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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德裕山 향적봉, 중붕, 백암봉, 동엽령 눈꽃산행.

풀꽃사랑s 2021. 1. 17. 12:33

덕유산(德裕山 향적봉, 중붕, 백암봉, 동엽령 눈꽃산행.

 

백두대간 마루금의 중심부위에 위치한 덕유산은 전북무주군, 장수군과 경남 거창군, 함양군에 옹골차게 솟구쳐 있다. 덕유산은 크게 북덕유산과 남덕유산으로 나누어진다.

주봉인 향적봉(해발1614m)을 중심으로 하여 중봉, 백암봉을 북덕유산, 남쪽에 있는 무룡산(해발1491m)에서 사갓봉을 거쳐 남덕유산(해발1507m)정상에 이르는 산줄기를 남덕유산이라고 한다. 덕유산은 주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하여 해발 1300m의 안팎의 장중한 산등성가 남서쪽 방향으로 약30㎞에 달하는 장대한 규모로 옹골차게 들어앉아 있다. 또한 주봉인 향적봉에서 무룡산과 사갓봉을 이으며 남덕유산에 이르는 주능선의 거리는 약20㎞를 넘는 거대한 산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덕유산의 깊은 산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북쪽으로 흘러가는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로 유입되고 남쪽으로 낙동강의 수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덕유산 설천봉.

 

또한 덕유산의 북쪽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30㎞ 거리를 형성하며 긴 계곡을 이루고 있다. 이계곡이 유명하게 알려진 무주구천동 계곡이다. 무주구천동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계곡 곳곳에 폭포, 담, 소, 기암절벽, 여울 등을 빚어 놓았다. 대자연이 빚어 놓은 아름다운 소와 담, 폭포가 저 유명하게 알려진 무주구천동 33경을 이루고 있다. 덕유산은 일 년 사계 절중 어느 계절에 찾아도 풍경이 아름답지만 어머니품속처럼 넉넉한 덕유산 산 정상에는 수령이 수백 년이 되어 보이는 주목나무가 있다. 또한 연분홍철쭉, 노란색 원추리 꽃의 군락지가 있어 봄철과 여름에도 많은 산 꾼들이 찾아오고 있다. 특히 매년 6월 상순경이면 덕유산은 산등성이 곳곳에 만개한 철쭉꽃이 울긋불긋 꽃 대궐을 이룬다. 북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에서 남쪽 능선에 있는 남덕유산 정상까지, 약20㎞가 넘는 산등성이와 산비탈에 빼곡하게 무리지어 있는 만개한 연분홍 철쭉꽃이 천상화원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가을 단풍철이면 산전체가 형형색색으로 곱게 물드는 덕유산은 어는 곳으로 올라도 운치는 단풍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이 혼잡하지 않은 조용하고 나만의 낭만과 사색을 즐기고 싶다면 북덕유산인 향적봉 보다는 남쪽에 있는 남덕유산을 추천하고 싶다. 남덕유산 정상 부위에는 연두색 푸른빛의 구상남와 붉은색으로 곱게 물던 단풍나무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정말로 아름답다. 이 밖에도 삿갓골재 골짜기에 있는 원통골은 원시림지대여서 단풍이 더욱 찬란하고 아름답다. 굳이 산에 힘들게 오르지 않아도 계곡 하류 쪽에 잘 조림해 놓은 연두색 잣나무 숲의 푸른빛과 나뭇잎이 넓은 활엽수 종류의 참나무 단풍도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북쪽에서 남하는 백두대간 남쪽에 위하고 있는 덕유산은 겨울철이면 서해바다에서 많은 습기를 품고 있는 차가운 바람이, 해발1300~1600m급의 덕유산 산줄기와 서로 부딪치면서 많은 눈이 내린다. 이렇게 밤새 내린 새하얀 눈이 빼곡하게 무리지어 있는 철쭉나무군락과 주목, 구상나무 숲에 빚어 놓은 새하얀 설경과 상고대는 환적이다. 매년 겨울이면 몸을 움츠려들게 하는 매서운 한파도 아랑곳 하지 않고, 새하얀 눈이 빚어놓은 설경과 상고대를 보려고 전국에서 많은 산 꾼들이 찾아오고 있다. 덕유산은 북쪽에서 흘러내리는 약30㎞의 무주구천동계곡(茂朱九天洞溪谷), 자연휴양림, 신라흥덕왕5년(830년) 우염국사가 창건한 백련사(白蓮寺)가 유명하게 알려져 있다. 이렇게 사계절 내내 우리들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덕유산은 1975년 10번째로 국립공원에 선정되었다.

