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6번째 절기 곡우(穀雨).
1년을 24개로 구분한 24절기 가운데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는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淸明)과 일곱 번째 절기인 입하(立夏) 사이에 있는 절기입니다.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軌道)인 황도(黃道)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聯動)됩니다. 곡우(穀雨)는 태양의 황경(黃經)이 30도인 날로 음력은 3월 중순경, 양력은 4월 20일이나 21일 무렵입니다. ‘곡우(穀雨)’는 곡식이 자라는 데 도움이 되는 봄비가 내린다는 날이라는 뜻입니다. 이때부터 농촌에서는 벼농사용 못자리를 준비하며 본격적인 농사철로 접어들고, ‘곡우 물’이라 하여 부쩍 나무에 오른 수액(水液)을 받아서 먹기도 합니다. 특히 곡우(穀雨) 때쯤이면 봄비가 잘 내리고 백곡(百穀)이 윤택해집니다. 그래서 ‘곡우(穀雨)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즉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속담이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곡우(穀雨)’라는 말은 봄비(雨)가 내려서 곡식(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입니다. 옛날 중국의 전통의학서(傳統醫學書)인 황제내경(黃帝內經=기원전 475~221년)에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된 이래,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945년),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1281년) 등 여러 문헌에 곡우(穀雨) 이후 15일을 5일간씩 나누어 삼후(三候)로 구분하고, 초후(初後)에는 연못에서 자라는 일년생 풀인 마름의 싹이 트고, 중후(中候)에는 산비둘기가 깃털 갈이를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뽕나무를 좋아하는 여름 철새인 후투티가 뽕나무에 날아든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곡우(穀雨) 기간에 대해 이런 묘사를 고려사(高麗史) 그리고 조선 초 이순지(李純之) 등이 펴낸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1444년) 등 우리나라의 여러 문헌에도 인용되고 있는데, 중국 문헌에 기록된 절기는 옛날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華北=지금의 화베이 지방으로 베이징과 텐진이 있는 지역) 지방의 기후가 바탕이 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각 지역의 기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곡우(穀雨) 절기(節氣)를 전후(前後)하여 원예종(園藝種) 철쭉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원예종(園藝種) 철쭉꽃을 다른 말로 영산홍(映山紅)이라고도 하지요. 원예종(園藝種) 철쭉꽃이 우리나라 산에서 자생(自生)하는 야생종(野生種) 산철쭉과 거의 99% 비슷하게 닮았습니다. 이렇게 두 품종이 비슷하게 닮은 것은, 원예종(園藝種) 철쭉은 야생종(野生種) 산철쭉을 관상용(觀賞用)이나 정원수(庭園樹)로 이용하려고, 원예종(園藝種)으로 개량한 산철쭉이 영산홍(映山紅)입니다. 따라서 요즘 아파트 단지나 공원, 수목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철쭉은 모두 원예종(園藝種) 산철쭉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산홍(映山紅)은 90% 이상이 일본 야생종(野生種) 사츠키 철쭉을 원예종(園藝種)으로 개량한 산철쭉입니다. 일본이 원산지인 사츠키 철쭉을 영산홍(映山紅)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조선 세종 때 일본에서 조공으로 들여온 사츠키 철쭉을 우리나라에서 영산홍(映山紅)이라고 부른대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올려놓은 원예종(園藝種) 철쭉은 대구광역시 대구수목원 철쭉원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대구수목원에서 촬영한 원예종 산철쭉 영산홍(映山紅)입니다. 원예종 산철쭉은 곡우(穀雨) 무렵에 피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야생종 산철쭉은 4월 말이나 5월 초에 핍니다. 높은 산에서 자생하는 우리나라 토종 철쭉은 산철쭉보다 조금 늦게 꽃이 핍니다. 철쭉은 대개 남부지방은 5월 중, 하순 무렵이고, 대전을 중심으로 한 중부 지방과 강원도 북부지방은 6월 초에 꽃이 핍니다.
◆곡우(穀雨) 무렵에 전해져오는 풍속(風俗).
