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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팔봉(玉溪 八峯)이라 부르는 영덕 팔각산(八角山).

풀꽃사랑s 2021. 1. 5. 12:22

옥계팔봉(玉溪 八峯)이라 부르는 영덕 팔각산(八角山).

경상북도 영덕군 달산면 옥계리에 옹골차게 들어앉아 있는 팔각산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8개의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 산이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명산 중에서 산 이름이 팔자로 시작되는 산이 몇 곳에 있다. 강원도 홍천 팔봉산(八峯山), 전남 고흥 팔영산(八影山), 충남 서산에 있는 팔봉산(八峯山)이다. 보통 산 이름에서 첫 번째 붙이는 8자는 산봉우리 개수를 말한다. 해발 628m인 영덕팔각산(八角山)은 여덟 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산봉우리가 하늘을 향해 높이 솟구쳐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산 아래 쪽에서 보는 팔각산은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는 여덟 개의봉우리가 멀리서 보면 날카로운 둥근 원뿔 모양을 하고 있다. 이렇게 둥근 원뿔 모양의 바위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산 이름을 팔각산(八角山)이라고 부른다고 전해지고 있다. 팔각산은 하나의 독립된 바위봉우리로 되어있으며, 산 아래쪽에서 바라보아도 뛰어난 암골미와 아름다운 옥계계곡을 품고 있어 명산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조선시대 광해군 원년(1609년) 이곳에 숨어들었던 손성을(孫星乙)이란 선비는 옥계리 마을주변에 흩어져 있는 계곡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 침수정 이라는 정자를 짓고, 팔각산에서 일생을 마쳤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가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골라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이 무려 37경에 이른다고 전해지고 있다. 봄,여름, 가을이면 이 팔각산 37경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여 나무 그늘과 계곡에는 원색의 천막들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명소는 침수정 앞 병풍 모양으로 깎아 놓은 듯한 바위가 병풍바위요, 향로처럼 생긴 것이 향로봉이다. 촛대와 흡사한 촛대바위가 있고 옥계계곡 중앙에 꽃봉오리 모양으로 앉아있는 것이 진주암이다. 지금현재도 기록에 나와 있는 침수정, 병풍바위, 향로봉, 촛대바위, 진주암이 옥계계곡에 남아 있다.팔각산은 뿔같이 솟은 여덟 개의 바위봉우리가 정상까지 이어지는 해발 6백28m의 나지막한산에 불과 하다. 그러나 이 산을 가볍게 생각하고 올랐다가는 큰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가파른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암벽코스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어린이 손목만한 밧줄을 잡고도 진땀을 흘려야 하는 등산로가 곳곳에 적지 않게 있다. 밋밋한 산행에 싫증을 느끼는 등산객들에게는 짜릿한 쾌감마저 안겨준다.

 

연일 계속 이어지는 여름찜통 더위의 여름 날씨가 급기야 전국에 폭염주의보를 내리게 했다. 대구를 출발하여서 동해안 국도 길로 달려가는 버스 창문너머로 아름다운 시골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무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푸른 들녘은 연두색 초록바다를 이루고 있다. 푸른 오월에 볼 수 있는 연두색 신록과 함께 한여름에 볼 수 있는 푸른 들녘은 언제보아도 계절의 싱그러움을 더하여 준다. 원추리가 붉은 꽃을 피우고 텃밭에 심어진 옥수수가 진한 여름 풍경을 그린다. 파도가 새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비취색의 푸른 동해바다의 바닷물을 보니 더위가 싹 가신다. 살랑살랑 불어는 바람에 출렁이는 바닷물이 저 멀리 수평선을 그리고 있다. 그런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확 트인다. 시원스럽게 이어지는 동해안의 국도를 뒤로 하고 눈앞에 오늘 올라야 할 팔각산 주능선이 미리 선을 보인다. 옥계팔봉(玉溪 八峯)이라 부르는 팔각산(八角山)산장 주차장에 버스가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려와 산행준비를 마친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팔봉산이 홍천강을 품고 있다면, 경북 영덕군 옥계리에 있는 팔각산 또한 아름다운 옥계계곡을 품고 있다. 옥계계곡은 경북 영덕군 달산면 옥계리에 있는 팔각산의 깊은 산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경북 포항시 죽장리 하옥면에 있는 동대산의 깊은 산골짜기에서 흘러내는 양쪽 계곡물을 서로 섞어서 대자연이 빚어 놓은 아름다운 계곡이다. 두 계곡에서 흘러내는 섬섬옥수 같이 맑고 청명한 물이 서로 만나는 합수지점이 팔각산을 품고 있는 경북 영덕군 옥계리 마을이다.

