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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 축령산(祝靈山), 서리산 철쭉 산행.

풀꽃사랑s 2021. 1. 6. 13:03

경기도 가평 축령산(祝靈山), 서리산 철쭉 산행.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과 가평군상면 사이에 옹골차게 들어앉아 있는 축령산은(해발886m), 백두대간에서 분기한 한남정맥과 광주지맥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하늘높이 우뚝 솟아 있는 바위가 절경을 이루고 있고, 옛날부터 울창한 잣나무 숲과 계곡이 아름다운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산을 축령산(祝靈山)이라고 부르고 있는 연유는 조선 왕국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국운이 기울어가고 있던 고려 말에 사냥을 왔다고 한다. 그때 당시 축령산에 사냥을 나온 이성계는 산짐승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산 짐승 몰이꾼의 말이 이산은 신령(神靈)서러운 산이라 산신제(山神祭)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이성계는 축령산 정상에 올라 산신에게 제를 올린 후 사냥에 나서 멧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이태부터 고사를 올린 산이라 하여 산 이름을 축령산(祝靈山)이라 불렀다고 전해지고 있다.

 

축령산은 소나무와 잣나무 장령림(壯齡林)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깎아 지를듯한 바위로 이루어진 단애(斷崖)가 형성되어 있다. 산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 운악산, 명지산, 화악산 산줄기가 한눈에 조망된다. 동남쪽으로는 청평호가 조망된다. 축령산 정상에서 동쪽으로는 가평7경 중 하나인 축령백림이 조림되어 있다. 정상에서 남쪽 능선에는 남이장군의 전설이 깃든 남이바위와 함께 독수리를 닮은 수리바위가 있다. 산행들머리와 행현리 북사면산비탈 에는 잣나무 숲으로 조성된 자연휴양림이 유명하게 알려져 있다.

 

해발832m인 서리산은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 아담하게 들어앉아 있는 산이다. 서리산은 북서쪽이 가파른 급경사로 이루어져 있지만 주능선은 고도차가 거의 없는 평평한 육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늦가을과 추운겨울 산등성이에 서리가 내려도 쉽게 녹지 않고, 늘 서리가 있는 것 같이 보인다고 하여 산 이름을 서리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서리산은 축령산 정상에서 북동쪽에 있는 절고개를 사이에 두고 약3km 정도 떨어져 있다. 이 두산이 축령산 자연휴양림을 분지처럼 휘감으며 감싸고 있다. 축령산의 유명한 명성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리산은 이곳에서 자생하고 있는 철쭉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산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서리산 정상에서 북쪽에 있는 화채봉으로 이어지는 약700m 산 능선에는 철쭉이 꽃동산을 이루고 있다. 이곳의 철쭉은 매년 5월 중순경이면 절정을 이루게 된다. 매년 탐스럽게 만개한 철쭉꽃을 보려고 전국에서 수많은 상춘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축령산과 서리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다양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리하여 누구나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정상 도전의 만족감을 느낄 수가 있다. 울창한 잣나무 숲속에 조성된 자연휴양림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조용한 산속에서 하룻밤의 좋은 정감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축령산의 울창한 수림과 계곡을 이용하여 자연휴양림이 조성되면서 봄에는 서리산과 축령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철쭉꽃, 여름에는 바위와 숲이 조화된 시원한 계곡, 가을에는 오색으로 곱게 물든 아름다운 단풍, 겨울철의 아름다운 설경 등 뚜렷한 계절감각을 느끼고 즐길 수가 있다.

 

영남지방에서 한양(서울)까지는 천릿길이란 옛말이 있다. 그만큼 먼 거리에 있다는 말일 것이다. 요즘은 경부고속도를 비롯하여 많은 도로와 열차길이 놓이면서 거리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대구에서 서울이나 경기도에 있는 산을 탐방하려면 먼 거리에 있다.

서울과 경기도에는 옛날부터 산세가 유명하게 알려진 명산이 많이 있다. 하나 대구에서는 거리가 멀어서 자연이 발걸음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산을 좋아하는 산 꾼들은 명산을 찾아서 길을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나 또 한 산을 좋아하다 보니 백두대간 과 낙동정맥, 낙남정맥 종주를 마치고 서울과 경기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북정맥과 한남정맥 산행을 수 없이 다녔다. 연두색 신록이 싱그러운 푸른 5월 중순무렴이면 경기도 가평에 있는 축령산과 서리산에 철쭉이 만개한다. 이 두산의 철쭉이 유명하게 알려져 있다고 해서 아름다운 철쭉을 보려고 영남에서 천릿길을 마다하지 않고 경기도 가평으로 철쭉 산행 길에 오른다.

