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바다에 둘러 싸인 한반도는 서해와 남해에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무리를 지어
짙푸른 바다 위에 뿌려져 있다.
그 많은 섬 중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섬은 제주도이다. 제주도 다음으로 큼지막한 섬이 거제도이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제주도와는 달리 육지에 인접한 거제도는 섬과 육지 사이를 이어주는
연 육교가 놓이면서 이제는 섬이 아닌 육지가 되었다.
거리상으로 그렇게 멀지 않은 이웃에 있는 통영과는 사뭇 다른 독특한 풍광과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한 거제도의 10대 명산인 가라산(585m), 계룡산(566m), 노자산(565m), 옥녀봉(554.7m),
앵산(507.4m), 산방산(507.2m), 선자산(507m), 북병산(465.4m), 국사봉(464m), 대금산(437.5m),
망산(397m)을 아우르는 장대한 산줄기를 품고 있다.
거제도는 남도의 산과들녘에 겨우내 숨죽였던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돋아나는 봄에 찾아야 제격이다.
오는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아직 바람 끝이 매서운 정월대보름날 푸릇푸릇한 남녘의 봄 바다가
보고 싶어 섬을 찾아서 길을 나선다.
거제도 앞바다는 청정해역으로 명성이 자자할 만큼 파릇한 바닷물이 일품이다.
국사봉 탐방은 해안가 언덕에 들어 앉아 있는 거제도 소방서 앞쪽에서 눈앞에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휘둘러 보며 시작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빵빵 뻗어 있는 푸른 삼나무 숲길은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다만 초입부터 언덕 오름으로 시작하는 능선길이 몸을 힘들게 하지만 울창하게 우거진 껍질이
미끈한 삼나무 숲은 평온하고 아늑함을 맛보게 해준다.
자그마한 돌무더기 사이를 헤집고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맑은 청수가 산뜻한 봄 맞을 느끼게 한다.
빼곡하게 줄지어 들어선 삼나무 숲길을 따라 산 중턱에 올라서면 훤한 속살을 드러내 놓은 채
가지런히 줄지어 서있는 잡목 숲이다.
아직 이른 봄이라 그런가! 인적조차 뜸한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 작은 골재로 올라선다.
하얀 솜털구름이 얇게 드리워진 하늘에서는 따사로운 봄 햇살이 대지 위로 곱게 부서져 내린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복숭아 나무가 덩그렇게 서 있는 작은 골재는 능선 삼거리 갈림길이다.
고갯마루에서 우람한 소나무가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거제지맥을 따라 남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늘마저 가려버린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긋한 솔향기를 가슴속
깊숙이 들어 마시니 머리가 맑아지며
일주일 동안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서쪽으로 산 중턱을 깎아서 시멘트로 포장한 널찍한 임도 길이 능선과 나란히
이어지지만 찾는 사람은 없다.
호젓한 송림 숲에서 삼림욕을 즐기며 수월재를 지나 널찍한 체육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큰골재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한다.
동쪽으로 지척에 있는 옥포만이 손에 닿을 듯하고 해안가 안쪽에는 섬답지 않게
고층빌딩 숲을 방불케 하는 아파트단지가 촘촘히 들어 앉아 있다.
거제도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국사봉보다는 이른 봄이면 연분홍 진달래가
산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계룡산을 더 선호하는 듯 하다.
그래서 일까! 국사봉으로 올라서는 능선 길은 더욱 호젓하고 조용하다.
미니전망대라 하여도 손색이 없을 듯한 체육공원에서 짧은 휴식을 취한다음 잡목이
널 부러진 좁고 경사진 언덕 오솔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올라서는 언덕길에는 자그마한 미니 전망대가 곳곳에 들어 앉아 있다.
양지바른 언덕에는 겨울을 보낸 진달래나무의 꽃눈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얼굴로 나그네를 반긴다!
빠른 걸음으로 올라서니 팔각정 전망대가 터줏대감처럼 들어 앉아 있는 국사봉 전위봉이다.
이곳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내려다보아도 좋지만 잰 걸음으로 뒤쪽에
우뚝 솟아 있는 바위로 이루어진 상봉(국사봉 정상)에 올라선다.
사면이 탁 트인 국사봉에서 휘둘러보는 수려한 풍광은 나그네의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국사봉 정상 석을 기준으로 북쪽과 남쪽으로 장쾌하게 파노라마 치며 힘차게 뻗어 내린
거대한 거제맥이 긴 나래를 펼친다.
거제지맥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가 북동쪽과 남동쪽으로 성벽처럼 휘감아 돌며
반달모양을 하고 있는 옥포만 포구에는
거대한 대우조선이 들어앉아 있다.
동쪽으로 눈길을 주니 물결조차 일렁이지 않는 잔잔한 호수 같은 아득한 바다너머로
가덕도 연대봉과 강원도 삼수령에서
동해 바다와 나란히 이웃하며 힘차게 솟구친 낙동정맥 산줄기가 그 맥을 다하고 남해바다에 몸을 푸는
부산 다대포 몰운대와 영도 봉래산이 아스라하다.