7봉에서 바라본 팔각산 제1봉.

새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내는 물은 곳곳에 아름다운 풍경을 빚어 놓으며 두 물이 만나는 합수지점인 이곳에서 천하의 절경을 이룬다. 합수지점인 이곳에는 옥계37경에 기록되어 있는 학소대, 병풍바위, 침수정, 진주암이 절경을 이루며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팔각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옥계계곡은 1983년 경상북도 지방 기념물 제45호로 지정되어 있다.버스에서 팔각산 산장이 있는 주차장에 내려서면 북쪽방향으로 오늘 탐방 길에 나서는 팔각산이 하늘을 향해 높이 우뚝 솟아 있다. 그 아래쪽으로 청명하고 수정같이 맑은 물이 팔각산을 휘감아 돌아 흘러가는 옥계천이 있다. 이 옥계천 물은 경북 영덕 오십천으로 흘러들어간다. 팔각산 산장 주차장에서 시냇물처럼 흘러가는 옥계천 다리를 건너서 북쪽 방향으로 팔각산 탐방 길에 나선다. 팔각산 들머리는 경사가 급하고 가파른 108개의 철 계단이 놓여있다. 생각 보다 경사가급하고 가파른 철 계단으로 약10분 정도 올라서면 북쪽방향으로 팔각산 정상으로 올라서는 초입이다. 경사가 급하고 가파른 철 계단이 끝나면서부터는 등산로가 험준한 돌길이다. 산비탈에 무리지어 아름답게 피어 있는 연분홍 패랭이꽃이 한여름의 신선함을 느끼게 해준다. 잎이 넓은 활엽수 잡목이 우거지며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능선 길로 올라서면 산중턱에 조성하여 놓은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무덤을 지나면 험준한 돌길에서 호젓하고 평온한 둘레길 같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팔각산 산장주차장을 출발하여 약700m지점에 표면이 미끈한 화강암으로 만든 표지석이 서 있다. 표지 석에는 이곳에서 팔각산 정상까지 약1.9km로 표기되어 있다. 산행들머리를 출발하여 약30분 정도 북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올라서면 사방이 확 트인 바위 전망대이다. 전망대에서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휘둘러본다. 바로 앞 북서쪽 방향으로 오늘 진행할 팔각산 바위봉우리들이 눈앞에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남동쪽으로 눈길을 주면 팔각산과 마주보고 있는 바데산과 그 너머로 경북 포항 동대산이 얼굴을 보여준다. 남쪽으로 눈길을 주면 시원스럽게 흘러가는 옥계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유유히 흘러가는 옥계천 주변으로 웅기종기 모여 있는 영덕군 달산면 옥산3리 마을의 싱그러운 여름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전망대 바위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잡목이 빼곡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호젓한 오솔길 과 상투 바위를 지나 발걸음을 재촉하며 북쪽으로 올라선다. 상투바위를 지나 경사가 급한 가파른 능선 길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올라서면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서 있는 송곳바위이다. 송곳 바위를 지나 발걸음을 재촉하며 올라서면 팔각산 제1봉이다.

 

별다른 뚜렷한 풍경이 없는 제1봉을 지나 제2봉 정상에 올라선다. 팔각산 바위는 표면이 미끈한 화강암이 아니라 표면이 단단하지 않고 푸석푸석한 바위로 되어 있다. 올라설 때 조심하지 않으면 등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으로 되어 있다. 제2봉으로 올라서면 이산의 진면모를 느끼게 해준다. 사방이 확 트인 제2 봉 정상에서서 휘둘러보는 풍경은 정말로 좋다. 먼저 전방 북쪽과 북서쪽 방향으로 오늘 올라야 할 제3봉에서 제7봉까지 팔각산 바위봉우리들이 한눈에 조망된다. 팔각산 정상인 제8봉은 우람하게 솟은 제7봉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메마르고 척박하며 험준한 바위환경에도 곳곳에 푸른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다. 정상아래 산비탈에는 잎이 무성한 활엽수와 소나무가 한데 어우러지며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비좁은 바위틈새에 기린초와 바위채송화가 아름다운 꽃망울을 활짝 열고 길손을 반긴다. 솔잎이 우거지거나 떨어진 곳에는 대부분의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는 환경조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일하게 자라는 식물은 진달래나무 정도이다.

