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산행 기행문

강원도 평창 계방산.

풀꽃사랑s 2016. 10. 5. 23:33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아침부터 촉촉이 내리는 토요일이다.

일주일 내내 분주하게 보내고 맞는 즐거운 주말이 기다려진다.

내일 강원도 계방산 우로 산행을 갈 가나 아니면 올 여름에 다녀온

경남 통영 미륵도로 갈 가나 갈등이 생긴다.

오전까지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이 내리더니 정오가 되면서 날씨가 갠다.

근데 갠 날씨가 정말로 가을 날씨처럼 화창하다.

내일 산행에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이미 경남 통영에 있는 미륵도 에는 지나간 여름에 한번 다녀온 곳이다.

몇 년 전부터 겨울 산행지로 유명하게 알려진 계방산을 한번 올라 보고 싶었던 터라

강원도 평창에 있는 계방산으로 산행을 결정한다.

대구에 비가 내릴 때 강원도에는 대설 주의보가 내려질 만큼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고 한다.

퇴근 후 산행 준비를 하며 내일 산행지인 계방산에서 멋진 눈 산행을 그려 본다.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에 오른다.

달리는 버스 안에 따뜻하게 퍼지는 온기가 일주일 동안 지친

나의 몸을 깊은 단잠에 빠져들게 한다.

얼마를 잤을까! 대구를 출발하여 중앙 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려온 버스는 어느새

치악산 휴게소에 정차한다.

휴게소 매점에서 짧은 휴식을 겸해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휴게소 작은 공터에는 ‘치악산’ 산 이름의 유래가 된 꿩을 사육하고 있다.

눈앞에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꿩을 바라보며 선비와 꿩의 애틋한 전설을 떠올려본다.

북쪽으로 올라오니 날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차갑고 쌀쌀하다. 휴게소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 능선에는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간단하게 휴식을 마치고 나니 우리를 태운 버스는 다시 북쪽으로 달린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나뭇가지에는 새하얀 눈송이가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초자 없다. 가을 수확이 모두 끝난 황량한 들녘은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다.

 

계방산 산행기점인 운두령은 백두대간 오대산 두루봉에서 서쪽으로 힘차게

뿌리내리는 산줄기가 계방산과 보래봉을 솟구쳐 놓은 한강기맥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고갯길이다.

동서로 웅장한 위엄을 드러내며 길게 누워있는 한강기맥 중앙을 남북으로 절개하여

개설된 31번 국도인 운두령 고갯길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용평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또한 해발1,089m인 이 고갯길은 남한에서 자동차로 넘나드는 고개 중 강원도 태백에 있는

만항재(해발1,330m)다음으로 높은 고갯길이다.

운두령(雲頭領)이란 지명은 항상 운무(雲霧)가 넘나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방산 산행은 해발1089m인 운두령에서 북쪽으로 능선을 따라서 올라서며 시작한다.

험준한 산 능선을 절개한 곳이라 고갯길에서 북동쪽에 있는 계방산으로 올라서는 능선 길은

깎아지를 듯한 바위 절벽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가파르고 험준하다.

그냥 올라서기에는 힘든 곳이다 보니 칸칸이 나무 계단을 놓아서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오를 수 있게 해놓았다.

항상 세차게 불어오던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으니 주위가 조용한 적막에 쌓여 있는 듯하다.

바람을 대신하여 아름다운 설경이 이곳을 찾은 길손을 반긴다.

새파란 주목나무 위에 밤새 살포시 내려앉은 새하얀 눈이 꽃피운 설경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나무계단 주위에 설치된 밧줄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잡고 발걸음을 분주히 옮긴다.

새하얀 눈이 부드러운 융단처럼 곱게 내려앉은 능선 길을 따라 해발 1,166m 고지에 올라서니

산 아래쪽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설경이 눈앞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원시림을 방불케 하듯 울창하게 우거진 나뭇가지에 피어난 환상적인 풍경이 이곳을

찾아온 길손의 마음을 황홀경에 빠져들게 한다.

차가운 온도차이로 생겨난 하얀색의 물방울이 따뜻한 봄날 땅에서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아지랑이처럼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야! 야! 감탄사를

연신 외치게 한다.

 

그 동안 전국의 많은 산을 찾았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눈꽃을 보기는 처음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마치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닌 산신들만 산다는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아름다운 설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터널을 이루고 있는 능선 길을 조심스럽게

지나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분주히 재촉한다.

눈을 북동쪽으로 돌리니 저 멀리 1,492m 고지와 계방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새하얀 솜털 같은 설경이 융단처럼 덮여 있는 계방산의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겨울 산행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정겨움을 더해준다.