 

겨우내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 있던 나무에 봄이 오면서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파릇파릇한 연두색 신록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여름을 재촉하는 봄비가 촉촉이 메마른 대지 위에 내린다. 이른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하는 봄비는 그칠 줄 모르고 쉼 없이 내리고 있다. 내심 오늘 등산을 할 때만큼은 내리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대구를 출발한 버스는 경기도 가평을 향해 힘차게 고속도로를 달려간다. 달리는 버스 창문너머로 보이는 들녘은 5월 달에만 느낄 수 있는 싱그러운 늦은 봄날의 풍경을 보여준다.

어디로 눈길을 주어도 연두색 신록이 상큼한 5월의 향기를 느끼게 해준다. 벌써 들녘에는 모내기 준비로 분주하고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가 풍요로움을 안겨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눈앞에 북한강에 자리 잡고 있는 팔당호가 보인다. 팔당호에 넘실거리는 비취색의 파란 물결은 주위의 연두색 신록과 함께 육지 속의 푸른 바다 같다. 몇 년 전 한북정맥 산행을 다니면서 강원도 춘천에서 본 아름다운 춘천호를 연상케 해준다. 서울 시민들의 젖줄인 팔당호의 강변을 따라서 새하얀 꽃을 피운 아카시아 꽃길이 길게 이어진다. 금방이라도 향긋한 아카시아 향이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을 타고 내게 올 것만 같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그 꽃길을 달려서 소나무와 잣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축령산 자연휴양림 아래쪽에 있는 주차장에 정차한다.

오늘 축령산, 서리산 철쭉 산행은 자연휴양림에서 남동쪽으로 올라서며 시작한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옷이 젖을 정도로 봄비가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다. 내심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지만 대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축령산 탐방 등산로는 산행 들머리부터 가파른 능선 길로 이어진다. 들머리부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 미끈한 잣나무가 무리를 지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한적한 오솔길보다 조금 더 널찍한 능선 길로 향긋한 잣나무 향기를 맡으면서 발걸음을 재촉하며 올라선다. 어느 산에서 산행을 시작하던 처음에는 땀이 날 정도로 경사가 완만한 능선을 따라서 약40분 정도는 올라서야 한다. 이것은 법으로 정해 놓은 것도 아니요, 하물며 산행 규범으로 정해진 것은 더욱더 아니다. 항상 어머니 품처럼 따뜻하고 아늑하게 다가오는 산은 이렇게 준비운동을 미처 하지 못하고 산을 찾는 산 꾼들에게 미리 소중한 선물을 내어준다.

파릇한 연두색 신록이 아름다운 숲길과 곱고 부드러운 흙 길을 지나 동쪽으로 올라서니 축령산에서 유명하게 알려진 독수리 바위이다. 독수리 바위는 산세가 험하여 독수리가 많이 살았고 모양이 독수리 머리를 많이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독수리 바위 아래쪽으로 하얀색의 꽃을 피운 아카시아 나무가 아름다운 꽃밭을 빚어 놓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연두색 신록이 곱게 이어지는 산 능선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한다. 파릇한 연두색 신록이 푸른 5월의 상큼한 향기를 느끼게 해준다.

 

독수리 바위에서 능선 길을 이으며 북동쪽으로 살짝 내려서면 삼거리 갈림길이다. 갈림길에서 북쪽 산 아래쪽에 있는 잣나무로 조림되어 있는 자연휴양림이 정겨움을 더하여준다. 축령산에 조림되어 있는 잣나무는 나무의 수령(樹齡) 보통 10년에서20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잣나무와 소나무 숲이 조림된 장령림(壯齡林)을 이용하여 조성된 자연휴양림은 전국에 유명하게 알려져 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능선 길은 다시 동쪽 방향으로 이어진다. 동쪽 방향에 있는 남이바위로 올라서는 능선 길은 험준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는 바위릿지 길이다. 울창하게 우거진 잡목 숲 사이로 몸집이 우람하고 풍채가 아름다운 멋진 명품 소나무가 많이 보인다. 험준한 바위 능선 길과 숲길을 교차하면서 올라서면 조선 세조 때 남이장군이 한성의 동북방 요충지인 이곳에 자주 올라, 지형지물을 익히며 심신을 수련했다는 남이바위가 옹골차게 들어앉아 있다. 해발 851m인 남이바위를 지나면서부터 축령산 철쭉꽃이 서서히 고운 자태를 보여준다. 남이바위를 지나서 능선 길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동쪽으로 올라서면 깎아지를 듯한 험준하고 아찔한 바위전망대가 있다. 북쪽에 있는 축령산 정상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가야 할 길이다. 동쪽으로 안전하게 밧줄을 쳐 놓아 무난하게 건너 갈 수가 있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는 멈출 줄 모르고 여전히 구슬프게 내리고 있다.