신성골 계곡 나무로 만든 오작교.

 

동서남북으로 둥근 아치형의 원형을 그리면서 높은 산 능선이 병풍처럼 겹겹이 누워있다. 깊은 골을 이루고 나란히 누워 있는 산등성이로 빼곡하게 무리지어 있는 연두색으로 곱게 물든 나무들이 싱그러운 여름풍경을 보여준다. 저 멀리 북쪽으로 깊게 패인 산등성이 위로 둥실 둥실 떠있는 흰 구름이 저 멀리 푸른 동해바다로 지평선을 그린다. 남쪽으로 눈길을 주면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 옥계계곡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모여 있는 옥산3리 마을이 싱그러운 여름풍경을 펼친다. 옥계 계곡너머로 역시 험준한 산등이가 겹겹이 포개져 나란히 누워 있다. 그 산등이 중앙으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바데산이 아름다운 여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바데산 너머로 포항의 동대산, 내연산, 향로봉 정상이 하늘을 향해 높이 우뚝 솟아 있다. 저 멀리 남쪽으로 오늘 출발한 팔각산에서 올라왔던 산등성이가 조금 전에 지나온 제1봉으로 미끈하게 이어지고 있다.

연두색 푸른 신록이 우거진 숲 속에서는 쌔롱 쌔롱, 맴맴, 등 여러 가지의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매미들이 저 마다 목청을 높이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름다운 선율로 신나게 울고 있는 매미소리가 조용한 산속에 울려 퍼지면서 여름이 무르익어 간다.

 

 

제2봉을 출발하여 제3봉으로 올라서는 입구에서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남서쪽으로 우회하는 능선 길을 지나 서쪽으로 올라서면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제3봉을 오르지 않고 제4봉으로 바로 올라서게 된다. 반대로 전방에 있는 제3봉을 우회하지 않고 넘으려면 스릴과 짜릿함을 맛 볼 수 있는 험준한 바위릿지 길을 넘어서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두 손과 두발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세미클라이밍(Semi-Climbing) 즉 암벽 등반을 해야 한다. 위험을 감수 하면서 까지 암벽 등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3봉을 우회하여 험준한 바위능선 길을 지나 제4봉을 올라서기 전 사방이 확 트인 무명봉 정상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휘둘러보는 풍경 또한 절경이다. 바로 앞에 보이는 서쪽방향으로 오늘 올라야 할 제4봉부터 제7봉으로 이어지는 옹골찬 바위봉우리들이 나란히 줄지어 도열해 있다. 제 7봉 뒤쪽에 있는 팔각산 정상인 제8봉은 우람한 암벽봉우리로 이루어진 제7봉에 가려져서 여기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준수한 팔각산의 바위봉우리들은 하나같이 빼어난 암릉미를 품고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빼어난 암릉미가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저 멀리 남쪽으로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중산리에 있는 내연산 산줄기가 하늘과 맞닿을 듯이 길게 누워있다. 나무들이 무리지어 자랄 수 없는 척박한 바위지대여서 무더운 여름날의 더위를 식혀줄 변변한 나무한그루가 없다. 오직 보이는 것이라곤 비좁은 바위틈새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듬성듬성 서 있는 소나무뿐이다. 가끔씩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골바람이 산행을 하면서 흘러내리는 땀을 씻어 준다. 바위틈새에 부드러운 흙이 있는 곳곳에 노란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운 바위채송화가 상큼한 여름 맛을 느끼게 해준다. 산이나 들녘에서 만나는 야생화는 언제나 싱그러움을 품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팔각산 산세를 이루고 있는 여덟 개의 바위봉우리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실제 올라보면 제3봉에서 제4봉은 상당한 거리를 두고 멀찍이 떨어져 있다. 제3봉을 바로 넘지 않고 우회하여 제4봉까지 올라서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25~30분 정도 소요된다. 무명봉 정상에서 주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휘둘러보고 바로 앞 전방에 보이는 제4봉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제4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경사가 급한 철 계단으로 올라서야 했다. 제4봉 정상에 올라서면 비좁은 바위틈새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분재 같이 보이는 명품 소나무가 이곳을 찾은 길손을 반긴다. 이곳 역시 사방이 확 트여서 남쪽으로 눈길을 주면 저 멀리 팔각산 산장에서 시작되는 산줄기와 제1봉에서제3봉으로 나란히 이어지는 바위봉우리들이 조망된다.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우뚝 솟아 있는 바위봉우리들이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서쪽으로 눈길을 주면 바로 앞 지척에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제5봉~제7봉까지 바위봉우리들이 차례로 늠름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이곳 역시 팔각산 정상인 제8봉은 우람한 등치를 자랑하고 있는 제일 큰 바위봉우리인 제7봉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제4봉 정상에서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휘둘러보고 제5봉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누리장나무.

