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리아스식 해안선은 곳곳에 유명 명소를 빚어 놓았다.
거친 파도와 바닷물이 출렁이는 동해안은 잘 발달된 은빛 모래사장이 일품인 많은
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청정해역으로 유명하게 알려진 남해안은 푸른 바다 위에 보석처럼 뿌려진
많은 섬들이 남도에서만 볼 수 있는 섬 특유의 풍경을 연출한다.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심한 서해안 역시 많은 섬들이 있지만
육지가 바다로 돌출된 반도와 울창한 숲 그리고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자태를 품고 있는
유명한 명소가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수많은 명소 중에 아직도 예스러운 멋이 남아 있는 포구가 있다.
태안반도와 나란히 이웃하여 바다로 돌출된 벌천포라는 작은 포구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가을에 한번 다녀왔지만
그때 당시 미처 돌아보지 못한 해안트레킹을 다시 해보고자 탐방 길에 나선다.
따뜻한 가을날씨가 연속해서 이어지나 싶더니 겨울을 재촉하는 촉촉한 비가 한차례
내린 후 추워지면서 모든 것을 꽁꽁 얼어 버리게 한다.
그러나 충남 예산은 대구와 날씨가 판이하게 다르다.
남쪽인 대구보다 중부 내륙에 가까운 이곳은 아직도 늦가을 날씨이다.
구름조차 드리워지지 않은 하늘에서 내리쬐는 따뜻한 햇볕이 한결 부드럽다.
오늘 날씨까지 화창한 것을 보니 무엇인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누렇게 잘 익은 벼들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 되며
황금물결을 일렁이던 드넓은 예산 들녘이 이제는 허허 벌판이 되어 지평선을 그린다.
풍성한 가을 수확을 마친 이 황량한 들녘에도 어느새 겨울이 소리 없이 내려앉고 있다.
황량한 들녘의 풍경에 마음을 주는 것도 잠시 어느새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바닥을 훤하게 드러내 놓은 평화로운 개펄이 눈앞에 펼쳐진다.
질퍽한 개펄 위에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배 바닥을 드리운 채
비스듬히 평화롭게 누워 있는 풍경이 포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바닷물이 빠진 포구 앞 널찍한 개펄의 느릿한 둔덕너머로
섬처럼 보이는 올망졸망한 벌천포의 야트막한 야산들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바로 전방에 오늘 올라야 할 반달모양을 하고 있는 황금산 산 능선이 곱게 누워있다.
황금산 탐방은 대산읍 독곶리 마을에서 북쪽으로 올라서며 시작한다.
마을 앞쪽에는 망망대해의 바다가 펼쳐지고 뒤쪽에는 수 만평의 넓은 공터에
무성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갈대꽃이 늦가을의 운치를 맛보게 해준다.
넓은 임도 길을 따라 올라서면 우측에 널찍한 저수지가 있다.
황금산 탐방로 입구에는 황금산사(黃金山祠)에 대한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안내문이 세워져 있는 탐방로 입구에서 약10분 정도 언덕 오름을 올라서면
임도 길은 끝이 나고 폭이 좁은 한적한 오솔길로 이어진다.
해발이 200m미터가 채 되지 않는 지형이라고 쉽게 오를 것 같지만
실제로 올라 보면 만만치 않은 능선길이 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약15분 이상 경사가 가파른 언덕길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서니 황금산 안부 삼거리이다.
황금산 정상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안부에서 남쪽으로 은은하게
이어지는 언덕길을 따라10분 이상 올라서야 한다.
푸른 해송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오솔길을 따라 황금산 정상에 올라서니
남향을 향해 아담하게 황금산사(黃金山祠)가 들어 앉아 있다.
이곳을 처음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황금산사를 일반 사찰이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하나 황금산사는 사찰이 아닌 당집이다.
주위를 휘둘러보면 뒤편에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둥근 원형의 돌탑과
고목이 된 느티나무에 오색천이 매여 있는 것을 보면 당집이란 것을 쉽게 알 수 가 있다.
이런 당집은 험준한 백두대간 마루 금이 품고 있는 죽령고개에서 강원도로 이어지는
주요 고갯마루에서 흔하게 볼 수가 있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해안가에서는 동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 내린 낙동정맥 산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고갯마루에서도 종종 볼 수가 있지만 남해와 서해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 황금산사에는 옛날부터 산신령과 임경업(林慶業)장군의 초상화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당집은 인근 마을 주민들이나 어업을 하는 사람,
배를 부리거나 채약(採藥)을 하는 사람들이 풍년이나 풍어 또는 안전을 기원하는
고사(告祠)를 지내고 치성(致誠)을 드리던 곳이다.
육지의 고갯마루에서 볼 수 있는 당집도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해발129.7m인 정상에서 둘러보는 남쪽은 울창한 잡목과 해송 숲에 가려서
주위의 풍경이 보이지 않지만 동, 서, 북쪽은 주변이 탁 트이면서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 가득히 들어온다.