 

모처럼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북덕유산 향적봉으로 산행을 떠난다. 덕유산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백두대간 이다. 그 다음에 무주구천동 계곡과 주목, 그리고 새하얀 눈이다. 덕유산은 눈 덮인 겨울에 몇 번 올라 보았고 여름에는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하면서 한번 올라 보았고 가을에 한번 올라 보았다. 그러고 연분홍 철쭉이 유명하다는 봄에는 아직 올라 보지 못했다. 언제 기회가 되면 봄에 한번 올라 보아야겠다. 산행 신청은 월요일 날 해야 하나 사실 나의 직업이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금요일이 되어서 신청을 하게 된다. 매번 대구 산정산악회 등반대장님께 죄송할 따름이다. 전번 주 주말에 금북 정맥 산행을 하면서 날씨가 매우 추워서 혼이 난 적이 있다. 이번 주 주말도 몹시 춥지 않을까 생각 했는데 날씨는 의외로 봄날을 연상 할 만큼 따뜻하게 느껴진다.

덕유산 사진이 한장밖에 없어서 강원도 백덕산 상고대를 대신 올립니다.

 

예년 같으면 벌써 날씨가 추울 때 인데 올해 겨울은 이상 기온이 생기는 건가 예상외로 날씨가 따뜻하다. 전번에 강원도 평창 계방산 산행을 갈 때 산행 하루 전 날씨가 화창하여서 뭔가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 되었다. 실제로 산행을 가서 환상적인 설화를 보고 오지 않았는가! 이번 주도 그때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 내일 덕유산 산행에서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대구에서 무주까지는 잘 왔는데 오늘 산행 목적지인 무주리조트가 가까워지자 거북이걸음을 한다. 이번 달 24일부터 25일까지 황금연휴가 이어지자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타려고 자가용을 몰고 겨울여행을 왔다. 그러한 관계로 도로가 혼잡하여 차가 밀리는 현상이다. 편리하다고 너도나도 자가용을 이용하게 되다 보니 이렇게 도로가 혼잡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자가용 보다는 버스를 이용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였으면 좋겠는데 그게 어디 하루 이틀에 될 일인가? 이러다가 산행시간이 늦어 지지 않을까 노파심이 생긴다. ^^^ 버스는 예상 시간 보다 40분 늦게 무주리조트 주차장에 정차 한다. 다행히도 곤돌라를 타는 곳은 그렇게 혼잡 하지 않아서 쉽게 곤돌라를 타게 된다. 사실 사진으로만 보아 왔던 스키장을 오늘 실제로 보니 몹시 머리가 혼란스럽다. 스키장 하면 인공 눈을 뿌려서 항상 새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줄만 알았는데 오늘 실제로 보니 눈은 스키를 타는 곳에만 보였다. 케이블카를 연상케 하는 곤돌라를 타고 오늘 산행 출발지점인 설천봉으로 올라간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서 자동으로 움직이는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 정상에 오르면서 눈 덮인 무주리조트를 본다. 땅 아래에 펼쳐지는 무주리조트의 조망은 그런 데로 좋게 보인다. 5분 정도 곤돌라를 타고 올라서니 설천봉 정상이다. 곤돌라에서 내려서니 설천봉 정상에는 하얀 눈이 쌓여 있고 정상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호남정맥종주 산행을 하면서 전라남북도 지방에서 수많은 정자를 보아 오지 않았던가! 경치가 좋은 곳에는 항상 정자가 있었으며 마을 입구에 수령이 수백 년 된 느티나무아래쪽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정자를 보아 왔다. 오늘 설천봉 정상에 있는 정자를 보니 문득 그때의 일들이 생각난다. 이곳 역시 주위의 경치가 아주 좋다. 가까이에는 북덕유산 정상인 향적봉(1614) 이 저 멀리 산등성이 주위에는 높고 낮은 산이 아늑하게 감싸주고 있다. ※‘향적봉’은 날개를 편 수리모양의 주릉의 준말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새하얀 눈이 덮인 겨울 산의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바로 가까이에 보이는 향적봉이(1614)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저 아래쪽으로 오늘 올라온 눈 덮인 무주리조트를 보면서, 바로 전방에 보이는 눈 덮인 향적봉 정상으로 올라서기 위하여 등산로를 따라서 발걸음을 분주히 움직여 본다.

