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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제암산, 사자산, 곰재산, 보성 대한다원, 철쭉 산행.

풀꽃사랑s 2021. 1. 22. 15:19

장흥 제암산, 사자산, 곰재산, 보성 대한다원.

 

전라남도 장흥군과 보성군의 경계를 이루는 제암산(帝岩山)은 해발807m미터로 호남정맥 군에 속해 있다. 산 정상에는 임금제(帝)자를 닮은 몸집이 크고 집채만 한 높이 30m미터로 이루어진 바위봉우리가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쳐 있다. 커다란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제암산 정상은 수십 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평평하고 널찍한 너럭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연유로 제암산 정상 바위가 임금제(帝)자와 비슷하게 닮았다고 하여 임금바위라고 부르기도 하며, 주변에 있는 모든 산봉우리들이 제암산을 향해 절을 올리는 모습이라 하여 제암산(帝岩山)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옛날부터 제암산 정상에는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던 제암단(帝岩壇)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산세는 남성적이고 웅장하여 큼직한 골짜기와 많은 샘이 있다. 산 정상에 오르면 전남 장흥군과 보성군일대가 발아래 굽어보이고 동쪽으로 팔영산, 남쪽으로 호남의 5대명산 가운데 하나인 천관산과 다도해, 서쪽으로 두륜산과 호남의 금강으로 불리는 월출산, 북쪽으로 광주의 무등산이 머리맡에 있으며 멀리는 담양의 추월산까지 바라 볼 수 있다.

곰재산에서 바라본 제암산 저 멀리 산등성이에 뽀족하게 솟구친 곳이 제암산 정상.

 

남도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제암산은 파릇한 연두색 신록이 싱그러움을 더하여 주는 5월 초순이면, 남쪽바다에서 불어오는 훈풍의 영향으로 진한 홍자색의 겹산철쭉이 화려하게 피어올라 만개를 한다. 제암산에서 대표적인 철쭉꽃군락지는 2번 국도가 지나가는 북쪽에 있는 전남 장흥군 장동면 하산리 감나무재에서 제암산 정상을 지나, 안양면 가산리 곰재산과 사자산 산기슭까지 약7 ㎞구간 60ha(ha=헥타르)에 걸쳐 넓게 분포되어 있다. 이곳은 전국최대규모로 화려한 홍자색 철쭉꽃이 만개하여 장관을 이룬다. 해마다 5월 초순이면 만개한 홍자색 철쭉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풍경을 보려고 전국에서 많은 상춘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특히 제암산(해발807m)정상에서 남쪽 산 능선에 있는 사자산(해발666m) 중앙에 위치한 곰재산(해발614m)과 해발487m미터 산비탈에는 철쭉제단으로 조성되어 있다. 철쭉제단에는 나무의 수령(樹齡)이 50년 이상 된 철쭉10만 여 그루가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 홍자색 철쭉이 만개하여 온산을 붉게 물들게 하는 매년 5월 초순이면 철쭉제단에서 성대하게 철쭉제를 열고 있다.

 

이곳에서 자생하고 있는 철쭉은 꽃잎이 진한 자줏빛이 나는 붉은색인 자홍색(紫紅色) 산철쭉종류이다. 자홍색 철쭉은 진달래 과에 속하는 낙엽관목(落葉灌木)으로 나무의 높이가1~2m에 달하고 있다. 이곳에서 자생하고 있는 철쭉은 대부분 꽃잎이 겹산철쭉으로 홍자색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꽃잎이 백색인 하얀색 산 철쭉꽃도 자생하고 있다. 매년 5월 초순 무렵이면 산등성이가 잡목 하나 없이 온통 짙은 연분홍색으로 뒤덮이고 수만 평의 철쭉 군락지가 산 전체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웃하고 있는 일림산의 철쭉과 서로 자웅을 겨루어보지만 양쪽 두산의 철쭉은 서로 우열을 가리기조차 힘들다. 제암산 정상에서 남쪽에 있는 사자산(獅子山)은 해발666m미터의 나지막한 산이다. 사자산 정상에서 서쪽 장흥쪽에 있는 해발 560m미터 봉우리가 사자의 머리인 두봉이다. 서쪽에 있는 사자머리인 두봉에서 동쪽에 있는 사자산 정상까지의 능선이 사자의 허리분에 해당된다. 사자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 능선을 사자의 꼬리부분인 미봉(尾峯)이라고 한다.