서쪽에는 겨우내 바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해풍을 꿋꿋하게 진달래가 이른 봄이면
연분홍 꽃을 피운 꽃송이로 인해 산 전체가 붉게 물드는 계룡산과 선자산, 북병산,
노자산, 가라산이 마치 병풍처럼 국사봉을 감싸 안고 있다.
남쪽으로 야트막한 구릉처럼 시원스럽게 굽이치며 달아나는 거제지맥은 동쪽에 옥녀봉을 솟구쳐 놓았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작은 국사봉은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큼지막한 바윗돌들이 널려있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서 서쪽으로 내려서니 작은 국사봉으로 올라서는
능선 중앙에 큼지막한 기암이 들어 앉아 있다.
잡목이 우거진 숲 속에서 보는 커다란 기암은 경이로움 마저 느끼게 한다.
기암을 지나 작은 국사봉 정상에 올라서면 지척에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서 있는
빌딩숲 너머로 삼성중공업이 얼굴을 드러낸다.
해선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은 바다와 어우러지며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북쪽으로 대금산과 앵산을 비롯하여 높고 낮은 봉우리들이 붕긋붕긋 솟아올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광이 색다른 멋을 자아낸다.
낮은 구릉처럼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가득히 메우며 고운 자태를 뽐내는 해송 숲은 언제 보아도 정겹다.
거제도의 10대 명산에서는 어는 방향으로 눈길을 주어도 새파란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을 조망할 수 있다.
이중에서도 국사봉은 신현읍 수월리와 옥포의 뒷산으로 옥포만을 굽어보고 있는 망산(望山)이다.
산의 형세가 멀리서 보면 조정의 신하가 조복(朝服)을 입고 조아리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국사봉이란 애칭을 붙여서 부르고 있다.
집채만 한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 신선대 바위 위에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남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커다란 바위덩어리들이 깎아지를 듯이 층층이 단애를
이루고 있는 가파른 절벽이다.
하지만 수직의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바위절벽은 잘 다듬어서 누구나 손쉽게
오를 수 있게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돌계단을 종종걸음을 치며 내려서면 원시적인 미가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는 호젓한 소나무 숲길이다.
산새들의 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 멋과 운치를 겸비한 송림 숲길은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골이 깊은 산속을 연상케 하는 송림 숲 속에는 미로처럼 오솔길이 지나온 체육공원으로 이어진다.
서쪽에는 수월리로 내려서는 널찍한 임도 길이 나 있다. 삼거리 갈림길 안부에는 쉼터인
팔각정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팔각정에서 남쪽으로는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육산 이다.
내달려도 좋을 듯한 아늑한 숲길이 끝 간 데 없이 이어진다. 매서운 겨울 추위를 이겨낸
나무에는 벌써 물이 오르고 있어서 일까!
오동통하고 포동포동 살찐 나무들의 색깔이 겨울과는 달리 반짝반짝 윤이 난다.
뒷동산처럼 그리 높지 않은 나지막한 봉우리를 쉬엄쉬엄 오르내리며 나무들과 교감을 나누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약동하는 봄기운이 완연한 양지바른 산중턱에는 벌써 습기를 머금은 흙 위로
상사화가 파릇한 새싹을 내밀었다.
찾는 사람조차 뜸한 호젓한 오솔길, 우람한 노송이 즐비하게 서 있는 나무 사이를 헤집고
안부로 내려서니 명재쉼터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쉼터에서 후미에 함께 계시던 회원님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오늘이 정월대보름이라 같이 오신 회원님이 건네주신 찰밥에다 준비해간 김밥과 갖은
반찬을 결들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산에서 먹는 밥은 언제나 그 맛이 일품이다. 즐겁게 도란도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갈 길을 재촉한다.
산을 오르는 길은 높고 낮음을 떠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다시 은은하게 높이를 더하는 산등성이를 올랐다가 내려서니 옥포만이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는 미니전망대가 반긴다.
눈앞에 웅장한 모습을 하고 다가오는 대우조선은 거제도와 많은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똑 같은 풍경이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서 느끼는 맛은 판이하게 다르다.
잠시 전망대에서 머물다가 바다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숲길을 지나 안부로 내려선다.
파릇한 새순이 돋아나지 않은 나무가 무성한 숲은 황량한 회색의 수묵화를 그린다.
안부에서부터는 좁은 오솔길이 끝이 나고 널찍한 임도 길다.
임도 길에서 나지막한 언덕 고갯길을 올라서니 금방이라도 꽃을 피울 듯한
진달래나무의 겨울눈이 몸부림치고 있다.
펑퍼짐한 옥녀봉삼거리 갈림길 역시 팔각정쉼터가 아담하게 들어 앉아 있다.