농촌에서는 곡우(穀雨)에 모든 곡물이 잠에서 깨어 자란다고 보아, 이 무렵에 볍씨를 물에 담가 못자리를 마련하면서 본격적인 농사일을 시작합니다. ‘곡우(穀雨)’라는 이름에 비가 들어 있듯이, 이날엔 비나 물과 관련된 속담이나 풍속이 많습니다. 그래서 “곡우(穀雨)에 가뭄이 들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 “곡우(穀雨)에 비가 내리면 농사가 좋지 않다.”, “곡우(穀雨)에 비가 오면 풍년 든다.”, 등 농사와 관련한 속담들이 있는데, 지역과 지방에 따라 이날 비가 내리면 좋게 보기도 하고 반대로 나쁘게 보기도 합니다. 또 이날 물을 맞으면 여름철에 더위를 모른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밖에 어촌에는 어업과 관련한 속담인“곡우(穀雨)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라는 속담이 있는 등 농사와 어업에 관련된 다양한 속담이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 지역에서는 곡우(穀雨) 날 사시(巳時=십이지시(十二地時)의 여섯 번째 시간으로,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시간)에 볍씨를 담그면 볍씨가 떠내려간다고 하여 사시(巳時)를 피해 볍씨를 담근다고 합니다.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告祀)를 지내기도 합니다. 이는 개구리나 새가 와서 모판을 망칠 우려가 있으므로, 볍씨 담근 날 밤에 밥을 해놓고 간단히 고사(告祀)를 올렸습니다.
전라북도 익산에서는 곡우(穀雨) 때 볍씨를 담고 솔가지로 덮어놓습니다. 이때 초상집에 가거나 궂은일이 생긴 집에 다녀오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대문 밖에 귀신이 도망가라고 불을 놓아 그 위를 건너게 하여 악귀를 몰아낸 다음 집 안에 들이고, 집안에 들어와서도 볍씨를 보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이는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거나 만지게 되면 싹이 잘 트지 않아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속신(俗信)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충청남도 보령에서는 곡우낙종(穀雨落種=곡우 때 볍씨를 논에 직접 뿌리는 풍습)이라 하여 곡우(穀雨)에 볍씨를 논에 직접 뿌렸다고 합니다. 볍씨를 담은 가마니에는 물을 줄 때 한꺼번에 떨어지지 않게 볍씨 위에 솔가지를 덮어두었으나, 물뿌리 기개가 있는 요즘에는 솔가지가 필요 없어 올리지 않습니다.
곡우(穀雨) 무렵에는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해서 충청남도의 격열비열도(格列飛列島=충청남도 태안군에 속한 작은 섬)까지 올라오므로 서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힌다. 이때 잡힌 조기를 곡우(穀雨)사리라고 합니다. 이 조기는 아직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이어 서해는 물론 남해의 어선들도 모여듭니다. 전라남도 영광에서 한식사리, 입하(立夏) 사리, 때보다 곡우(穀雨)사리 떼에 잡는 조기가 알이 많이 들어 있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곡우(穀雨)사리 조기를 가장 으뜸으로 친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이 무렵이면 용흥강으로 숭어 떼가 올라옵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수어 같은 물고기들이 산란기가 되어 올라오는데, 강변에 모인 사람들은 어부가 잡은 생선으로 회(膾)나 찌개를 끓여서 술을 마시며 하루를 즐깁니다. 이때 강변 사람들은 물고기가 오르는 조만(早晩=빠르고 늦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보고 그해 절기의 이르고 늦을 것을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곡우(穀雨)를 기준으로, 곡우(穀雨) 전에 잎을 따서 만든 차를 ‘우전차(雨前茶)’라고 하고, 그 후에 만든 차를 ‘우후차(雨後茶)’라고 하는데, 우전차(雨前茶)의 품질이 더 높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곡우(穀雨) 날 만든 차는 ‘곡우차(穀雨茶)’라고 합니다.
곡우(穀雨) 무렵은 나무에 수액(水液)이 가장 많이 오른 시기입니다. 이 수액(水液)을 ‘곡우(穀雨) 물’이라고 하여 약수처럼 받아서 음료수로 이용합니다. 그래서 전라남도나 경상남도, 강원도 등지에서 사람들은 곡우(穀雨) 물을 먹으러 깊은 산이나 명산을 찾기도 합니다. 곡우(穀雨) 물은 주로 산다래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 상처를 내어 거기서 나오는 수액(水液)을 말하는데, 그 물을 마시면 몸에 좋다고 하여 약수로 먹습니다. 곡우(穀雨) 물을 먹기 위해서는 곡우(穀雨) 전에 미리 상처 낸 나무에 통을 달아두고 여러 날 동안 수액(水液)을 받는데, 위장병이나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전라남도 강진이나 해남 등지에서는 곡우(穀雨) 물을 먹으러 대흥사(大興寺)로 가고, 고흥 등지에서는 금산으로, 경상북도 성주 등지에서는 가야산으로 가서 먹는다고 합니다. 거자수(자작나무 수액)는 특히 지리산 아래 전라남도 구례 등지에서 많이 나며, 그곳에서는 곡우(穀雨) 때 약수제(藥水祭)까지 지낸다고 합니다. 특히 성인병(成人病=주로 중년 이후의 성인들에게 문제 되는 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고치기 위하여 그 물을 마시는데, 그것은 외지 사람들에게 더 약이 된다고 합니다. 경칩(驚蟄) 무렵에 흘러나오는 고로쇠 물은 여자 물이라 하여 남자들에게 더 좋고, 거자수는 남자 물이라 하여 여자들에게 더 애용되고 있습니다.