 

이 사자산의 산 능선을 풍수지리학에서 사자가 하늘을 우러르는 형상을 지녔다 하여 사자앙천(獅子仰天)이라 하며, 실제로 장흥읍 금산리 신기마을쪽으로 걷다보면 사자가 하늘을 우러르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제주도 한라산 산록의 파릇한 초원지대를 연상케 해주는 사자산은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먼저 연두색 신록이 아름다운 봄이면 파릇파릇한 기운이 스며들면서 자홍색 산철쭉과 함께 아름다운 생명의 신비함을 느끼게 해준다. 녹음이 무성한 무더운 여름이면 산등성이가 짙푸른 싱그러운 초원으로 덮이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형형색색의 오색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이면 산등성이에 새하얀 억새꽃이 가을바람에 휘날리며 더욱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매서운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이면 흰 눈이 산등성이에 쌓이면서 황야를 쓸쓸하게 걸어가는 한 마리 사자 같은 인상을 보여준다. 이렇게 사자산은 계절마다 다양하고 색다른 풍경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전남 보성 대한다원은 1957년 장영섭 대한 다원회장이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차밭과 그 주변의 임야를 함께 인수하여, 민둥산인 활성산(해발350m)자락과 오성봉에 대한다업(주)을 설립한 관광농원이다. 차밭 주위로 상록수인 편백나무, 동백나무를 비롯하여 활엽수인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300백여만 그루의 관상수를 조림해 놓았다. 170여만 평의 면적 중 50여만 평에 약580여만 그루의 녹차나무를 심었다. 이후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에 재배 면적 확대에 힘써 현재는 약358에서 연간200여 톤의 차가 생산되는 전국 최대의 다원이 형성되었다. 봉산리에 보성제1다원과 회천리에 제2다원이 있으며 그 중 제1다원은 국내 유일의 차 관광농원으로 지정 운영되고 있다. 매년 다녀가는 관광객 수도 100만 명이 넘고 있으며, 각종 CF촬영과,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보성군에서는 매년 봄 곡우가 지나면서 시작되는 차 수확 시기에 맞춰 다향제를 열어 차 문화 보급에 힘쓰고 있다. 첫날 다신제를 시작으로 차 잎 따기, 차 만들기 경연, 녹차아가씨 선발, 다례시범 등 다채로운 행사를 벌인다. 찻잎을 따는 4월20일부터 6월초까지가 제일 아름다운 시기이다. 이렇게 끊임없는 노력으로 현재는 연두색 카펫을 깔아 놓은 듯 아름다운 다원으로 가꾸어 놓았다.

 

바야흐로 봄이다! 산과들녘마다 울긋불긋 꽃 대궐이다. 화사한 진달래와 벚꽃이 한바탕 현란한 향연을 펼치고 지나간 남도의 산이 또 다시 꽃 몸살을 앓고 있다. 어디를 가도 눈부신 계절, 고심 끝에 결정한 이번 주 산행코스는 장흥 제암산 과 남쪽에 아담하게 들어 앉아 있는 사자산과 곰재산이다. 이 땅에 연분홍 철쭉이 제일 먼저 상륙하는 남도의 끝자락 바닷가에 있는 대표적인 봄산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 자생철쭉 지를 둘러보고 돌아오면서 보성 대한 다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오랜 봄 가뭄 끝에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가 밤을 지새우며 내린다. 산행을 시작 할쯤이면 그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비는 오락가락하며 계속 내린다. 그러나 빗줄기는 점차 가늘어 지고 옷이 젖을 정도는 아니다. 전남 장흥 제암산 탐방로는 다양하게 있다. 동쪽 제암산 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제암산 자연휴양림에서 북서쪽으로 올라서 탐방을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길은 제암산 정상에서 북쪽에 있는 2번 국도가 지나가는 시목치고개에서 남쪽 작은산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이용해도 좋다. 이번에는 전남 보성군 웅치면 대산리 용추마을에서 남쪽 골치고개로 올라서는 탐방로를 이용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대산리 용추마을 입구에서 남쪽 용추계곡과 나란히 이어지는 수레길 을 따라 5분 정도 올라서면 반달모양을 한 나무다리가 탐방로 입구에 놓여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늘씬한 붉은색의 고운 몸매를 자랑하는 울창한 삼나무 숲이 삼림욕장을 방불케 해준다. 나무 사이로 또렷하게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 올라선다. 잘잘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계곡물이 정겨움을 더하여준다. 삼나무 숲을 벗어나니 주변은 낙엽송 숲이 듬성듬성 조성되어 있다. 빼곡하게 줄지어 서있던 잡목은 자취를 감추어 버렸고 그 자리에는 어린 낙엽송나무가 심어져 있다. 임도 길을 건너 나지막한 능선으로 올라서면 호남정맥 길목인 골치 삼거리 갈림길이다. 삼거리에서 동쪽은 일림산으로 올라서게 된다. 서쪽은 사자산과 곰재산, 제암산 정상으로 올라서게 된다.

