숲이 일품이 한산도와 많은 섬들이 서로 마주보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시사철 푸른 해송 숲이 빼곡한 섬들이 끝 간 데 없이 이어진다. 주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흠뻑 빠져버리는 것도 잠시 저 멀리 아령처럼 길게 바닷물 위에 남북으로 곱게 누워있는 비진도 섬이 서서히 얼굴을 드러낸다. 통영 앞바다는 평소에도 물결이 높아서 여객선이 운항하는데 아주 애로가 많은 곳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바다의 용왕님도 매섭게 휘몰아치는 파도를 잠재우셨나 보다. 잔잔한 바다는 한 없이 평온하고 어머니품속처럼 포근하다. 섬은 점점 가까워지고 이제 까지 잔잔한 바다는 외지인들의 방문에 심술이 났는가! 갑자기 물결이 찰랑찰랑 약간 높게 일기 시작한다. 일렁이는 높은 물결을 헤집고 여객선은 무사히 우리를 비진도 외항에 내려놓고 다시 통영으로 떠나간다. 외항에서 보는 비진도의 풍경은 예스러운 멋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해안가 양지바른 언덕에 옹기종기 집들이 들어 앉아 있다. 섬에서 보는 마을은 어느 곳에서 보아도 해안가를 중심으로 오직 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섬 특유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을 뒤편에 오늘 탐방을 하여야 할 최고봉인 외산이 장승처럼 우뚝 솟아 있다. 남쪽의 외항과 북쪽의 내항 중앙에 육지의 다리처럼 모래 사주가 길게 발달되어 있고 바닷물과 인접한 남서쪽에 널찍하게 은빛의 고운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비진도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항구 앞쪽에는 자그마한 크기의 아담한 춘복도 섬이 수문장처럼 들어 앉아 있다. 탐방은 여객선 터미널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 매표소에서 마을 길을 따라 북쪽 외항 마을로 올라서며 시작한다. 산비탈을 깎아서 일구어 놓은 손바닥만한 자그마한 텃밭에는 마늘과 시금치 쪽파가 심어져 있다. 드문드문 심어 놓은 아름다운 노란 유채꽃송이 위로 남도의 봄이 무르익어 간다. 파릇파릇하게 돋아난 싱그러운 풀잎 향기 그윽한 해안선과 나란히 이어지는 농로 길을 따라 부지런히 비진암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울창한 동백이 해안을 뒤덮으며 숲을 이루고 바닷물을 가르며 뽀얀 물방울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고기잡이배와 춘복도 섬이 바다와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벌써 동백나무에는 여인의 붉은 볼 마냥 주렁주렁 달려 있는 꽃송이가 흐드러졌다. 붉은 동백 꽃송이가 예쁘장하게 수놓은 운치 있는 호젓한 오솔길을 이으며 올라서면 동백나무와 잎이 닮은 잎이 무성한 메밀 잣밤나무가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북쪽 산기슭 평평한 구릉지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비진암은 동백나무가 빼곡하게 에워싸고 있다. 겉으로 보아서는 사찰이 아닌 허름한 일반 민가 같다. 작은 암자만 덩그렇게 있을 뿐 절의 주지스님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아기자기하게 쌓아 놓은 돌담이 정겹다. 아래쪽에는 허물어져 가는 민가가 몇 채 있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듯하다. 주인이 떠난 빈자리에는 울창하게 우거진 동백나무들이 별천지를 이루고 있다. 수줍어하는 새색시처럼 아름답게 꽃을 피운 붉은 동백꽃송이가 갈 길이 바쁜 나그네의 발목을 잡고 놓아 주지 않는다. 사람들의 발길이라곤 닿지 않은 잡목이 우거진 원시림의 숲 속은 미지의 세계를 방불케 한다. 바위 파편들만 어지럽게 늘려 있는 희미한 가파른 오솔길을 겨우 돌아서 올라서니 바위로 이루어진 미니 전망대이다. 아래쪽에는 깎아 세운 듯한 해식애로 이루진 천길 낭떠러지의 해안선이 아찔하다. 바닷물 위로 돌출된 바위 암초에는 빙빙 둥근 원을 그리며 소용돌이치는 새파란 물살이 부서져 내리며 하얀 포말을 일으킨다. 때때로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가 바위 절벽 아래에 부딪치며 철썩철썩 구슬픈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아득한 수평선 너머 물결초자 일렁이지 않는 잔잔한 짙푸른 바다는 널찍한 호수 같다. 섬에서 앞에 마주 보이는 섬의 무리들이 마치 장쾌하게 파노라마 치는 산줄기를 보는 듯 하다. 저 멀리 연화도와 욕지도가 아스라하다.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지는 환상적인 풍광을 감상하고 다시 정상인 선유대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무성한 풀밭이 산비탈을 뒤덮고 있을 뿐 산등성이에는 그 흔한 해송 한 그루 보이지 않는다. 