 

마치 산책길을 연상케 하듯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 능선 길은 겨울산행과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오늘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가 아름다운 설경에 흠뻑 취해 버린 얼굴에는 함박웃음

꽃이 피어난다. 여기에 겨울답지 않게 바람조차 불어오지 않는 화창한 날씨는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운두령을 출발하여 2.9km지점에 이르니 미니 전망대이다.

이곳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며 주위를 휘둘러보니 따듯한 햇살이 부셔져 내리는 산등성이가

어머니품속처럼 아늑하다.

미니 전망대에서 해발1,492m 고지에 올라서니 하늘을 향해 쭉쭉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곳에는 해발이1,000m 이상인 고산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주목나무들이 무리를 지어

긴 겨울을 나고 있다. 주로 강원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북부지방에서 자생하고 있는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이란” 말이 전해질 정도로 나무의 결이 붉으며

 

돌처럼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저 멀리 오대산 두루봉에서 힘차게 날갯짓 하며 물 흐르듯이 동서로 길게 파노라마

치는 한강 기맥 산등성이에 살포시 내려앉은 하얀 솜털 같은 구름이 진경산수화를

연출한다. 구름조차 드리워지지 않은 새파란 하늘이 장대하게 물결치는 산등성이와

맞닿은 듯한 아름다운 풍경이 길손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진달래와 철쭉 같은 키가 작고 나지막한 관목 나무 위에 피어나는 눈꽃들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눈앞에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계방산이 꼭꼭 숨겨 놓은 비경을

보고 있는듯하다.

 

헬기장으로 조성되어 있는 1,492m고지에서 정상에 이르는 거리는 지척에 있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해발1,577m인 계방산 정상에 올라선다.

강원도 날씨답게 정상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상상을 추월 할 정도로 매우 차다.

이곳 역시 그 동안 한북정맥 산행을 하면서 수 없이 보아 왔던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돌탑이 길손을 반긴다. 돌탑에서 근처에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다.

돌탑 앞에 계방산 정상 표지 석이 있다. 정상에서 남쪽 방향으로 또 다른 능선이 가지를 치며

1,275.7m고지를 솟구쳐 놓으며 미끈한 산등성이가 길게 이어진다.

산등성이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던 솜털 같은 구름들이 아지랑이처럼 뭉게뭉게 하늘로 날아

오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동서남북으로 사방이 탁 트인 정상에서는 백두대간 의 실한 등줄기를 한눈에 불 수 있다.

북쪽으로 저 멀리 설악산과 점봉산이 가물거리고 동쪽으로는 오대산 비로봉과 대관령이

선명하게 얼굴을 보여준다.

서쪽에는 운두령 너머로 회령봉과 태기산이 장대한 산줄기를 이으며 준엄함과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계방산 역시 산 능선과 정상 부근에는 겨울이면 험한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매서운 광풍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볼기를 때리는 곳이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오늘 산행에서는 매서운 광풍은 불지 않고 잠잠하다.

아마도 밤새 내린 눈이 바람을 잠재운 듯하다.

바람이 불지 않았을 뿐이지 불과 5분밖에 서 있지 않았는데 벌써 얼굴과 손이 매서운

추위로 인하여 얼어버린 듯하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겨울날씨는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경험하게 한다.

정상에서 주위의 풍경을 휘둘러보고 5분 정도 내려서니 우람한 주목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주목삼거리이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동쪽방향은 오대산 서쪽은 회령봉을 잇는 한강기맥이다.

오늘 산행의 종점인 노동계곡은 남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삼거리 길목에는 주목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이곳이 주목삼거리란 애칭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저 멀리 아득하게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한강기맥이 나에게 유혹의 눈길을 보낸다.

추운 겨울이 아닌 꽃피는 봄이나 푸른 오월 단풍이 곱게 물드는 계절이라면 한강기맥

능선 길을 이으며 오대산까지 걸어서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주목삼거리에서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수령이 100년이 넘은 듯한 주목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나뭇가지 위에 밤새 수북하게 쌓여 있는 눈꽃송이가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따뜻한 겨울 햇살이 부셔져 내리는 노동계곡은 주목이 군락을 이고 있다.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울창한 원시림의 숲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눈이 덮인 계곡 곳곳에는 수명을 다한 고목들이 어지럽게 쓰러져 있다.

 

아기자기한 노동계곡 길을 따라 발걸음을 분주하게 옮겨 내려서니

졸졸 시냇물 소리가 들려온다.

정상에서는 손과 볼을 얼어버릴 듯이 매섭고 차가운 겨울날씨를 방불케 하였지만

이곳에서는 이른 봄을 느끼게 할 정도로 따듯하다.