 

아찔한 바위전망대를 무사히 지나면 연두색 신록이 아름다운 잡목이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며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지금이 푸른 5월 중순 무렵 이어서 파릇한 연두색 신록이 가장 아름다울 때이다. 싱그러운 연두색 신록이 울창한 숲길을 지나 서쪽으로 올라서면 해발855m 봉우리이다. 해발 855m 봉우리 정상에는 헬기장이 조성되어 있다. 또한 오전에 출발한 축령산 등산로 들머리와 북쪽에 있는 축령산 정상 그리고 남쪽에 있는 수레넘어고개로 내려서는 삼거리 갈림길이 있다. 남이바위를 넘어서면서 등산로 곳곳에는 듬성듬성 연분홍 철쭉꽃이 아름답게 피어 이곳을 찾은 길손을 반긴다. 서울, 경기도 산에서 보는 철쭉꽃은 오늘이 처음이다. 종전에 한북, 한남 정맥 산행을 하면서 연분홍 진달래는 많이 보아 왔다. 축령산에 피어 있는 철쭉꽃은 소백산이나 강원도, 경남 함양 괘관산, 지리산 세석평전, 대구 팔공산 등 높은 고산에서만 볼 수 있는 꽃과 90% 이상 유사하게 닮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으면서 자란 산철쭉은 짙은 진홍색이다. 산철쭉으로 유명하게 알려진 산은 경남 합천 황매산, 전남 장흥 제암산, 보성 일림산, 초암산, 지리산 바래봉 애기철쭉이 있다.

또한 산철쭉나무의 키는 나지막한 것이 특징이다. 축령산처럼 내륙 깊숙이 있는 산속에서 피는 철쭉꽃은 대부분 엷은 연분홍색이며 나무 또한 3m이상 자란다.

 

때 마침 불어오는 세찬 비바람을 맞으면서 이리저리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흔들리는 꽃 봉우리가 애처롭다. 벌써 많은 철쭉 꽃잎이 땅에 떨어져 있다. 연두색 신록이 싱그러운 단풍나무 숲 아래쪽에 다소곳이 피어 있는 철쭉꽃은 멀리서 바라보면 꼭 산새들의 둥지처럼 보인다. 바로 앞에 또 다른 한 무리의 철쭉꽃은 꽃잎이 겹겹이 쌓인 장미와 목단을 닮은 것 같다. 헬기장에서 연두색 신록이 울창한 숲길을 지나 경사가 완만한 능선 계단 길로 올라서면 해발 886m 인 축령산 정상이다. 축령산 정상에는 작은 돌로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아담한 돌탑이 세워져 있다. 돌 탑 앞쪽에는 표면이 미끈한 대리석로 만든 축령산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사방이 확 트인 축령산 정상에서 휘둘러보는 풍경은 과히 일품이다. 정상에서서 북쪽으로 눈길을 주면 운악산(해발935.5m), 명지산(해발1267m), 화악산(해발1468m),의 산줄기가 한눈에 조망된다. 남동쪽으로 눈길을 주면 청평호가 조망된다. 남쪽으로 눈길을 주면 용문산(해발 1,157m)이 남서쪽으로는 천마산(해발812m)이 하늘과 맞닿을 듯이 하늘 금을 그린다. 북서쪽으로 눈길을 주면 주금산(해발813m), 이 북쪽에는 오늘 올라야 할 서리산(해발832m)이 눈앞에 있다. 북동쪽 행현리 쪽으로 눈길을 주면 가평7경인 축령백림이 아련하게 조망된다. 축령산과 서리산의 북사면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축령백림은 잣나무로 조성된 숲으로 유명하게 알려진 숲이다. 이곳에 하늘을 향해 찌를 듯이 빼곡하게 무리지어 숲을 이루고 있는 잣나무와 축령산과 서리산 곳곳에 조림해 놓은 숲은 대부분 일제 강점기때 조성되었다고전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잣나무 수령은 많게는 수령이80년에서 작게는10년에서 20년 이하 라고 한다. 이렇게 인공적으로 잘 조림된 잣나무 숲에 자연휴양림을 조성하여 놓았고, 지금은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알려져 있다.