이미 아침 일찍 향적봉을 올랐던 사람들이 등산로를 지나서 설천봉으로 분주히 내려오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미 선두로 총무님이 회원님들을 모시고 저만치 앞서 가신다. 나는 언제나 최고 후미도 아니고 중미도 아닌 중간에서 회원님들과 함께 산행을 나선다. 설천봉 정상에서 출발하여 약10분 정도 눈길을 따라서 올라서니 오늘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는 누가 쌓았는지 아담한 돌탑이 자리 잡고 있고 향적봉 표지석이 산 꾼들을 반갑게 맞는다. 바로 앞에 향적봉 대피소가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고 그 너머로 중봉이 조망된다. 중봉너머로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눈 덮인 덕유평전이 까마득하다.

 

사방이 막힘이 없이 확 트인 북덕유산 향적봉 정상은 주변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사방팔방 어디로 눈길을 주어도 눈에 보이는 것은 깊은 협곡을 이루며 겹겹이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는 산줄기뿐이다. 마치 가을 하늘 같은 새파란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쳐 있는 산등성이를 이루고 있는 골짜기마다, 옅은 안무 같이 보이는 뽀얀 구름이 깊은 협곡사이로 살며시 내려앉아 있다. 눈앞에 겹겹이 서로 포개어진 듯한 구불구불하게 휘어진 산줄기들은 널찍한 바닷물에 보석처럼 뿌려진 섬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남쪽으로 눈길을 주면 북덕유산 중붕, 무룡산, 백운산, 기백산, 황석산, 지리산 천왕봉이 하늘과 맞닿을 듯이 산 그리메를 그리고 있다.

강원도 백덕산 설경.

 

여기서 덕유산 동쪽 산중턱 900m에 위치한 곳에는 신라 홍덕대왕5년(830년)무영국사가 창건한 백련사가 자리 잡고 있다. 백련사에서 도로를 지나 내려서면 이곳에서 시작되는 계곡물이 북동쪽으로 칠십 리에 걸쳐 펼쳐진 절경33경인 무주구천동 계곡을 빚어 놓았다. 무주구천동 계곡은 북쪽에 있는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원당천 물목에 이르게 된다.

눈 덮인 겨울 산에서는 설경을 꽃피는 춘삼월에는 봄 풍경을,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이,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무주구천동 계곡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가장 빠른 방법을 이용하여서 북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에 올라서게 되었다. 매번 향적봉은 바로 정상 아래쪽에 있는 향적봉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이 곳 향적봉 정상에 올랐었다. 정상에 올라 동쪽에 있는 백련사를 들려서 무주구천동 계곡을 따라서 내려가곤 했다. 오늘 봄 날씨를 연상케 할 만큼 따뜻하여서 산행하는데 기쁨이 두 배가 된다.