특히 북으로 길게 장쾌한 나래를 펼치는 주 능선 위에 사시사철 푸른 해송 숲은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동서로 길게 펼쳐지는 비취색의 푸른 바닷물이 일렁이는 풍경도 일품이지만
망망대해의 바다 위에 한일자로 길게 누워 있는 섬들의 무리는
남해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다도해를 연상케 한다.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무명봉에 나무로 아담하게 세워져 있는 전망대는
잘 꾸며 놓은 펜션을 보는 것 같다.
짧은 휴식을 취하며 황금산 정상을 둘러 본 다음 다시 왔던 길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직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 찾는 사람들조차 많지 않아서 그런가!
아늑한 분위기가 철철 넘쳐흐르는 조용하고 한적한 송림 숲길은 꿈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분주하게 옮긴 발걸음은 어느새 안부에 이른다. 안부에서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진
오솔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서니 전망대가 세워져 있는 무명봉 정상이다.
가을에 이곳을 방문한 나그네를 보고 방긋 미소 짓던
자그마한 노란 꽃송이의 앙증맞은 산국과 보라색의 도라지 모시대, 산 부추는 온데간데 없다.
서쪽의 푸른 바닷물에 아담하게 앉아 있는 군함바위는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망대를 뒤로 하고 5분 정도 능선 길을 이으면 널찍한 헬기장이다.
동쪽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해안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독곶 들녘에는
대산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앉았다.
주변 바다는 석유화학단지에 원료를 운반하는 배들이 접안 할 수 있는
시설물과 파이프라인이 길게 설치되어 있다.
육안으로 보는 바닷물은 푸르고 깨끗하지만 이곳에서 많이 잡히던
뱅어와 꽃개 그리고 조기는 아쉽게도 자취를 감추어버린 지 오래 되었다고 한다.
공단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색의 수증기는 하늘높이 피어올라
안개처럼 부셔져 내리며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서쪽으로 눈길을 주면 당진 화력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흰색의 연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바다로 돌출된 산의 무리들이 정겹다.
남쪽으로는 지나온 황금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해송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저 멀리 벌천포에서 휘감아 돌아나가는 나지막한 산줄기가 태안반도로 길게 병풍처럼 이어진다.
그 사이로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물이 빠진 가로만의 모래톱은
마치 은빛을 발산하는 해수욕장처럼 그 풍경이 장관이다.
환상적인 풍경을 뒤로 하고 능선 길을 내려서면 산 중턱에 있는 삼거리 안부 갈림길 이다.
해안선을 따라 트레킹을 즐기려면 북쪽으로 이어지는 한적한 숲길을 따라 내려서야 한다.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에 맞추어서 왔지만 이번에도
서해 바다 용왕님이 바닷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쉽지만 미니 전망대에서 수평선너머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만 감상하고
다시 왔던 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안부 삼거리 갈림길에서 서쪽으로 수직 경사로 이루어진 가파른 능선 길을 내려서면
커다란 바위와 표면이 매끄럽고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자그마한 몽돌이 해안을 뒤덮은 자갈밭이다.
해안선을 따라 깎아지를 듯한 바위들이 층층이 단애를 이루며 멋진 풍경을 선물한다.
바위들은 모두 표면이 매끄럽지 않은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바위들이다.
가을에 보았던 민들레를 많이 닮은 사데풀과 해변에서만 자라는 해국과 산국이
소박한 자태를 하고 반겨 주던 곳.
이제는 잎이 떨어진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긴 겨울을 나고 있다.
그때 바다에서 소라를 잡던 해녀도 바닷물이 차가워서 물질을 그만 두었는가 보이지 않는다.
바닷물이 빠진 바위에는 다닥다닥 굴들이 자리가 협소 할 정도로 줄지어 많이도 붙어 있다.
곳곳에 기이한 모양을 하고 있는 바위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고
하마처럼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는 해식 동굴도 보인다.
썰물이 되어 저 멀리 빠져나간 바닷물이 불어오는 바람에 일렁이며
철석철석 소리를 내며 해변에 있는 바위에 부딪치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져 내린다.
커다란 바위들이 이리저리 장승처럼 줄지어 서 있는 사이를 헤집고
남쪽으로 올라서면 이번에는 커다란 돌들이 바닷물에 부딪치면서 달고 달아
표면이 매끄러운 몽돌처럼 늘려 있다.
불과 몇 미터 거리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바닥의 돌들이 판이하게 다르다.
여기서부터는 90도에 가까운 수직의 절벽을 이루고 있는 가파른 능선을 올라야 한다.
바위틈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하고 다소 곳이 꽃을 피웠던 해국은 푸른 잎만 남기고
꽃송이는 보이지 않는다.
노을 지는 바닷가 언덕 위에서 한없이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먼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간
지아비를 기다리는 아낙네 모습과 닮아 있어 안쓰럽게 보인다는 해국.