여기서 남쪽으로 직진하면 거제지맥이다.
지맥에서 분기하는 또 다른 산줄기는 동쪽에 위풍당당하게 우뚝 솟아 있는 옥녀봉을 솟구쳐 놓았다.
아쉽게도 옥녀봉은 거제지맥에서 벗어나 있다.
작년 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수북이 쌓여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사이로 새파란 잎이 돋아난
얼레지가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소리 없이 오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크고 작은 참나무들이 무리를 지어서 그룹을 이루고 있는 부드러운 오솔길을 지나 옥녀봉
아래쪽에 있는 사거리 안부에 있는
널찍한 헬기장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짧은 휴식을 취한다.
헬기장에서 옥녀봉으로 길게 이어지는 오늘 산행의 마지막 언덕 오름을 힘겹게 올라선다.
산 아래 해안 포구에 있는 장승포 아주동과 일운면 옥림리 뒷산인 옥녀봉(해발554.7m)은
거제도 동쪽에 있는 명산이다.
사방이 확 트인 정상은 국사봉 못지않은 훌륭한 전망이다.
멀리 북쪽으로 국사봉과 작은 국사봉 그리고 널찍한 면적에 파도가 일렁이는 듯이
올망졸망 솟구쳐 모여 있는 산봉우리들
그리고 대우조선을 품 안에 안은 옥포만이 절경을 연출한다.
남서쪽에 있는 노자산과 바늘바위 가라산을 잇는 산줄기와 북서쪽 계룡산이 한려수도의
물굽이와 맞닿으며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호수처럼 잔잔한 연두색 푸른 바닷물 위에 오고 가는 커다란 화물선은 작은 돛단배를 연상케 한다.
남동쪽 한려수도 쪽빛바다 위에는 동백꽃이 유명한 지심도와 아열대 식물원으로 명성이 자자한 외도
그리고 해안선이 아름다운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아스라하게 다가온다.
발 아래쪽에는 옥포만에 버금가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지세포만과 포구 안쪽에
널찍하게 들어 앉아 있는 마을이 정겹다.
동쪽으로는 오늘 산행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할 봉수대쪽으로 곱게 이어지는 산등성이를
가득하게 메우고 있는 푸른 송림 숲이 장관이다.
옥녀봉에서 동쪽에 보이는 초록빛 바다를 바라보며 내려서니 산중턱에 있는 이진암에서
낭랑하게 들려오는 스님의 독경소리가
고요한 산속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진다.
봉수대를 몇 미터 앞에 두고 마지막 쉼터인 팔각정 앞에 서니 전방에 뒷동산처럼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빼곡히 메우고 있는
푸른 해송 숲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곱게 잘 자란 해송이 마치 소담스러운 꽃송이가 만발한 예쁜 꽃동산을 보는 듯 아름답다.
예쁜 꽃동산을 지나 안부로 내려서니 눈앞에 봉수대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해발226m미터의 언덕에 세워져 있는 봉수대는 멀리 바다건너 일본의 대마도를 바라보고 있다.
조선중기인 15세기 무렵 왜구를 감시할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이때 당시만 해도 옥포진의 방어를 위한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했다.
남서의 가라산, 서북의 계룡산, 북쪽의 강만산 봉수대와 연계하여 바다건너 가덕도 봉수대로 이어져있다.
조선말에 훼손된 것을 1993년도에 기념물로 지정하여 1995년에 지금의 형태로 복원하여 놓았다.
산등성이에 짙게 드리워진 검은 잔영이 바다에 드리워진 풍경을 감상하며 북동쪽 장승포로 하산 길을 재촉한다.
내려서는 숲 속에서 천연기념물인 아직 어린 팔손이 나무와 눈이 마주친다.
통영 앞바다에 있는 비진도섬에 많이 자생하고 있는 팔손이 나무는 두릅나무 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이다.
높이는 2m미터 정도이다.
잎이 손바닥모양으로 8갈래로 갈라져 팔손이란 애칭을 붙여서 부르고 있다.
산기슭 손바닥만한 밭에는 봄의 전령인 매화가 벌써 꽃망울을 활짝 열고 방긋 미소 짓는다.
한반도에 봄이 제일먼저 찾아오는 남도에는 벌써 약동하는 기운이 대지에 가득하다.
차근차근 봄을 준비하며 겨우내 매서운 추위와 삭풍을 이겨낸 풀들은 습기를 머금은
흙 위로 새싹을 밀어 올린다.
양지바른 곳에는 땅속에서 겨울을 보낸 씨앗들이 봄 맞이준비로 분주하다.
들녘의 꽃은 3월 하순쯤에야 꽃망울을 틔울 것이다. 이렇게 자연은 때에 맞추어
새 생명이 탄생하고 지기를 반복한다.
우리네 삶 또한 이와 다르지 않으니 자연의 오묘한 이치 속에서 순리에 맞추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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