종전에 올랐던 제4봉에서 제5봉 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제5봉 정상에 서면 바로 지척 서쪽방향으로 나란히 서 있는 제6봉~제8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서 북쪽으로 눈길을 주면 첩첩이 험준하고 깊은 골짜기를 이루고 있는 산줄기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다시 남쪽으로 눈길을 주면 지나온 제1봉~4봉까지 나란히 이어지는 팔각산 바위봉우리들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펼치고 있다. 저 멀리 서쪽 방향으로 겹겹이 나란히 누워 스카이라인을 펼치고 있는 산줄기에서 경북 청송 주왕산이 조망된다. 제5봉을 지나 거친 바위 능선 길로 이루어진 제6봉 정상에 올라선다. 팔각산에 있는 8개의 봉우리 중에 4봉,5봉,6봉이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가 제일 가깝게 있다. 5봉에서6봉 까지 올라서는데 걸리는 소요시간은 약4분에서5분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제6봉에서 서쪽방향에 있는 제7봉은 아주 가까운 지척의 거리를 두고 있다. 멀리서 보았던 7봉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보니 바위의 풍채가 더 우람하고 멋있어 보인다. 6봉 정상에서서 거대한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수려한 풍경을 보여주는 7봉을 감상한 다음 7봉으로 올라서기 위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우람한 몸매를 하고 있는 7봉의 바위봉우리는 바로 오르지 못하고 남서쪽으로 살짝 우회하여 올라야 했다. 경사가 급한 바위 능선 길이기는 하나 무난하게 올라설 수 있는 바위릿지 길이다. 제법 길게 이어지는 바위능선 길을 이으며 올라서면 7봉 정상을 비껴난 전망대 바위이다. 우람한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7봉은 봉우리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올려다보면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면서 두발과 손을 이용하여 세미 클라이밍(Semi-Climbing)을 하면 올라갈 수는 있다. 그러나 솔직히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정상으로 올라서지 않아도 사방이 확 트인 7봉과 8봉 사이에 있는 안부에서 휘둘러보는 풍경은 과히 일품이다.

 

사방이 확 트인 이곳에서 휘둘러보는 풍경은 이제까지 올라오면서 보았던 곳 중에서 최고의 전망대이다. 남동쪽으로 눈길을 주면 팔각산 재1봉에서7봉으로 길게 이어지는 산줄기와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후죽순 하늘을 향해 삐죽삐죽 높게 솟구쳐 있는 바위봉우리들이 일렬로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연상케 해준다. 저 멀리 남쪽으로 싱그러운 여름풍경을 보여주는 옥계마을과 옥계천의 름다운 여름풍경이 정겨움을 더하여 준다. 옥계마을 너머로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쳐 있는 바데산 정상이 장엄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7봉 안부에서8봉 안부 사이 산등성이와 산비탈에는 빼곡하게 무리지어 있는 참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연두색 푸른 잎이 싱그러운 참나무들이 빼곡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풍경은 여름 산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안부에서 팔각산 정상인 8봉까지 올라서는 길은 경사가 가파른 철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가파른 철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서면 꿈에 그리던 팔각산 정상이다.

도라지꽃.
신성골 계곡 외딴집 뒤편 소나무.