모진 바닷바람과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을이면 탐스러운 자주색의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은 우리네 어머니를 닮았다.
가을에 보았던 그 해국이 눈앞에 아련하다.
길조차 희미한 수직의 가파른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서면
아래쪽에 숨어 있는 비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올라 올 때와는 달리 내려서는 길은 힘들이지 않고 쉽게 내려선다.
산 위에서 보았던 군함바위가 지척에 있고 저 멀리 집채만 한 화물선과
커다란 둥근 공을 배위에 올려놓은 듯한 가스운반선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올망졸망 옹기종기 모여 있는 큼지막한 돌들이 거북이머리처럼 땅 위로 돌출되어 있고
저 멀리 바닷물이 출렁이는 해안가에 깎아지를 듯한 절벽 사이로
커다란 구멍이 뚫린 해식창문과 커다란 입을 벌리고 안쪽이 어두컴컴한 해식동굴이
자연의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푸른 바다를 바라 보며 홀로 우뚝 서 있는 저 망부석은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망부석을 뒤로 하고 올라서는 바위 능선은 두 손과 두발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세미클라밍을 하며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넘어서야 한다.
조심스럽게 주상절리 바위 절벽에 올라서서 깎아지를 듯한 천길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니
눈앞이 아찔하다.
전방에 일렬로 줄지어 늘어선 역삼각형의 바위 봉우리들은
이집트 사막에 있는 피라미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웅장하다.
자연이 빚어 놓은 작품이라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정교하고 섬세하다.
산은 육지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다 속에 육지에서나
볼 수 있는 산이 있다니 신기하고 놀랍다.
바다 물이 닿지 않는 중앙의 뾰족한 바위틈에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뿌리를 내리며
끈질긴 생명력을 이으며 푸르게 자라고 있는 풍경은 자연의 경이로움 마저 느끼게 한다.
언덕과 바닥에는 추락한 암벽의 파편 조각들이 작은 자갈밭을 방불케 하고
발을 옮겨 놓을 때마다 모래처럼 흘러내린다.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눈앞에 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가 앞을 가로 막고 서있다.
몸통은 황금산 자락에 두고 긴 코와 입은 물을 마시려는 듯 바다에 대고 있다.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둥근 아치형을 이루고 있는 코끼리의 긴 코가 정말로 잘 생겼다.
바로 앞쪽에는 금방이라도 바닷물이 길을 막을 듯이 일렁이고
수면위로 머리만 돌출한 채 나란히 서 있는 세 개의 암초들이 정겹다.
코끼리 바위를 지나면 갖가지 모양과 기이한 형상을 한 바위들이 수석 전시회장을 연상케 한다.
바닥에는 크고 작은 돌들과 굴들이 지천에 늘려 있다.
몸을 돌려 걸어온 해안선을 뒤돌아보니 하늘 높이 장대하게 솟구친 바위 절벽을
온통 푸르게 덮고 서있는 낙락장송 해송 숲이 쪽빛의 바닷물과 어우러지며
선경의 세계를 펼친다.
멀리 바다로 길게 돌출된 태안반도가 아련하고 산 위에서 보았던
가로림만의 넉넉한 모래사장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이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저 멀리 밀려 나 있던 바닷물이 다시 이 포구를 가득 채울 것이다.
한없이 평화롭고 조용한 대산읍 독곶리에 저물어가는 석양빛이 곱게 내린다.
황금산 산행과 해안 트레킹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 약20분 이동하여
삼길포 항에서 약1시간 정도 머물렀다.
바다를 가로 질러 끝이 보이지 않는 대호 방조제가 긴 나래를 펼치고
그 안쪽에 아담하게 삼길포 항이 들어 앉아 있다.
포구 안쪽의 바닷물은 청색의 푸른 물감을 풀어 놓았는가!
눈이 시리도록 새파란 바닷물은 이곳을 찾은 나그네로 하여금
아름답다는 탄성을 절로 나오게 한다.
물위를 가득 메운 고깃배들은 작은 유람선들이 줄지어 서 있는 듯 하고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 포구의 운치를 북돋아 준다.
이곳에서는 싱싱한 활어를 배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다.
싱싱한 생선을 사다가 회를 쳐서 먹으니 맛도 일품이다.
지척에 당진 왜목마을과 화력발전소가 보인다.
왜목마을은 “양면이 바다라 왜가리 목같이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
포구의 독특한 지형 구조 때문에 전국에서 일출, 일물, 월출, 광경까지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수평선이 동해안과 같은 방향이어서 일출, 일몰, 월출을 함께 볼 수가 있다.
해변이 남쪽으로 길게 뻗어 대산읍 독곶리, 삼길포, 와 함께 충남 서해의 땅끝 마을이다.
독곶이란 이름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곶 즉 바다를 향해 돌출한 지형이란 말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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