봄비를 맞으면서 본 축령산 철쭉.

 

축령산 정상에서 주위의 풍경을 휘둘러보고 저 멀리 서리산 정상을 바라보면서 북서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능선 길로 내려선다. 축령산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내려서는 능선 길은 작은 바윗돌이 바닥에 깔려 있고 경사가 급하고 가파르다. 경사가 급하고 가파른 능선 길을 벗어나면 경사가 완만한 흙으로 이루어진 유순한 능선 길이 이어진다. 서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축령산과 달리 부드러운 흙길로 이루어진 유순한 육산이다.

널찍한 임도 길처럼 이어지는 능선 길은 북서쪽 서리산 정상 아래쪽에 있는 절개고개까지 이어진다. 호젓한 능선 길은 연두색 신록이 절경을 이루고 있고 눈앞에 보이는 파릇한 초원능선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펼쳐진다. 파릇한 초원능선에는 아름답게 핀 야생화 천국이다. 노란색 꽃송이가 아름다운 미나리아재비, 벌깨덩굴 등 많은 종류의 야생화들이 곱고 고운 자태를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 항상 카메라를 휴대하고 있지만 쉬지 않고 줄기차게 내리는 봄비로 인하여 이 아름다운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아마도 두고두고 마음속에 진한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아름다운 야생화를 보고 그냥 지나가려 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절고개 삼거리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옮긴다. 이제는 하늘에서 번갯불이 번쩍이고 산전체가 울릴 만큼 요란하게 큰소리가 들려온다. 하늘에서 천둥까지 치고 있다. 평소에 그리 큰 죄를 지은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겁이 나는지 모르겠다. 천둥소리까지 들려오니 발걸음이 더 빨라진다. 절골삼거리 갈림길 까지 내려서면 서쪽으로 울창하게 우거진 잣나무 숲이 길손을 반긴다. 소나무처럼 연두색 푸른 잎이 가늘고 뾰족한 잣나무 숲은 신록의 계절 푸른 오월의 상큼함을 느끼게 해준다. 꼭 강원도 인제 방태산으로 산행을 가면서 보았던 연두색으로 초록물결을 이루고 있던 싱그러운 낙엽송 숲을 연상케 해준다. 눈앞에 꿈길 같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지만 더욱 사납게 내리는 봄비가 한 없이 원망스럽다. 모처럼 대구에서 천릿길을 달려와 축령산과 서리산 철쭉꽃을 보려고 왔건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다. 절고개 삼거리에서 축령산 정상까지는 널찍한 임도 길이 이어진다. 오늘 오전 올랐던 축령산은 힘들었던 산행길이라면 절고개 삼거리에 서리산으로 이어지는 널찍한 임도 길은 파릇한 연두색 신록이 절경을 펼치고 있는 그야 말로 꿈길 같은 능선 길이다. 이제 호젓한 산행 길을 걸으면서 나만의 사색과 낭만을 즐기고 싶지만 하늘에서 쉼 없이 내리는 봄비로 인하여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되어 버렸다.

 

절개고삼거리에서부터 쉼 없이 쏟아지고 있는 봄비의 기세에 눌려 북서쪽에 있는 억새밭 사거리까지 빠른 걸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올라선다. 억새밭 사거리는 지도에 임도 고개로 표기되어 있다. 억새밭 사거리에서 지척에 보이는 서리산 정상까지는 경사가 조금 있는 약간 가파른 언덕길로 올라서야 했다. 오늘 봄비만 내리지 않아도 연두색 신록으로 아름답게 물든 언덕길을 마음껏 즐기면서, 쉬엄쉬엄 올라갔으면 정말로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많은 아쉬움이 물결처럼 밀려온다. 많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줄기차게 쏟아져 내리는 봄비 속을 헤집고 해발832m인 서리산 정상에 올라선다. 서리산 정상은 널찍한 공터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주변에 있는 풍경을 휘둘러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기세당당하게 하늘에서 쏟아지는 봄비로 인하여 지나온 축령산 정상을 비롯하여 서리산 정상 주변 까지 자욱하게 안개구름이 내려앉아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대신하여 새하얀 운무가 내려앉은 풍경이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오늘 봄비로 인하여 연두색 신록이 아름답게 물던 능선 길 풍경은 놓쳤다. 그러나 산등성이와 산비탈에 살포시 내려앉은 운무(雲霧)를 바라보며 위안을 삼는다.