팔각산 정상은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제1봉에서 제7봉과 달리 그저 밋밋하고 둔덕을 이루고 있는 육산이다. 해발 628m인 팔각산 정상에는 재질이 화강암인 정상 표지석이 서 있다. 저 멀리 북쪽으로 첩첩이 깊은 협곡을 이루며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산줄기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줄지어 누워있다. 거대한 협곡을 이루고 있는 북쪽으로 팔각산의 또 다른 비경을 품고 있는 신성골 계곡이 내려다보인다. 서쪽으로 눈길을 주면 저 멀리 경북 청송 주왕산으로 이어지며 우설령 고갯길을 힘겹게 넘어서는 포장도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주왕산 가메봉의 특이한 암릉과 그 연봉들이 아련하게 조망된다. 남쪽으로 눈길을 주면 하늘을 향해 병풍처럼 줄지어 서있는 팔각산 봉우리 아래쪽 중앙에 또 다른 능선 줄기가 뻗어내려 있다. 깎아지를 듯한 단애를 이루고 있는 장군봉이다. 북쪽방향 신선골로 하산을 하려면 팔각산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능선 길을 지나 약300m내려서면 삼거리 안부 갈림길이다. 팔각산을 찾는 90%이상의 산 꾼들은 이곳에서 남쪽방향에 있는 오전에 올라왔던 초입 들머리인 팔각산 산장 쪽으로 하산을 하고 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팔각산이 숨겨 놓은 또 다른 비경의 계곡인 신성골로 하산을 하려면 이곳에서 서쪽으로 능선 길을 이으며 내려서야 한다.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넘어서는 길은 암봉과 암릉은 사라지고 흙으로 이루어진 은은한 육산으로 등산로가 바뀐다. 잎이 넓은 참나무 종류의 잡목이 빼곡하게 무리지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호젓한 오솔길을 이으며 고도차가 얼마 나지 않는 무명봉을 넘어선다. 오솔길 같은 등산로에는 잎이 파릇파릇하고 줄기가 아가씨들의 기다란 머리카락 같은 사초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진 호젓한 오솔길을 지나 해발573m봉을 넘으면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무명봉을 넘어 억새풀이 무성한 파평윤씨묘를 지나 능선을 살짝 올라서면, 앞에 소나무가 무성하게 원시림을 이루고 있는 산림욕장이 펼쳐진다. 여기서 서쪽방향으로 청송 주왕산 우설령 고개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다고 하나 그 어디에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신성골 계곡 외딴집 텃밭에 심어 놓은 옥수수.
신성골 계곡 외딴집 옥수수, 들깨, 고추밭 풍경.

마치 한 치의 앞을 볼 수 없는 미로의 길을 보는 듯하다. 몸집이 우람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숨을 쉬면서 내 뱉는 산소는 산행에서 오는 피로를 깨끗하게 씻어 준다. 덤으로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소나무들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휘어져 있는 풍경은 또 다른 운치를 맛보게 해준다. 산림욕장에서 북동쪽에 보이는 해발394m 봉우리를 바라보며 경사가 가파른 호젓한 내리막길로 이루어진 산길을 내려선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2,9km 지점 깊은 산속에

있는 외딴집을 보면서 신성골 계곡으로 내려선다. 안부처럼 보이는 신성골 계곡 초입에는 땅속에서 물이 솟아 올라오는 샘이 있다. 이 샘물이 남쪽으로 흘러내리면서 신성골을 이루지 않나 생각 된다. 물이 맑고 깨끗하여서 그런가! 청명하게 맑은 물속에는 조그마한 물고기들이 물속을 제집인양 거느리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서 잠시 산행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달콤한 휴식을 취해 본다. 휴식을 마치고 10분 정도 계곡 길로 내려오니 이 깊은 산속에 홀로 자리 잡고 있는 외딴집이 있다. 집 앞에는 수령이 오래 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자연적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다. 잘 가꾸어 놓은 텃밭에는 고추, 들깨, 옥수수가 싱그러움을 더한다. 집 뒤쪽 산기슭에는 수령이 오래되어 보이는 소나무 한 그루가 아름다운 분재처럼 서있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살고 있다.