 

겨울이면 이곳 정상에는 바람이 세차기로 유명하다. 하나 오늘은 바람 한 점 없이 화창하니 이 또한 나의 복이 아닌가 생각 된다. 향적봉 정상에서 주위의 아름다운 조망을 감상 한 다음 남쪽에 보이는 중봉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향적봉 정상에서 내려서서 중봉(해발1594m)으로 올라선다. 여기서 동쪽으로 내려서면 오수자굴을 지나서 백련사로 내려가는 능선길이다. 사방이 막힘이 없이 확 트인 중봉 역시 전망대로는 손색이 없다. 중붕에서 남쪽으로 눈길을 주면 바로 눈앞에 오늘 올라야 백암봉이 조망된다. 저 멀리 남쪽으로 무룡산, 남덕유산, 백운한 지리산 천왕봉, 황석산, 기백산, 금원산이 좀 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중붕에서 남쪽으로 내려서면 50000/1지형도에 표기된 덕유평전이다. 이 덕유평전은 바로 전방에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쳐 있는 백암봉 사이에 대자연이 빚어 놓은 평평한 구릉지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곳은 파릇한 풀들이 비단결 같은 융단을 깔아 놓은 초원지대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말 그대로 풀밭이다. 연두색 신록이 우거지는 푸른 5월을 지나 6월 중순에 이곳에 오니 주위에는 키가 작은 떡갈나무종류의 나무와 땅에는 온갖 풀들이 새파랗게 자라고 있었다. 추운 겨울철인 덕유평전에는 나무의 키가 사람 가슴에 와 닿는 철쭉나무들이 빼곡하게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꽃피는 봄에 연분홍철쭉이 꽃을 피우면 이 덕유평전이 온통 철쭉꽃밭을 이루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무더운 여름에는 덕유평전 주위에 노란색 원추리 꽃이 군락을 이루며 천상화원을 펼치는 곳이다. 추운 겨울이면 철쭉과 함께 군락을 이루고 있는 주목나무와 철쭉나무에 피어나는 설화와 상고대는 그야 말로 환상적이다. 그러나 이번 산행에서는 날씨가 따뜻한 봄날 같아서 기대 했던 설화와 상고대는 아쉽게도 볼 수가 없다. 기대했던 설화와 상고대는 볼 수 없지만 새 하얀 눈을 밟으면서 산행하는 기분도 좋다. 등산로 또한 그렇게 험하지 않아서 겨울철 눈 산행에는 아주 좋은 코스가 아닌가 생각 된다.

강원도 백덕산 설경.

 

어머니품속처럼 널찍한 덕유평전을 지나 남쪽방향에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해발1503m인 새하얀 눈이 덮인 백암봉 정상에 올라선다. 사방이 확 트인 백암봉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오늘 하산을 해야 할 동엽령 고개가 바로 눈앞에 있다. 저 멀리 백두대간 마루금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정상이 한눈에 조망된다. 그 뒤편으로 황석산. 기백산이 얼굴을 보여준다. 백암봉 정상에서서 동쪽으로 눈길을 주면 백암봉 정상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지봉(1302.2m), 월음령, 대봉, 빼재(신풍령휴개소)고개 길로 길게 뻗어 내린 낯익은 능선 바로 백두대간 마루금이다. 남쪽으로 눈길을 주면 백두대간 마루금은 백암봉에서 동엽령, 무룡산(1491.9m), 삿갓골재, 남덕유산(1507.4m) 서봉(장수덕유산, 1510m) 육십령으로 여인의 허리선처럼 길게 파로라 마치며 누워있다. 바로 9년 전인 1997년6월14일 남덕유산 아래쪽에 있는 영각사에서 밤12시에 남쪽에 있는 남덕유산으로 올라섰다. 밤새 가쁜 숨을 고르며 올라선 남덕유산 정상에서 삿갓골재와 무룡산, 동엽령 안부를 지났다. 동엽령 안부에서 이튿날 새벽 무렵인 1997년6월15일 아침에 파릇파릇한 초원지대인 덕유평전을 바라보며 백암봉정상에 올라섰다. 백암봉 정상 삼거리 갈림길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넘어서 갔다. 오늘 여기 다시 서서 눈앞에 보이는 저 백두대간 마루금을 넘어서 갔던 일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그때는 왜 그렇게도 힘들게 이곳을 넘어서 갔을까 지금 생각 하면 쓴 웃음만 나온다. 그뿐인가? 백두대간 마루금인 지봉에서 월음령 고개를 넘어 준비해간 물이 부족해서 대봉에서 얼마 안 가면 빼재(신풍령휴게소)라는 말을 듣고 여유분의 물 까지 모두 마셔버렸다. 이후에 무더운 초여름 날씨에 1시간 반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걸어서 빼재(신풍령휴게소)에 도착했다. 신풍령휴게소에서 물을 얼마나 마셨는지 점심을 시켜서 먹는데 이미 물로 배를 채운 뒤라 밥이 입에서 넘어 가지를 않았다.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물 때문에 혼이 났다. 이러한 일을 경험하고 나서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부터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하면서 물은 항상 2ℓ 이상을 휴대 하여다녔다. 같이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하면서 옆에 있는 동료가 물을 달라고 하면 부득이 한 경우가 아니면 줄 수 없었고 간식은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주었다. 지금도 그때당시의 일을 회상 하면서 9정맥을 함께 종주 하고 있는 동료 분들과 함께 그때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제는 다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버렸다.