 

정상에서 바로 전방 언덕에 수령이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철쭉나무가 우화한 모습으로 서 있다. 나뭇가지마다 탐스럽게 핀 엷은 핑크색의 철쭉꽃송이의 아름다움에 새삼 놀라서 다시 바라본다. 아름다운 철쭉꽃송이 하나하나가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목련 꽃송이 같다. 꼭 경남 함양 괘관산에서 보았던 철쭉꽃과 너무나도 유사하게 닮았다. 꼿꼿이 서있는 철쭉남무의 겉모습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과 기품이 느껴진다. 하늘에서 쉬지 않고 쏟아지는 봄 비속에서도 파릇한 신록이 싱그러운 이 넓은 대초원에 만개한 철쭉꽃이 이곳을 찾은 길손을 반긴다. 서리산 정상에서 북서쪽에 있는 화채봉(해발649m)를 중심으로 하여 남서쪽 질마재까지 철쭉 동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쭉이 자생하고 있는 철쭉 동산은 면적이 약3,900평에 달하고 길이가 700m에 이르는 대평원으로 이루어 져 있다. 연두색신록과 이 제막 돋기 시작하는 새파란 나뭇잎 잎사귀는 또 다른 싱그러움을 더하여준다. 계절에 때맞추어 활짝 핀 철쭉꽃이 아름다운 꽃 터널을 빚어 놓았다. 나무테크로 만들어 놓은 철쭉 전망대에 올라서서 널찍한 대평원을 바라보면 무리지어 있는 철쭉꽃이 우리나라 지형도를 빚어 놓았다.

 

사람이 일부러 이렇게 조성해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삼 대자연의 신비스러움과 오묘함을 느끼게 해준다. 아! 아쉽다. 오늘 봄비만 내리지 않았다면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천상화원을 카메라에 담아 두고두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겼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가지만 눈으로 보고 즐기면서 마음속 깊숙이 담아간다. 화려한 철쭉꽃동산은 질마재 사거리에서 끝이 난다. 오늘 산행 내내 무던히도 나를 괴롭히고 있는 봄비는 멈출 줄 모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기세등등하게 내리는 봄비를 흠뻑 맞으며 하산 길을 재촉한다. 질마재 사거리에서 하산 길은 남쪽으로 가파른 능선 길을 약1시간 정도 남쪽으로 내려선다. 경사가 급한 산비탈에다 비까지 내려서 내려서는 흙길이 미끄러워 체력이 두 배로 소모된다. 한발 한발 발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이렇게 약1시간 정도 급경사 길을 내려서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 운치가 있는 잣나무 숲길이다. 이곳은 수령이 10년에서 20년 이상 된 잣나무로 조림된 축령산 자연휴양림이다. 경사가 완만한 잣나무 숲길을 지나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 남쪽으로 내려선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봄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고, 나무의 겉 표면이 미끈하게 잘 생긴 잣나무 숲에서는 향긋한 잣의 향이 느껴지는 것 같다. 약 50분 이상 이렇게 운치 있고 멋있는 축령산 자연휴양림 길을 지나 내려서면 오늘 산행 종점인 축령산 자연 휴양림 제2주차장이다. 여기서 축령산 서리산 산행을 모두 정리한다.

여름을 재촉하는 봄비가 촉촉이 연두색 잎사귀에 떨어지면서 예쁜 이슬방울을 만들고 철쭉꽃, 연두색신록 그윽한 향연을 펼치는 축령, 서리산 능선에서 또 하나의 소중한 아름다운 추억을 내 가슴속에 깊이 담고 대구로 출발한다.

축령산 철쭉꽃. 서리산 철쭉과 야생화는 봄비로 인하여 카메라에 담지 못했습니다.
경남 함양 괘관 철쭉. 서리산 정상에서 본 철쭉과 같은 품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