2025.4.19. 대구광역시 대구수목원 철쭉원에 아름답게 핀 원예종(園藝種) 산철쭉입니다. 대구수목원에는 매년 곡우(穀雨) 절기(節氣) 무렵이면 이렇게 아름다운 원예종(園藝種) 산철쭉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곡우(穀雨) 무렵에 전해져오는 속신(俗信).
경상북도 지역에서는 이날 부정한 것을 보지 않고 대문에 들어가기 전에 불을 놓아 잡귀를 몰아낸 다음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날은 부부가 함께 자는 것을 꺼리는데, 이는 부부가 잠자리하면 토신(土神)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곡우에 무명(옷감인 무명천을 다듬거나 손질하는 것)을 갈거나 물을 맞기도 하는데, 이날 물을 맞으면 여름철에 더위를 모르며 신경통이 낫는다는 속신이 있습니다.
경기도 김포에서는 곡우(穀雨) 때 나물을 장만해서 먹으면 좋다고 하는데, 이는 곡우(穀雨)가 지나면 나물이 억세지기 때문입니다. 또 경상북도 구미에서는 곡우(穀雨) 날 목화씨를 뿌리며, 파종하는 종자의 명이 질겨지라고 찰밥을 해서 먹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를 쫓는다고 동네 아이들이 몰려다니기도 합니다. 곡우(穀雨) 무렵은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르는 시기로 곡우(穀雨) 물을 먹으러 가는 풍습도 있습니다. 곡우(穀雨) 물은 자작나무나 박달나무 수액(水液)으로 거자수라고도 하는데, 위장병이나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경상남도 남해에서는 이날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그해 시절이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인천 웅진에서는 이날 비가 오면 샘구멍이 막힌다고 하는데, 이는 가뭄이 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경기도 포천에서는 곡우(穀雨)에 비가 많이 오면 그해 농사가 좋고, 비가 적게 오면 가물어서 흉년이 든다고 하며, 전라북도 순창에서도 곡우(穀雨)에 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고 여깁니다. 이런 날씨 점(占)을 통해서도 풍년을 기원하는 소박한 농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곡우(穀雨)에 즐겨 먹는 절식(節食).
곡우(穀雨)에 즐겨 먹는 대표적인 절식(節食)은 곡우 물, 곡우사리(조기), 방풍나물, 바지락(조개), 곡우(穀雨) 녹차 등이 있습니다. 곡우(穀雨)에는 봄 조개가 제철로 바지락이 가장 맛이 좋을 때입니다. 바지락과 대합 등 봄 조개로 탕을 끓이면서 우러난 뽀얀 국물과 함께, 봄 조개와 싱싱한 부추를 섞어서 부추전을 부쳐 먹습니다. 곡우(穀雨)는 차(茶) 수확시기와 관련이 깊어서 녹차를 즐겨 마시고, 방풍나물은 된장과 같은 양념에 무쳐서 즐겨 먹습니다. ☻자료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다음 백과, 한국 세시풍속 사전, 인터넷 검색.
모란도 요즘 볼 수 있는 꽃이죠.
한약재로 이용하는 골담초 꽃입니다.
겹황매화꽃입니다. 다른 이름으로 죽단화꽃이라고도 합니다.
병 꽃입니다.
오늘은 봄비가 내려 온갖 곡식(穀食)을 기름지게 해준다는 곡우(穀雨) 절기(節氣)입니다. 곡우(穀雨) 절기(節氣) 무렵이 되면 농촌에서는 벼 못자리를 준비하고 농사 준비로 더욱더 바쁜 날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이달도 중순을 넘어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른 봄부터 돋기 시작한 연두색 신록은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고 있습니다. 봄이 절정을 이루면서 산과 들녘이 온통 연두색 초록 물결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봄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아름다운 계절이 다가가기 전에 즐거움과 행복이 넘치는 즐거운 추억도 많이 남겨 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 세시 풍속 명절과 절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절기(節氣)인 입하(立夏)입니다. (38) | 2025.05.05 |
---|---|
오늘은 식목일(植木日)이자 4대 명절(名節)인 한식(寒食)입니다. (61) | 2025.04.05 |
오늘은 하늘이 맑아진다는 절기(節氣) 청명(淸明)입니다. (33) | 2025.04.04 |
오늘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음력 3월3일 삼짇날입니다. (58) | 2025.03.31 |
오늘은 24절기(節氣) 중 4번째 절기(節氣)인 춘분(春分)입니다. (65) | 2025.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