무속인은 아닌 것 같다. 어디 신선들만 산다는 무릉도원이 따로 있는가! 눈앞에 무릉도원이 있는 것을 이른 기분은 마음을 비우지 않고서는 차마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나 또한 속세와 모든 인연을 끊어 버리고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그러나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은지 손쉽게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내 마음.

 

신성골 계곡 독립문 바위.

 

동쪽과 서쪽 북쪽 삼면을 깎아지른 듯한 가파른 산줄기가 절벽처럼 겹겹이 에워싸고 남쪽으로 확 트이면서 중앙으로 신성골 계곡이 이어진다. 유일하게 환하게 보이는 것은 하늘뿐이다. 그야말로 첩첩 산중에 외딴집이 홀로 들어서 있다. 붉은 꽃을 피운 하늘 말나리가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이곳을 찾은 길손을 반긴다.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이 절경(節景)을 이루면서 곳곳에 크고 작은 소(沼)를 만들어 놓았다. 지그재그로 계곡을 건너면서 약40분 정도 내려오면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진 석문을 만난다. 서울에 있는 독립문처럼 보인다고 하여서 그런가! 독립문 바위이다. 계곡 바닥 중앙에 고인돌처럼 보이는 커다란 바위가 놓여있다. 어떻게 저런 바위가 이곳에 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하다. 오작교처럼 계곡을 이어놓은 제2 나무다리를 건너서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 신성골 계곡으로 내려선다. 독립문 바위를 지나면 팔각산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재질의 바위로 형성된 주상절리 형상을 닮은 지형을 볼 수가 있다.

 

남쪽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는 신성골은 웅장하고 멋진 협곡을 이루고 있다. 대자연이 빚어 놓은 신성골계곡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비경을 감상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며 내려선다. 물이 흘러가는 계곡 동쪽 산 아래쪽에 삼림욕장이 조성되어 있다. 삼림욕장을 지나 계곡 길로 내려서면 서쪽 평평한 구릉지에 커다란 황소를 닮은 황소바위가 있다. 바위는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형상으로 보인다. 이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산 꾼들이다. 황소바위를 지나 아기자기한 오솔길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내려서면 제1오작교이다. 이제까지는 계곡을 서쪽에 두고 남동쪽 방향으로 내려왔다. 제1오작교에서 방향을 남서쪽으로 틀면서 계곡물이 흘러가는 다리를 건너게 된다. 다리를 이용하여 계곡을 건너서면 물이 흘러가는 계곡은 남동쪽에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제1오작교인 구름다리를 건너서니 풋풋한 여름내음이 물씬 풍기는 연두색 푸른 들녘이 파노라마 친다. 무더운 여름날 연두색 푸른 들녘과 산은 항상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고 넉넉한 그리움이 되어 내게 온다.

 

제1오작교를 건너서면 서쪽으로 평평한 구릉지에 여름농작작물이 자라고 있는 밭이 있다. 이제 막 심어 놓은 콩밭에는 연두색 잎이 싱그러운 콩잎이 돋아나고 있다. 콩밭 이곳저곳에는 커고 작은 바위들이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다. 콩밭 옆에는 보라색 꽃이 아름다운 도리지도 보인다. 또 다른 밭에는 여름작물인 참깨와 피마자도 심어 놓았다. 산 중턱에는 무더운 여름이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누리장나무도 볼 수가 있다. 농작물이 심어져 있는 밭을지나 내려서면 신성골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서로 만나 합수하는 옥계천이다. 청명하고 맑은 옥수가 흘러가는 옥계천을 남북으로 가로 질러 철로 이루어진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신성골 외딴집에서 이 출렁다리가 있는 곳 까지 신성계곡의 거리는 약3.5km 거리이다. 출렁다리를 건너서게 되면 무더운 여름날 피서를 즐길 수 있는 삼림욕장이다. 삼림욕장에는 많은 종류의 체육시절도 갖추어 놓았다. 여기서 오늘 팔각산 종주 산행을 모두 마친다. 한없이 밀려오는 그리움 속에서 오늘 팔각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숨은 비경을 품고 있는 신성골계곡의 애틋한 추억을 가슴에 새기며 대구로 출발 한다.

 

기린초.
바위채송화.
신성골 계곡 외딴집.
참깨밭.

 

7봉에서 바라본 팔각산 제1봉에서6봉 전경.
피마자나무. 아주까리.
하늘말나리.
황소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