북쪽은 전남 보성군 대산리 용추마을로 내려서는 길이다. 골치 삼거리에서 파릇하게 돋아나는 여린 새순이 싱그러움을 더하는 나무 숲길을 따라 서쪽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막 싱그러운 잎이 터지기 시작하는 떡갈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나뭇가지 끝에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겨울눈들은 파릇파릇한 연두색의 자그마한 옥구슬을 보는 듯 앙증맞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고 안개와 운무가 자욱하게 내려앉기 시작하고 있다. 물기를 흠뻑 머금은 철쭉 꽃송이도 꽃잎을 접고 숨고르기를 하며 휴식을 취한다. 나지막한 언덕 오름을 가볍게 올라서면 은신봉이다. 철쭉들이 군락을 이루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참나무 가지에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파릇파릇한 연두색 새순이 상큼한 봄맛을 느끼게 해준다. 점점 파릇파릇한 연두색 녹음이 짙어져 가는 숲길을 오르고 내리며 관지봉에 올라선다. 어느새 줄기차게 내리던 비도 멈추었다. 바로 눈앞에 사자산 미봉(尾峯)이 장엄한 자태를 뽐내며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방금 전에 내린 비로 인해 능선은 질퍽한 흙 길이다. 고산이재에서 사자산으로 올라서는 능선 길은 가파른 급경사인데다 미끄럽기가 그지없다. 평소보다 힘이 배로 들고 숨이 턱에 차지만 마음은 이상하리? 만큼 편안하고 기분이 상쾌하다. 마주 오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핀다. 험준한 바위능선을 우회하여 올라서니 전망대이다.

 

사방이 탁 트여서 발 아래쪽으로 비취색의 푸른 물이 일렁이는 득량만과 초록물결이 출렁이는 보성의 광활한 들녘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선물한다. 높고 낮은 산들이 옹기종기 모여 서로 자웅을 겨루는 산비탈에는 파릇파릇한 연두색 봄 처녀가 사뿐히 내려앉아 우화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산꼭대기에는 뭉게구름이 뭉실뭉실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새하얀 안개구름 송이의 모양이 화사한 봄꽃 꽃송이처럼 보인다. 바로 앞에 바다를 향해 머리를 들고 눈앞을 응시하는 사나운 사자처럼 앉아 있는 사자산이 나그네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산은 풍수지리에서 사자가 하늘을 우러르는 형상을 지녔다 하여 사자앙천(獅子仰天)이라 하며 실제로 보면 사자의 머리를 닮았다. 산 아래 넓은 벌판은 동학농민과 관군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최후의 격전지였다. 지금은 그 때의 아픈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고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붉은 황토 흙 들녘에는 봄이 절정이루고 있다.