날씨가 춥지 않아서 일까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얼지 않았다.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더욱 정겹다.

 

노동계곡을 완전히 벗어나면 임도 길이다. 길 옆 양쪽에는 하늘을 향해 쭉쭉 늘어선

늘씬한 낙엽송 숲이 인상적이다. 길쭉한 나무들이 울창한 숲길을 걸으니 마음이 상쾌하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를 음미하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내려서면 넓은 공터가 조성되어

있다. 공터에서 몇 분 거리 앞에 있는 계방교 서편 속사초등학교 계방분교 자리에는

청소년 수련원과 이승복 어린이 기념관이 자리고 있다.

이승복 기념관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라고 외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이승복 어린이의

반공정신을 알리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1959년 12월29일 계방산 기슭의 목골재 아래에 살고 있던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난 이승복은

1968년 11월2일 울진 삼척 지방에 침투한 무장공비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된 반공 어린이다.

이때 어머니와 동생들도 함께 살해되었다.

그때 당시 무장공비에게 가족과 함께 이승복 어린이가 희생된 뒤 7년째인 1975년

 

강원도 대관령에 이승복 반공관을 설립하여 운영해오던 중 1982년에 고인이

다니던 속사초등학교 계방분교 자리로 이전하면서 기념관으로 개관하였다.

기념관 내에는 이승복군과 가족의 묘소가 있다.

수련원에서 5분 정도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이승복 어린이 생가를 복원 시켜 놓은

초가집이 자리하고 있다.

복원된 생가 공터에는 이곳이 이승복이 태어나 살았다는 비석이 서있다.

바로 앞 소나무 숲 아래에는 쌓은 지 오래된 듯한 조그마한 세 개의 돌탑이 유명을 달리한

영혼을 달래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도덕교과서에 이 내용을 읽은 적이 있는데 현장을 직접 와서

목격 하고나니 마음이 착잡하다.

이승복 생가를 뒤로하고 윗삼거리로 내려서는 길은 널찍한 포장도로이다.

도로와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이어지는 작은 개울이 이어지고 주위에는 옛날부터 이곳에

터를 잡아 조상대대로 살고 있는 주민들의 집들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다.

사방을 휘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이라곤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등성이뿐이다.

굴뚝에서 내뿜는 뿌연 연기가 모락모락 하늘로 날아오르는 풍경이 전형적인 시골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작은 텃밭에는 미처 수확을 끝내지 못한 배추가 하얀 눈 속에 그대로 있다.

배추의 양이 많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올해 배추 값이 폭락하자 수확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향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마을을 뒤로하고 내려서니 오늘 산행 종착지점인

아래삼거리이다.

 

31번 국도가 지나는 이곳에는 계방산에서 흘러내리는 깨끗하고 맑은 계곡물을 이용하여

민물송어를 기르는 양식장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생산되는 송어를 이용하여 길손들에게 판매하는 횟집들이 많이 있다.

가까운 횟집에 지인들과 함께 들려 새콤달콤한 초장에 고소한 송어 회를 곁들여

소주한잔 하며 오늘 산행을 종료한다.

도로를 따라서 내려서니 오늘 산행 종착지점인 아래삼거리이다.

주위에 민물송어를 파는 횟집이 여러 집 보인다. 여기서 오늘 산행을 정리하고

대구로 출발 한다.

 

한라산(1,950m), 지리산(1,919m), 설악산(1,707.9m), 덕유산(1,614m)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 번째 높은 계방산(1,577m)은 최고의 전망대라 하여도 손색이 없다.

아담한 산세와 능선에는 산죽과 주목 그리고 철쭉나무들이 계곡까지 군락을 이루며

울창하게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산세가 설악산 대청봉과 비슷하며 최근 들어 이 일대가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만큼이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이면 산등성이와 능선 길 주변에는 잎이 넓은 활엽수 종류인

참나무들이 보여주는 단풍은 이곳을 찾는 길손의 마음을 황홀경에 빠져들게 한다.

눈이 내리지 않는 비적설기에는 정상까지 3시간이면 충분이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또한 계방산은 오대산에서 백덕산 치악산 남대봉으로 이어져 남부지방을 가르는

차령산맥의 뿌리가 된다.

 

바닷바람과 대륙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이 부딪치는 이곳은 겨울이면 적설량이 풍부하다.

또한 내린 눈은 매서운 바람과 낮은 기온으로 쉽게 녹지 않는다.

이러한 자연환경은 겨울에만 맞볼 수 있는 설경의 극치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산세가

유순하고 능선이 부드러워 겨울산행 코스로는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