 

백암봉 정상에서 20대로 보이는 미모의 아가씨가 목에 콤파스(나침판)와 비닐로 코팅된 50000/1지형도를 목에 걸고, 형광펜으로 무엇인가 열심히 지도에 기록하고 있다. 한눈에 보아도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하고 있는 아가씨임을 알 수가 있었다. 이곳에서 백두대간을 하는 젊은 후배를 만나다니 이미 9년 전에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하면서 이곳을 지나간 나로서는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하느냐고 질문을 하니 그렇다고 한다. 백두대간 종주 산행을 한다고 하면서 향적봉이 어디냐고 묻는다. 나도 9년 전에 백두대간 종주 산행을 했으며 향적봉은, 여기서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백두대간 능선은 동쪽으로 가야 한다고 대답한다. 어디서 왔냐고 하니 경북구미시에 있는 삼정전자 뫼오름 산악회 소속이며 오늘 아침 10시에 육십령에서 남덕유와 삿갓재, 무룡산을 넘어서 동엽령을 지나서 여기 백암봉에 올라 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혼자서 온 것이 아니라 옆에 같이 온 듯한 일행이 보이고 친구인 듯한 어여쁜 아가씨가 옆에 서 있다. 오늘 빼재(신풍령휴게소) 까지 가야 하는데 힘이 들어서 향적봉으로 탈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하는 산 꾼들도 눈 덮인 덕유산 구간은 겨울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대부분 피한다고 들었다. 아가씨들이 겁도 없이 눈 덮인 덕유산 구간을 넘어서 오다니 그 용기가 대단하다.

강원도 백덕산 설경.

 

눈 덮인 덕유산 구간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선배들이 추천을 해주더라고 한다. 말 하는 것 하며 열심히 기록을 하는 것을 보니 진정한 산 꾼이다. 이렇게 건전한 정신으로 대자연을 찾아 서로 교감을 나누는 젊은 후배들이 대견스러웠다. 백암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후미에 계시는 회원님들이 백암봉에서 동엽령으로 다 내려가신 것을 확인하고, 조금 전에 만난 뫼오름 산악회 아가씨와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작별 인사를 하고 백암봉을 출발 한다. 날씨는 화창하고 산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이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백두대간 마루금을 이으며 남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벌써 선두로 달려가신 총무님은 동엽령에 도착 해 계시고 오늘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야 하나 아니면 그냥 진행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 같다. 백암봉을 내려서서 동쪽 방향으로 길게 뻗어 내린 백두대간 마루금이 나에게 유혹의 눈길을 보내서 미칠 것만 같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9년 전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그 때 그 고생을 하고서도 다시 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니 내 자신의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그리 험준하지 않은 능선 길을 지나 전망대 바위에 올라선다. 여기서 머리를 북쪽으로 돌려 조금 전에 지나온 눈 덮인 백암봉과 백두대간 마루금을 보니 새삼 감회가 남다르다. 이제 바로 전방에 동엽령 이정표가 보인다. 후미에서 함께 앞서서 가시던 회원님들 몇 팀이 동엽령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능선 길에서 점심을 드시는 것을 본다. 이왕 이면 조금 더 진행해서 동엽령에서 함께 모여서 점심 식사를 하면 산행 가이드 분들이 인원을 체크하기에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여기저기 떨어져서 식사를 하고 있으니 나중에 애로사항이 있지 않을까 생각 된다.