 

사자의 꼬리부분에 해당하는 미봉(尾峯)에는 정상 표지 석이 아담하게 서있다. 북쪽으로 준마의 허리 등처럼 미끈하게 뻗은 호남정맥 마루금이 시원스럽게 파노라마 치고 있다. 그 끝에는 벼슬을 마다하는 고고한 선비처럼 제암산 정상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사자의 등처럼 널찍한 능선 위쪽에는 나무 한 그루 서있지 않는 파릇파릇한 초원지대이다. 주변에는 온통 연분홍 꽃송이가 탐스러운 철쭉이 무리를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미끄러운 능선 길을 조심스럽게 북쪽으로 내려서면 간재이다. 여기서부터는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높은 성벽을 연상시키는 산중턱에는 파릇파릇한 연두색 신록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능선아래쪽에 무리를 지어 서 있는 나무에 노란 연두색의 병꽃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남도자락 어딘들 봄꽃이 없으랴 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북쪽 곰재산 산등성이와 양쪽 산비탈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수만 평의 평평한 구릉지에는 온통 꽃들의 아우성이다. 수만 그루의 철쭉 꽃송이들이 서로 흔들리지 않게 어깨동무를 하고 너도나도 고운 얼굴을 내밀며 이곳을 찾은 나그네를 반갑게 맞아 준다. 드문드문 서있는 소나무 몇 그루 외에는 잡목 하나 없는 철쭉 꽃밭은 말 그대로 산상 화원이다. 활짝 만개한 철쭉꽃송이가 눈이 부실 정도로 일렁이는 풍경이 황홀함에 빠져들게 해준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도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철쭉꽃송이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갈 길을 잃어버린 듯하다. 붉은 속살을 훤하게 드러낸 철쭉꽃잎 속에 새까맣게 점점이 뿌려져 있는 주근깨가 앙증맞게 보인다.

 

곰재산 정상에는 정상석을 대신하여 제암산 철쭉 제단비가 세워져 있다. 이 일대는 장흥군이 자랑하는 철쭉제단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철쭉제가 성대하게 열린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국의 철쭉제는 제암산을 선두로 하여 모두 이맘때쯤 시작된다. 불과 10년 전만 하여도 5월 초순을 넘어서야 꽃이 피는데 변화무쌍한 날씨는 자연의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했다. 사방으로 빼곡히 무리지어 활짝 만개한 철쭉꽃이 붉은 꽃동산을 만들며 핑크색의 비단결 같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융단을 깔아 놓았다. 남해바다에서 불어오는 겨울철의 매서운 해풍을 맞고 자란 철쭉꽃들은 유난히 때깔이 곱고 붉은색이 선명하다. 마음 같아서는 더 오래 머물고 싶지만 이제는 가야 할 시간이다. 꽃향기 그윽한 철쭉꽃밭을 뒤로 하고 북쪽에 있는 곰재 삼거리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내려서는 길 또한 그렇게 녹녹하지만은 않다. 잡목이 우거진 험준한 숲길을 곡예를 하듯 하며 내려서니 곰재 삼거리이다. 이곳 곰재 삼거리는 는 동학군이 관군에 쫓겨 넘었다는 고갯길이다. 전남 보성군 웅치면의 지명도 여기서 따왔다. 곰재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올라서면 제암산 정상이다. 남쪽으로 내려서면 지나온 사자산 정상이다. 동쪽으로 내려서면 제암산 자연휴양림이다.

 

