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13번째 절기. 입추(立秋).
‘입추(立秋)’는 글자 그대로 ‘가을이 들어선다’라는 뜻으로,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 여름을 알리는 ‘입하(立夏)’, 겨울을 알리는 ‘입동(立冬)’과 같이 계절이 바뀜을 알려주는 절기(節氣)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24절기의 유래(由來)는 중국 전통 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 기원전 475~221)”에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된 이래, 고대 중국 당(唐)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 945년)”, 원(元)나라의 “수시력(授時曆=중국 원나라 때, 곽수경<郭守敬>, 왕순<王恂> 등이 만든 달력. 1281년부터 쓰였으며 우리나라에는 고려<高麗> 충렬왕<忠烈王> 때 도입되었다) 1281년 등 여러 문헌을 통해서 이어지면서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기준으로 전해져 왔습니다.
이들 기록에 따르면 입추(立秋) 기간을 5일 단위로 3후(候)로 구분하여 놓았습니다. 초후(初候)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중후(中候)에는 이슬이 진하게 내리며, 말후(末候)에는 쓰르라미(가을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고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입추(立秋)에 대한 이런 묘사가 조선 초 1444년 세종(世宗) 26년에 이순지(李純之)와 김담(金淡) 등이 편찬한 역서(曆書=하늘에 떠 있는 해와 달의 운행이나 월식, 일식, 절기 따위를 적어 놓은 책)인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에 대한 해설서이다. 칠정<七政>이란 일, 월과 오성(五星) 즉 목성(木星), 화성(火星), 토성(土星), 금성(金星), 수성(水星)의 5개 행성(行星)을 가리킨 것으로, 이 해설서에서는 이들 천체의 운행에 관한 자료가 다루어져 있다) 등 우리나라 옛 여러 문헌에도 인용되고 있는데, 중국 문헌의 절기는 주(周)나라 때 화북(華北=지금의 중국 화베이 지방으로, 중국 수도인 베이징과 텐진이 있는 지역) 지방의 기후가 바탕이 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 기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황제내경(黃帝內經) 중국 진(秦)나라, 한나라 때에 편찬되었다고 알려진 중국 최고(最高)의 의학서(醫學書). 의학오경(醫學五經)의 하나이다. 이 책은 원래 18권으로, 소문(素問) 9권과 영추(靈樞) 9권의 2부로 되어 있다. 황제와 명의(名醫)의 문답 형식으로 고대 중국의 의술과 신체관(身體觀)을 기술하였으며, 침구의학(針灸醫學)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구당서(舊唐書) 중국 당(唐)나라의 정사(正史)를 적은 책. 후진(後晉)의 유구(劉呴)가 시작하여 945년에 장소원(張昭遠)이 완성하였다. 모두 200권이다.
우리나라 옛 문헌인 고려사(高麗史=조선 시대, 세종 때 왕명(王命)으로 정인지(鄭麟趾), 김종서(金宗瑞) 등이 개찬한, 고려 왕조의 기전체(紀傳體) 역사책. 모두 139권 100책으로 1451년 문종(文宗) 1년에 완성되었다) 권 50 지(志) 4역(曆) 선명력(宣明曆=중국 당(唐)나라 때, 서앙(徐昻)이 만든 음력을 표기한 태음력(太陰曆) 상(上)에 ”입추(立秋)는 7월의 절기이다. 괘(卦)는 리(離) 구사(九四)이다. 초후(初候)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차후(次候)에 흰 이슬이 내린다. 말후(末候)에 쓰르라미(한선<寒蟬>=가을 매미)가 운다“. 라고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기록은 입추(立秋)가 지난 후(後)의 계절의 변화가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려사(高麗史)” 권6 ‘세가(世家) 6 정종(正宗) 병자(丙子) 2년(1036년)에는 “입하(立夏)부터 입추(立秋)까지 백성들이 조정에 얼음을 진상하면 이를 대궐에서 쓰고, 조정 대신들에게도 나눠주었다.”라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기록으로 보아 입추(立秋)까지는 날씨가 무척 더웠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또한 ’고려사(高麗史)‘ 권 84지’(志)’ 38에 “입추(立秋)에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라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13번째 절기인 입추(立秋)는 음력은 7월, 양력은 8월 8일 무렵이고, 12번째 절기인 대서(大暑)와 14번째 절기인 처서(處暑)사이에 들어 있으며,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節候)입니다. 동양 역(曆)에서는 입추(立秋)에서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합니다. 음력으로 입추(立秋)는 7월이지만 올해처럼 음력 2월 윤달이 있는 해에는, 음력 6월에 입추(立秋)가 들게 됩니다. 입추(立秋)가 지나면서 늦더위가 남아 있기도 하지만, 음력 칠월칠석(七月七夕)을 전후하므로 밤이 되면 비교적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입추(立秋) 때부터 서서히 가을 채비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기도 합니다.
입추(立秋)를 전후하여 마지막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지리지만 농촌에서는 참깨, 옥수수를 수확하고, 여름 농작물을 일찍 거두어들인 밭에는 겨울 김장용 무, 배추를 심기 시작하고, 9, 10월 서리가 내리고 물기 얼기 전에 거두어서 겨울 김장에 대비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벼를 비롯하여 가을 곡식들이 알차게 익어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이 무렵에는 한창 농번기인 5월 모내기와 보리 수확으로 바쁜 철과 달리, 농촌에서는 김매기도 끝나가고 조금 한가해지기 시작합니다.
입추(立秋)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맑은 날씨가 이어지어야 합니다. 따라서 고려(高麗)와 조선(朝鮮) 시대 때에는 음력 7월 입추(立秋)가 지나고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비가 내리는 것을, 가장 큰 재앙으로 여겼습니다. 이에 조정이나 고을에서 비가 멈추고, 날이 개기를 비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는데, 기청제(祈晴祭)를 다른 말로 성문제(城門祭), 천상제(川上祭)라고도 합니다. 기청제(祈晴祭)는 봄, 여름에 가뭄이 계속되면서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을 때 비를 내려 달라고 지내는, 기우제(祈雨祭)와는 전혀 다른 반대 성격의 제사(祭祀)이기도 합니다.
입추(立秋)는 곡식(穀食)이 익어가는 시기이므로, 입추(立秋) 날씨를 보고 점(占)을 치기도 했습니다. 입추(立秋)에 하늘이 청명(淸明)하면 만곡(萬穀)이 풍년이라고 여기고, 이날 비가 조금만 내리면 길하고 많이 내리면 벼가 상한다고 여겼습니다. 이 밖에 천둥이 치고, 바람이 심하게 불면 벼의 수확에 지장이 있을 것을 걱정했다고 합니다. 음력 7월에는 남쪽에서 북상하는 태풍과 함께 음력 7월 장마철이라 해서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수확기를 앞둔 벼를 비롯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이렇듯 음력 7월에 들어 있는 입추(立秋) 무렵의 날씨가 1년 농사의 마지막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 참고 문헌-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 세시풍속 사전, 다음 백과,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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