 

동엽령에 도착하니 이미 선두로 오신 총무님과 회원님들이 함께 점심식사를 마친 것 같다. 총무님은 식사를 마치시고 회원님들과 함께 서쪽방향인 칠연계곡으로 출발을 하기 위해서 준비를 마치셨다. 후미에 함께 계시던 회원님이 코펠에 라면을 새로 끓이고 계신다. 나보고 꼭 라면 함께 먹고 오라고 자상하게 말씀하시는 총무님, 항상 산정에 오면 자상하게 배려 해주시는 총무님께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후미에 함께 계시던 회원님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서 자리를 잡는다. 회원님께서 정성스럽게 끓이신 라면국물과 준비해간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산에서 먹는 라면은 정말로 별미이다. 집에서 먹는 라면과 맛부터 다르게 느껴진다. 정말로 맛있는 점심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남쪽으로 백두대간 마루금을 이으면서 계속 내려서면 육십령 고개이다. 동엽령 고개안부에서 동쪽은 병곡리 계곡이고 서쪽으로 칠연계곡이다. 오늘 하산 지점인 서쪽 칠연계곡 방향으로 나무계단을 지나면서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최종 후미에 산행가이드를 혼자 남겨 두고 오자니 마음이 편치 않다. 같이 내려 올 수도 있었는데 사실 후미에 계신 회원님들 중 몇 팀이 동엽령 안부로 내려오기 전에 점심 식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내려왔다. 그분들이 내려오시기를 후미가이드가 기다려야 했다.

강원도 백덕산 설경.

 

평소에 아이젠을 잘 착용하지 않는 습관이 이제는 일상화 되어 버렸다. 오늘도 역시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내려서다가 미끄러운 눈길에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 계곡 주위에는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나무들이 기나긴 겨울잠에 들어갔고 졸졸 흘러내리는 시냇물 소리가 정겨움을 더하여 준다. 무더운 여름철에 오면 아주 시원할 것 같다. 그것도 아니면 꽃피는 봄이나 단풍이 아름답게 물드는 가을에 와도 좋지 않을까 생각 된다. 특히 덕유산의 가을 단풍은 검붉은 단풍으로 유명하다고 하지 않는가! 동엽령 고개를 출발 하여서 1시간 이상을 내려서니 칠연폭포로 올라서는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마음 같아서는 가보고 싶다. 그러나 폭포까지 왕복으로 600m 이상거리이다. 그 기에다 평평한 길이 아니라 경사가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서야 한다. 거리상으로 계산을 해보니 이번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일 것 같다. 하산시간도 촉박하고 겨울철이고 내린 눈이 얼어서 빙판 길을 이루고 있다.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그냥 하산을 하기로 결정한다.

 

다음번 여름철이나 오색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에 오면 한번 들려 보아야겠다. 칠연폭포안내 간판을 지나 20분 정도 임도를 지나며 내려서니 오늘 하산 완료지점인 자연 학습원이다. 대형버스가 올라 올 수 있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오늘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몇 번 겨울철에 북덕유산 향적봉과 남덕유산을 올라 보았지만 그때마다 매섭게 불어오는 세찬 눈보라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나 오늘은 날씨가 따뜻한 봄날처럼 포근하여서 좋았다. 그러나 날씨가 따뜻하므로 해서 기대했던 상고대는 볼 수 가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9년 백두대간 종주산행의 추억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오늘 여기서 언제나 어머니 품속처럼 넉넉한 새하얀 눈이 덮인 덕유산 향적봉 산행을 정리한다. 후미에 있던 가이드와 회원님들이 하산을 완료함과 동시에 대구로 출발 한다.

강원도 백덕산 설경.
강원도 삼척 덕항산 설경.
강원도 평창 계방산에서.
백두대간 마루 상에 있는 강원도 삼척 덕항산을 지나 광동이땜 이주 단지고랭지 배추밭. 이곳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