곰재 삼거리에서 만개한 철쭉꽃향기를 음미하면서 북쪽에 있는 제암산 정상을 바라보면서 발걸음을 재촉하며 올라선다. 경사가 완만한 오르막길로 약10분 정도 올라서면 산중턱에 세 개의 바위봉우리들이 나란히 서 있다. 이 바위봉우리들이 형제바위라고 안내간판이 세워져 있다. 형제바위봉우리에서 약10분도 경사가 완만한 오르막길을 지나 북쪽으로 올라선다. 능선길바닥에는 크기가 자그마한 잔돌이 많이 깔려 있어 발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미끄럽다. 평소보다 체력이 배로 소모된다. 형제 바위를 지나 바닥이 미끄러운 능선 길로 올라서면 돌탑 삼거리이다. 삼거리 갈림길에 새워져 있던 돌탑은 무슨 이유인지 허물어 져버리고 탑을 쌓았던 돌무더기만 덩그렇게 남아 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지나온 곰재와 사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돌아본다. 자홍색철쭉이 산비탈 전체를 아름다운 꽃물로 곱게 물들이며 천상화원을 펼치고 있다. 산은 항상 고생한 만큼의 보상을 해준다. 눈앞에 아름답게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이런 맛으로 산을 즐겨 찾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돌탑이 새워져 있던 삼거리에서 북동쪽 방향이 제암산 정상으로 올라서는 능선 길이다. 북서쪽은 촛대바위로 내려서는 길이다. 남쪽으로 내려서면 지나온 곰재산과 사자산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삼거리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눈길을 주면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쳐 있는 제암산 정상이 조망된다. 돌탑이 있던 삼거리 갈림길에서 제암산 정상까지는 키가 작은 잡목이 숲을 이루고 있는 유순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돌탑삼거리에서 경사가 완만한 능선 길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올라선다. 정상 부근에 있는 첫 번째 헬기장과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나면 나무테크로 이루어진 길을 이으며 올라서게 된다. 나무테크 길을 지나 북동쪽으로 올라서면 제암산 정상이다. 제암산 정상석은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쳐 있는 몸집이 커다란 집채만 한 제암산 바위봉우리에서 서쪽 방향으로 해발 778.5m미터 지점에 세워져 있다. 또 다른 정상석은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제암바위 정상에 세워져 있다. 몸집이 집채만 한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제암바위 정상으로 올라가려면 약 30m미터 높이의 암벽을 세미클라이밍(Semi-Climbing)을 해서 올라야 한다. 사실 몇 년 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바로 앞에 보이는 제암산 바위봉우리 정상을 두발과 두 손을 이용하여서 올라갔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뿐이지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굳이 위험한 모험은 그만 두기로 하고 사방이 확 트인 제암산 정상에 서서 아름다운 봄 풍경을 감상 한다. 제암산 정상에서면 주위에 보이는 높고 낮은 산들이 제암산 임금 바위를 향해 엎드린 형상을 하고 있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정상에서 제일 먼저 호남정맥 마루금부터 조망해본다. 저 멀리 북쪽 2번 국도가 지나가는 국도 상에 있는 시목치 고개에서, 남쪽으로 망바위와 작은산(해발682m)을 지나 제암산정상으로 길게 이어지는 호남정맥 마루금이 조망된다. 제암산 정상에서 호남정맥 마루금은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곰재산과 사자산을 지나간다. 사자산에서 호남정맥 마루금은 동쪽에 높게 솟구쳐 있는 일림산 정상에서 다시 북쪽에 있는 활성산으로 길게 파노라마 치며 이어진다. 길게 이어지고 있는 호남정맥 마루금상에 활짝 만개한 자홍색 철쭉꽃이 연분홍 꽃물결을 일렁이고 있다. 눈앞에 철쭉꽃이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저 호남정맥 마루금을 여름이 막 끝난, 초가을에 넘어서 갔던 일들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눈길을 주면 저 멀리 남해바다너머로 고흥반도의 적대봉과 고흥 팔영산이 한눈 가득히 들어온다. 남쪽으로 눈길을 주면 저 멀리 천관산과 억불산, 그리고 지나온 곰재산과 사자산이 조망된다. 북동쪽으로 눈길을 주면 저 멀리 영암 월출산과 흑석산이 조망 된다. 북쪽으로 눈길을 주면 정상에서 멀리 않은 거리에 있는 작은산이 저 멀리 광주 무등산이 조망된다. 서쪽으로 눈길을 주면 널찍한 장흥 들녘이 한눈에 조망된다. 오늘 최고의 풍경은 저 멀리 남쪽으로 산비탈을 진홍색 꽃물결로 가득 메우고 있는 철쭉꽃이다. 동쪽에 있는 일림산 정상에도 붉은색의 꽃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일림산은 제암산 철쭉보다 면적이 두 배정도 널찍하다. 철쭉은 장흥제암산이 보성군의 일림산보다 더 일찍 알려졌으나 이제는 양쪽 산이 서로 자웅을 겨룰 정도로 대등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암산 정상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제암산 정상을 지나 우뚝 솟아 있는 병풍바위를 우회하여 북동쪽으로 300m미터 정도 내려서면 삼거리 갈림길이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북쪽방향은 작은산으로 올라서게 된다. 남서쪽으로 내려서면 제암산 정상이다. 남동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오늘 산행의 최종 하산지점인 제암산 자연 휴양림이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남동쪽에 있는 제암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길은 경사가 가파르다. 경사가 가파른 길은 산 중턱에 있는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서 다시 유순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남동쪽으로 호젓한 오솔길을 지나며 제암산 자연휴양림으로 하산 길을 재촉한다. 흙이 사토여서 사뿐사뿐 옮겨놓는 발걸음도 한결 가볍고 신이 난다.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며 청소년수련원으로 내려선다. 통나무집인 수련원 주위에는 만개한 붉은 연산홍이 흐드러졌다. 각방의 이름도 철쭉이다. 푸른 녹음이 우거진 나무들이 울타리를 만들고 한쪽모퉁이에는 맑은 계곡물이 흘러간다. 앞쪽은 탁 트여서 파릇파릇한 연두색 신록으로 곱게 물들어가는 수려한 산세들이 한눈 가득히 들어오고 호수처럼 커다란 저수지의 물은 유난히도 푸르다.