곳곳에 멍석을 깔아 놓은 것처럼 크고 작은 바위들이 늘려 있다. 산등성이 곳곳에 깊게 페인 골짜기를 가득히 메우고 줄지어 서있는 후박나무의 숲이 장관이다. 봄 날씨답지 않게 머리위로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흠뻑 맞으며 선유대 정상에 올라선다. 몇 그루 남아 있지 않은 해송은 고사목이 되었고 대신 잡목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양지바른 쪽에는 봄이면 한반도의 어느 산 어디에서나 흐드러지게 피는 진달래가 방긋 미소 지으며 나그네를 반긴다. 듬성듬성 서있는 연분홍 진달래 꽃송이가 이곳을 찾은 나그네의 마음을 황홀경에 빠져들게 한다. 짭짤한 해풍을 맞으며 겨울을 보낸 진달래나무의 꽃송이는 육지의 꽃보다 더 진하고 화려하다. 사방이 탁 트인 선유대(해발311m) 정상은 옛날 이곳에서 선유도인이 수도하던 곳이라 전해진다. 널찍한 억새 밭인 선유대에서 잰걸음으로 몇 발자국만 더 옮기면 비진도의 최고봉인 외산(해발321.5m)이다. 하지만 정상 표지는 선유대에 세워져 있고 국립지리원에서 설해 해놓은 삼각점 또한 여기에 있다. 깜찍한 애칭답게 사방이 탁 트인 정상에서 휘둘러보는 풍광은 과히 천하일품이다. 동쪽으로 매물도와 소매물도가 아득하다. 바로 앞쪽에는 대덕도, 소석도, 가오도, 장사도가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있다. 서쪽으로 눈길을 주면 올라오면서 보았던 연화도와 육지도 부근에 있는 외부지도, 내부지도와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 가득히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내항과 한산도, 비산도, 신달도가 내려다보인다. 정상과는 달리 동쪽과 북쪽 바다와 접하고 있는 해안가 산비탈에는 울창하게 우거진 푸른 해송 숲이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장관을 펼친다.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풍광을 뒤로하고 경사가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내항으로 내려서며 흔들바위를 만난다. 설악산에 있는 울산바위처럼 그렇게 덩치는 크지 않지만 큼지막한 두 개의 바위가 위아래로 포개져 있다. 손으로 밀면 금방이라도 바위가 흔들릴 것처럼 아찔하다. 비진도는 동백섬이라 하여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붉은 꽃을 피운 동백이 산등성이를 따라 울창한 숲을 빚어 놓았다. 동백 숲길을 따라 내려서면 야트막한 언덕에 들어 앉아 있는 밭이다. 밭의 모서리를 따라 나란히 아담하게 쌓아 놓은 나지막한 돌담은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언덕에 서서 바라보는 내항은 한 폭의 그림이다. 선착장에 닿을 내리고 있는 고기잡이배들과 안 섬과 바깥 섬을 연결해주는 해수욕장은 비진도 섬이 품고 있는 백미이다. 서쪽해안가는 가느다란 은빛 모래사장과 잔잔한 바닷물이, 동쪽 해변은 큼지막한 몽돌 밭에다 거센 물결이 몰아치는 독특한 지형의 해수욕장이 정겹다. 높은 바위성벽처럼 늠름한 위용을 드러내는 용초도, 죽도, 추봉도가 절경을 펼쳐 보인다. 금방이라도 일렁이는 시퍼런 바닷물이 흘러넘칠 것만 같은 비진도 앞바다의 풍경은 오늘 산행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한다. 해수욕장과 나란히 이어지는 방파제를 지나 해송 숲 아래에 아담하게 들어 앉아 있는 내항 마을 회관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제물을 차려 놓고 대구 산정 산악회의 무사 산행을 소원하면서 산악회 회장님과 가이드 그리고 회원님들과 함께 산신과 바다의 용왕님께 제를 올린다. 시산제를 올린 후 산행에 참가하신 회원님들과 함께 간단하게 다과를 나눈 후 비진도에서 통영항으로 돌아온다. 비진도(比珍島)는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비진리에 속한 섬이다. 통영 시청에서 남쪽으로 약10.5km 지점인 한령해상국립공원 앞바다에 있다. 멀리서 보면 둥근 아령모양의 두 개의 섬이 남과 북쪽에 있고 중앙에 길이550m, 폭150m의 모래사주가 다리처럼 연결되어 있다. 겨울철인 1월 달의 평균기온은 2.1℃ 내외, 여름철인 8월 달의 평균기온은 27.3℃내외이다. 평균 강수량은 1,405mm 정도이며 난대성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과 어업을 겸하며, 주요 농산물은 고구마, 보리, 마늘이다. 연근해에서는 멸치, 도미, 민어 불락, 가자미, 전어, 쥐치, 문어, 등이 많이 잡히며, 청정해역 바다에서는 굴, 전복, 소라, 해삼, 미역, 김 등을 양식하고 있다. 산수가 수려하고 풍광이 뛰어 나며 해산물이 풍부해 보배에 견줄만하고 해서 비진도라 이름 붙여졌다. 섬 중앙에 사주로 이루어진 비진도 해수욕장은 수온이 적합하여 여름철에는 많은 피서객들이 모여든다. 특이한 섬의 생김새 덕에 한자리 앉은 채로 일출과 일몰을 한꺼번에 만끽 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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