제암산 자연휴양림에서 오늘 산행 일정을 모두 마치고 버스에 탑승한다. 활성산 아래쪽에 있는 보성다원으로 장소를 이동하기 위하여 우리를 태운 버스는, 제암산 자연휴양림을 뒤로 하고 국도로 달려간다.

 

늦은 봄, 화사한 봄꽃 못지않게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이 바다처럼 넓은 보성의 들녘에 숨어 있다. 바로 청보리밭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불어오는 봄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밭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싱그러운 잎이 넘실거리는 감자 밭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아쉽게도 들녘 한 모퉁이에 드문드문 보이는 청보리밭이 화려했던 옛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마을 입구에 서있는 수령이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커다란 느티나무 위로 따가운 오후의 봄 햇살이 부서져 내린다. 하늘을 향해 높게 치솟은 고목나무에 송이버섯의 머리모양을 한 연두색의 새순이 푸른 구름송이 같다. 온통 초록색으로 곱게 물던 감자 밭은 몇 년 전에 보았던 태안반도의 수려한 봄 풍경을, 느티나무는 호남정맥의 옛 추억을 아련하게 떠 올려준다.

차에서 내려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취해보고 휴대한 카메라에 모든 것을 담아 보고 싶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언제나 많은 아쉬움과 여운으로 남는다.

 

보성읍내에서 비취색의 푸른 바닷물이 출렁이는 해안선과 나란히 이어지는 18번 국도는 율포에서 내륙 쪽에 있는 활성산 기슭 붓재로 방향을 돌린다. 18번 국도가 이리저리 휘어지며 꾸불꾸불하게 가로지르는 고갯마루 정상에 올라오면 붓재 소공원 해발210m 미터라는 커다란 표지 석과 함께 붓재다원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 보이는 산중턱에는 대규모의 녹차 밭이 조성되어 있다. 전남 보성 여행지의 명소답게 많은 관광객들이 붐비고 주차장에는 차들이 빽빽하다. 버스에서 내려 도로변에 있는 다향각에 올라 내려다보는 남해안의 수려한 해안경관과 끝없이 펼쳐진 녹차 밭 풍경도 좋지만, 좀 더 색다른 맛을 느껴보고자 바로 아래쪽에 있는 대한 다원을 찾는다.

 

국도변에서 대한다원 이정표를 따라 들어서면 운치가 느껴지는 삼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우리나라에 있는 아름다운 숲길 하면 강원도 평창 월정사와 전북 부안 변산반도의 내소사 일주문 밖에 있는 전나무 숲길이지만, 이 밖에도 멋진 소나무 숲길은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러나 삼나무 숲길은 고흥의 외나로도 봉래산과 함께 이곳이 가장 운치 있고 아름답다. 높이가 20m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삼나무들이 일렬로 줄지어 서있는 중앙으로 널찍하고 호젓한 산책길이 나 있다. 삼림욕을 겸해서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우측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제방 둑과 길옆 빈 공터에는 붉은색과 흰색의 연산홍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관리사무소가 있는 매표소를 지나면 좌측에 하늘을 향해서 곧게 뻗은 대나무 숲이 인상적이다. 대나무의 고장인 충북 단양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기념품과 녹차로 가공한 식품을 팔고 있는 건물의 가운데를 가로 질러 녹차 밭 입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활성산 자락 넓은 산비탈에는 파릇파릇한 연두색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처럼, 일정한 간격과 높이를 두고 계단식으로 잘 가꾸어진 진초록의 차 밭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수만 그루의 녹차나무가 심어진 차 밭의 이랑이 한 방향으로 휘어진 모양이 꼭 남해의 다랭이 논을 연상시킨다. 호젓한 오솔길처럼 놓여 있는 나무 계단은 올라설수록 점점 높이를 더한다. 광활한 밭 중앙에 전망대가 있고 잔디가 깔끔한 묘소도 들어 앉아 있다. 파릇파릇한 연두색 잎이 무성한 정자나무가 한껏 운치를 북돋아 준다. 동쪽과 서쪽으로 길게 호젓한 오솔길이 이어지고 남동쪽에는 신작로의 가로수처럼 삼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길옆에 서있는 나무를 보니 유년 시절 도로변에 심어 놓았던 미루나무와 이태리 포플러를 보는 것 같다.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동쪽을 향해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차 밭이 끝나는 야트막한 언덕위쪽에 있는 나무 숲 속에 마치 동화 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작은 오두막집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대문을 열고 안쪽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문이 굳게 잠겨 있어서 안쪽을 볼 수는 없었다.

 

아래쪽에는 자그마한 차 밭이 들어 앉아 있는데 풍경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연인 혹은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와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즐기는 장소로는 그만이다. 북쪽의 높은 산봉우리에 있는 또 다른 전망대에 올라서면 비취색의 푸른 물이 일렁이는 남해바다와 파릇파릇한 연두색 녹차 밭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높은 언덕이라 결코 올라가기가 녹녹하지 않은 길인데도 불구하고 파릇파릇한 연두색 녹차 밭의 싱그러움을 담아가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거의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그 중에는 어린 꼬마들도 많다. 눈매가 초롱초롱한 꼬마들의 해 맑은 얼굴에는 힘든 표정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주위에 보이는 파릇파릇한 연두색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마냥 신기하듯 진지한 눈으로 뚫어져라 바라보는 모습이 귀엽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다. 전망대까지 갖다 오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최대한 산 정상에 가까이 올라서서 아래쪽을 내려다본다. 위, 아래, 좌우 어느 쪽으로 눈길을 주어도 연두색 초록물결이 출렁인다. 꼭 파릇파릇한 연두색 선경(仙境)의 세계에 서 있는 기분이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 눈앞에서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 펼쳐지고 있다.

 

남쪽은 탁 트였고 동쪽과 서쪽은 낮은 구릉처럼 늘씬한 산 능선이 차밭을 감싸 안으며 휘감아 돈다. 북쪽은 터줏대감처럼 활성산 이 장엄하게 들어 앉아 있다.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파릇파릇한 연두색 잎이 싱그러운 삼나무가 무리를 지어 줄지어 서있다. 여기에다 연두색 신록이 아름다운 활엽수들이 유럽의 고산지대인 알프스에서나 볼 수 있는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발아래 쪽을 내려다보니 속세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사라지고 마음은 한결 가볍다. 산허리를 굽이굽이 휘감은 널찍한 차밭은 그 자체만으로도 절경이다. 햇볕이 능선을 타고 번져 올 때 갓 돋아난 어린 찻잎은 속살마저 연초록색으로 곱게 물들고 있다. 언덕 아래쪽으로 멋지게 휘어진 연두색 삼나무 숲길은 수녀와 비구니스님이 자전거를 타며 달리던 길이다. 그 길을 지나서 대한 다원 녹차 밭에서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오늘 여기서 모든 일정을 정리하고 대구로 출발 한다.

제암산 자연휴양림 연산홍.
제암산 병꽃나무.
보성다원 녹차밭. 녹차밭 풍경은 다음에 별도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